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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자연식물식

by 소미소리

닷새 동안의 해외여행 기간에는 자연식물식을 하기가 어려웠다. 일본의 음식이 주로 가볍고 건강한 음식이지만, 집에서 먹는 것처럼 샐러드와 김치, 채소를 매 끼니 듬뿍듬뿍 챙겨 먹기는 쉽지 않았다. 먹다 보니 결국 기름진 음식을 과식한 날도 적지 않았다. 온갖 종류의 고기와 밀가루 음식, 튀긴 음식에 간식 종류까지 이것저것 맛있게 먹었다. 자연식물식이 아닌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이제는 자연식물식보다 더 맛있다는 느낌은 없지만, 상황에 따라 편안하게 아무거나 먹어도 컨디션에 문제가 없다. 자연식물식에 가까운 식사를 200일 넘게 이어가고 있으니, 중간중간에 치팅데이를 갖거나, 이번처럼 며칠 동안 여행을 하면서 내내 바깥음식을 먹어도 큰 불편함은 없지만, 여행이 끝나갈 무렵에 집이 그리워지는 것처럼 자연식물식이 그리워졌다.


아침에 자연식물식 식사를 차리면 좋았겠지만 일정이 빠듯한 날이라, 아침은 과일이나 채소로 완전한 자연식물식을 차리지는 못했고 밥에 채소반찬, 소고기 미역국(고기를 제외하고 먹었다)으로 식탁을 차렸다. 오랜만의 집밥이 반가웠다. 점심도 아침과 비슷하게 먹었지만 간식으로 사과와 고구마를 먹었고, 저녁은 밥 대신 고구마와 사과, 당근 스틱으로 갈음했다. 평소에도 밥을 세끼 먹는 경우는 별로 없기 때문에, 아침과 점심을 밥으로 차리니, 저녁은 가볍게 먹고 싶어서 고구마를 쪘다. 마침 아침에 배송 온 고구마를 쪘는데, 이번 고구마는 꿀이 떨어질 만큼 달았다. 물고구마인지 좀 질펀한 느낌이 있고, 끝부분에 섬유질이 질기게 씹히기는 했지만 워낙 달아서 여러 개 먹었다. 찜통에 올려 40분을 쪘더니 고구마가 푹 익었다. 찐 고구마에 사과와 당근 스틱을 곁들이니 제대로 자연식물식이 되었다. 아침에 완벽한 자연식물식을 못했지만 저녁이라도 훌륭한 자연식물식을 했으니 만족스럽다.


아이들 반찬은 일본에서 사 온 고형 카레를 이용해서 카레라이스를 만들었다. 카레를 사 올 생각은 없었는데, 웰컴스이카 카드(도쿄 여행자를 위한 교통카드인데, 보증금이 없는 대신 잔액 환불이 되지 않고, 유효기간도 짧다) 잔액을 다 써버리느라 나리타 공항 면세점의 편의점에서 아무거나 잡히는 것을 사 왔는데 예상외로 향도 좋고, 아이들도 맛있다고 하니, 다음에는 일부러라도 사야 할 판이다. 카레라이스 만들기는 아주 쉽다. 집에 있는 채소를 어떤 것이나 이용해도 카레의 향이 강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맛있다. 냉장고에 양파와 당근, 실온에 고구마가 있어서 세 가지 채소를 이용했다. 먼저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양파 두 개를 잘게 잘라 볶다가 양파가 노릇해지면 고구마 한 개를 잘게 잘라 넣고, 물을 두어 컵 붓는다. 고구마가 어느 정도 익으면 당근 반 개를 잘게 잘라서 넣고 끓이다가 고형 카레를 넣고 녹을 때까지 끓이고 잘 섞으면 완성이다. 고형 카레를 넣을 때, 물이 너무 없으면, 물을 한 컵 더 부으면 된다. 고기를 넣지도 않았고, 냉장고에 있는 채소를 그저 꺼내어 볶았는데도 충분히 맛있는 식사가 쉽게 준비되었다. 달걀프라이를 곁들여도 좋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서 속이 편안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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