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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의 고소한 알배기배추겉절이

by 소미소리 Feb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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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알배기배추겉절이를 자주 담갔는데 김장철 이후에는 김장 김치가 쌓여 있으니 겉절이 담글 일이 별로 없다. 김장김치에 깍두기, 그리고 아직 개시도 하지 않은 백김치까지 맛있게 익어가고 있으니 겉절이가 없어도 별로 아쉽지 않고, 김장김치가 충분히 맛있으니 그걸로 족하다. 그러다가 겨울이 지나갈 듯 말 듯 한 시기가 되니 김장김치는 신김치가 되고, 아이들이 김장김치에는 젓가락을 대지 않는다. 신김치의 깊은 맛도 나름의 매력이 있는데, 아이들은 아직 신김치의 맛이 이상하게 느껴지는가 보다. 마침 며칠 전에 한 줌이나 되는 양의 얼갈이겉절이를 했더니 아이들이 잘 먹어서, 이번에는 알배기배추로 겉절이를 한 통 담갔다. 여름에 겉절이를 하도 담갔더니 이제 겉절이 담그는 건 식은 죽 먹기다. 얼마 전에 알배기배추를 쌈채소로 먹으려고 주문했다가 냉장고에 그대로 넣어두었는데 겉절이에 요긴하게 사용했다. 알배기 배추 2 포기를 겉만 헹구고 적당한 크기로 잘랐다. 알배기 배추는 도마를 꺼낼 필요도 없이 통째로 길게 4등분 하고, 다라이에서 적당한 크기로 죽죽 잘라도 쉽게 잘라진다. 자른 배추를 몇 번 헹구고 소금 한 큰 술에 절였다. 배추의 양이 얼마 안 되기도 하고 겉절이로 할 거니 잠깐만(30분 이내) 절였다. 절여진 배추에 파 한 뿌리를 송송 잘라 넣고 양념을 무쳤다. 양념은 멸치액젓, 매실청, 다진 마늘, 설탕, 고춧가루를 1:1:1:1:1의 비율로 섞어 사용했다. 각각 한 큰 술씩 넣었다(양념은 입맛에 맞게 가감하면 된다). 완성된 겉절이를 접시에 담고 위에 깨만 솔솔 뿌렸다.


오랜만에 만든 겨울철 겉절이가 아주 맛있다. 여름 배추는 힘이 없고 깊은 맛도 없는데, 겨울 배추는 식감도 적당히 단단하면서 아삭하고 고소한 맛이 있다. 양념이 강하지 않아도 배추 자체의 맛이 좋다. 게다가 겉절이는 만들자마자 먹었을 때 식감도 가장 좋고 고소한 맛도 강하다. 물론 며칠 동안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먹어도 간이 고루 배면서 나름의 맛이 있다. 가족들이 신김치는 손도 대지 않더니 겉절이는 잘 먹는 모습을 보니 역시 겉절이 담그기를 잘했구나 싶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며칠 전에 만들어 둔 바싹불고기는 숙주나물 한 봉지를 추가해서 다시 볶았다. 고기반찬을 즐겨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고기를 너무 많이 볶았더니 한 번에 먹을 양을 넘어서, 남은 불고기의 일부는 냉동실에 넣어두고, 일부만 냉장실에 넣어 두었다. 냉장실에 넣어 둔 불고기를 먼저 꺼내서 팬에 물을 몇 숟가락 넣고 푹푹 데운 다음, 숙주나물을 씻어서 넣고, 우동간장과 설탕으로 추가 간을 해서 휘리릭 볶았다. 항상 고기반찬은 채소를 아무리 많이 넣어도 채소는 얼마 안 되고 고기가 남는다. 불고기를 만들 날 첫끼에는 바싹불고기로 먹고, 냉장고에 넣어둔 고기를 꺼내어 먹을 때에는 채소로 변화를 주거나 볶음밥에 넣어 먹으면 좋다. 숙주나물불고기에서 가족들은 골고루 먹고, 자연식물식을 하는 나는 숙주나물 위주로 먹었다. 겉절이와 불고기의 조합은 실패가 없다. 따로 쌈채소를 준비하지 않아도 겉절이가 있으니 아쉽지 않았다.


자연식물식 위주의 식사를 하고 있지만 때때로 고기도 섭취하고 있다. 일부러 먹지는 않지만, 일부러 완전히 피하지도 않는다. 상황에 맞게 먹지만 먹는 양은 몇 젓가락을 넘지 않고 있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고기는 아예 입에도 대기 싫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고기를 많이 먹고 싶지도 않고 그럴 마음도 없다. 고기를 좀 먹었고 밀가루 음식도 먹었지만, 먹는 음식의 대부분은 자연식물식으로 차리고 있고, 자연식물식을 시작하면서 누리는 몸과 마음의 편안함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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