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김치로 김치전을 하면 제맛인데, 아이들은 신김치를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신김치가 들어간 음식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방학이라면 신김치전을 하고, 잘 먹지 않으면 다른 음식을 해주어도 상관없지만, 학기 중에는 집에 있는 시간도 많지 않으니 가능하면 한 번에 잘 먹고 편하게 먹을만한 음식을 해주고 싶어서 신김치 대신 겉절이로 김치부침개를 했다. 사실 나는 신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부친 부침개가 더 좋지만, 지난번에 넉넉히 담근 겉절이를 꺼냈다. 겉절이도 처음 담갔을 때는 다들 잘 먹더니, 담근 지 시간이 흐르니 그다지 반기는 사람이 없던 형편이었다. 겉절이를 한두 끼 먹을 양만 남기고 다 꺼내어 가위로 잘랐다. 굵은 대파 한 뿌리와 냉장고에 방치되고 있던 상추도 몇 장 잘라 넣고, 튀김가루로 반죽을 해서 부쳤는데, 너무 짰다. 김치국물로 간을 하면서 김치국물을 너무 부어버렸나 보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려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며칠 내내 방치되고 있던 양송이버섯과 두부 반 모가 눈에 들어왔다. 음식이 싱거우면 소금이나 간장을 더 넣으면 되지만, 짜게 돼 버린 음식은 해결이 쉽지 않다. 밀가루를 들이부으면 간이야 맞지만, 김치비율이 줄어서 제맛이 안 날 게 뻔하다.
짜게 된 반죽에 두부 반 모를 으깨어 넣고, 양송이버섯 세 개를 납작하게 잘라서 넣었다. 그리고 프라이팬에 앞뒤로 노릇노릇 부쳤다. 아이들은 기름을 넉넉히 넣은 걸 좋아하니 식용유를 충분히 둘렀다. 반죽에 으깬 두부가 들어가니 질척한 기운이 있어서 뒤집을 때 조심조심, 한쪽 면이 어느 정도 익어서 힘이 생겼을 때 뒤집는 게 좋다. 처음에는 중간 불, 뒤에는 약불에 한참 구우면 겉바속촉 부침개가 된다. 노릇하게 부쳐진 두부김치전을 먹어보니 의외로 입에 맞았다. 동그랑땡 맛과 다른 듯 비슷했다. 김치전과 동그랑땡의 중간쯤의 맛이다. 김치부침개처럼 쫀득한 맛은 없지만 부들부들하고, 양송이버섯의 식감이 두부와 잘 어울렸다. 워낙에 처음 반죽이 짰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싱겁게 만들진 못했지만, 덕분에 김치전에 두부와 양송이버섯을 넣어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둘째 아이만 새로운 맛을 싫어했고 나머지 가족들은 김치전보다 두부김치전을 더 좋아하며 먹었다.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게 있다. 요리든 삶이든, 속상함만 가져다준 것 같은 문제가 사실은 인생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 가는 여정인 경우도 있다. 생각 없이 반죽에 들이부은 김치국물 때문에, 두부김치전이라는 별미를 하나 맛보았다. 다음에 반죽의 간이 딱 맞게 된다면 그때는 두부를 넣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오늘 완전히 망친 줄 알았던 반죽만큼은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