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파키스탄에 다녀오면서 사온 깨를 냉동실에 넣어 두었었다. 마침 먹던 통깨가 다 떨어진 데다가 진미채볶음에 뿌릴 깨가 필요해서, 깨를 볶아 보았다. 늘 볶은 참깨를 사서 냉동 보관해 두며 먹던 사람이라 생깨를 어떻게 볶아야 할지 난감해서 인터넷 정보를 검색해 보았다. 두세 군데 블로그를 보고 나니 대충 감이 잡혀서 일단 밝은 색 보울에 깨를 털어놓고 쌀 씻듯이 씻었다. 거무죽죽한 물이 덜 나올 때까지 서너 번 씻고 채에 받쳐서 물기를 뺐다. 조리질을 해서 돌을 걸러내라는 블로그도 있었는데, 조리질은 해본 적이 없던 터라 이물질이 있는지 눈대중으로 보아가며 씻었다. 눈에 띄는 이물질은 없었다.
깨끗이 씻은 깨는 (물기가 남아 있는 채로) 깊이가 있는 팬에 볶았다. 뒤집개 두 개를 양손에 들고 센 불에 살살 볶았다. 처음에는 깨의 물기 때문에 뒤집개에 깨가 들러붙지만, 깨의 수분이 다 마르고 나면 더 이상 뒤집개에 붙지 않는다. 깨의 수분이 마르고 나니, 깨가 톡톡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프라이팬 밖으로 튀어 나가는 깨도 꽤 되었다. 약 불로 낮추고 계속 볶다가 고소한 냄새가 나기에 맛을 보았더니 아직 쓴맛이 있었다. 그래서 깨를 손끝으로 으깨었을 때, 토도독 쉽게 으깨질 때까지 볶았다. 10분 이상 볶았더니 깨가 다 볶아졌다. 잘 볶아진 깨는 프라이팬 채로 식혔다가 밀폐용기에 넣고 냉동 보관하면서 먹으면 된다. 깨는 조금씩 양념으로 먹는 음식이니 이번에 볶은 깨도 거의 일 년이나 먹을 양이니 냉동 보관이 안전하다.
마침 볶아 둔 진미채에도 깨를 넉넉히 뿌렸다. 진미채는 자연식물식에 포함되는 음식은 아니지만 가족들 밑반찬으로 종종 만들고 있다. 냉동보관하고 있던 진미채를 꺼내어 물에 씻고 채반에 받쳐서 물기를 뺐다. 물기가 어느 정도 빠지면 (완벽하지 빠지지 않아도 된다) 프라이팬에 진미채만 넣고 물기를 말리듯이 볶다가, 물기가 다 증발하면 기름을 넣고 한번 더 볶은 다음, 불을 끄고 양념을 했다. 간장, 설탕, 고춧가루, 고추장을 한 큰 술씩 넣고 한 번 더 볶으면 진미채볶음 완성이다. 진미채는 워낙에 조미가 강하게 된 식품인 데다 양념까지 넉넉히 해서 볶으니 없던 입맛을 살리기에 좋은 밑반찬이 된다. 아이들이 멸치볶음은 즐기지 않아도 진미채볶음은 좋아하니 만들어두면 든든하다.
오늘도 아침은 사과로 자연식물식을 했고, 점심은 미역국에 채소반찬, 저녁은 숯불갈비를 먹었다. 고기를 즐길 때에는 갈빗집에 가면 고기를 먹으랴, 구우랴, 정신이 없더니, 이제 고기를 즐기지 않으니 가족들 편하게 먹으라고 고기를 도맡아서 구웠다. 고기 먹을 생각은 별로 없었고, 상추쌈에 된장국이나 먹으려고 했는데, 먹다 보니 돼지갈비를 꽤 먹었다. 살코기 부분으로 열 점은 먹은 것 같다. 조금 먹으니 질려서 주로 채소 위주로 먹었지만, 평소에 비해 고기 섭취가 상당한 날이었다. 점심에도 소고기 미역국이었으니 오늘은 어쩌다 보니 거의 치팅데이에 가까운 식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