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알배기배추 두 통이 있는데, 온라인 장보기로 배송 온 식재료를 보니 알배기배추 두 통이 더 들어있다. 다 해서 알배기배추가 네 통이나 되니 그냥 먹기는 많은 양인 데다가 냉장고에 양배추와 적양배추까지 있으니 채소가 너무 많아서 알배기배추겉절이를 담갔다. 배추를 그냥 냉장고에 두면 하염없이 시간이 가고, 결국 물러서 버리거나, 아니면 급하게 된장국을 끓이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마침 김장김치가 신김치가 되어서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으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알배기배추겉절이를 했다. 지난주에 알배기배추 두 통으로 가뿐하게 겉절이를 담갔던 기억에, 이번에는 알배기배추를 네 통 다 꺼냈다. 배추를 대충 씻어서 적당한 크기로 자른 다음 몇 번 더 헹구었다. 배추 줄기 쪽에서 십자모양으로 칼집을 내서 사등분을 한 다음에, 적당한 크기로 슥슥 자르면 쉽게 자를 수 있다. 십자모양으로 길게 잘라진 배추(사분의 일 통)를 잡고 꼭지 부분을 잘라내 버리고 삼등분으로 자르면 적당한 크기가 된다. 그렇게 손질한 배추의 양이 상당했다. 알배기배추가 잘기 때문에 우습게 봤는데, 꽤 큰 다라이에 가득 차고도 넘칠 정도가 되었다. 소금에 절이면 숨이 죽으면서 양이 적어지니, 소금을 세 큰 술 넣고 절였다. 배추를 절이는 동안 양념을 만들었다. 냉동 다진 마늘만 있어서 냉동 다진 마늘 2, 고춧가루 3, 간장 2, 멸치액젓 1, 매실청 3, 설탕 2큰술을 섞어서 양념을 만들고, 겉절이니까 따로 찹쌀풀은 쑤지 않았다. 양념에 넣은 냉동 다진 마늘이 녹는 동안, 양파 반 개와 대파 두 뿌리를 다듬어서 적당한 크기로 자랐다. 아이 식사시간에 맞추느라 배추는 20분만 절였다. 잠깐 절였더니 배추에 뻣뻣한 기운이 있었지만 겉절이로 먹을 거니까 별 상관이 없다. 배추에 양념과 향신채소(양파와 대파)를 넣고 잘 버무리면 알배기배추겉절이 완성이다.
김장김치가 많아서 겉절이를 담가도 아주 조금씩 담그다가 다라이가 가득 차게 담그고 중간 사이즈의 김치통까지 꺼내어 김치를 넣어 둘 정도가 된 것은 오랜만이다. 벌써 김장김치는 겉절이와 햇김치에게 자리를 물려줄 때가 되었나 보다. 중간사이즈의 김치통에 겉절이를 담아 두니 통의 칠 할이나 찼다. 몇 시간 실온에 두었다가 냉장고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두 배의 양을 담갔으니 이 주 정도는 먹을 것 같다. 아이들이 잘 먹으면 그보다 빨리 먹게 될지도 모르겠다. 생채소를 먹는 게 좋지만 겉절이는 거의 생채소와 흡사한 느낌으로 먹을 수 있으니 가족들이 겉절이를 잘 먹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생채소를 늘 먹도록 강요할 수는 없어도 겉절이라면 가족들도 맛있게 쉽게 먹을 수 있으니 좋다. 나는 김장김치가 신김치가 되어도 맛있기만 한데, 아직 아이들 입맛에 신김치는 못 먹을 맛인가 보다.
오랜만에 겉절이를 많이 담가서 김치통에 넉넉히 넣어두니 마음마저 든든하다. 냉장고에 꽤 오랫동안 머물고 있는 양배추도 꺼내어서 물김치를 담가보아야겠다. 아직 오이가 흔하게 나오지 않으니 사과와 양파를 좀 잘라 넣고 양배추물김치를 담가도 좋을 것 같다. 이제 날씨가 좀 풀어지기 시작해서 그런지 물김치가 당긴다. 겨우내 김장김치를 맛있게 먹었고, 아직 김장김치가 많이 남아 있지만, 김장김치는 이제 볶음밥이나 김치찌개, 혹은 볶음김치를 해 먹고, 겉절이와 물김치를 삼삼하게 담가 먹을 때가 되었다. 다시 담그기 시작한 겉절이를 올해에도 주구장창 맛있게 담가서 즐거운 마음으로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