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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미소리 Feb 01. 2024

이토록 살아있는 죽음의 표현이라니…

욘 포세, <아침, 그리고 저녁>을 읽고…

죽음을 설명하고 표현한 문학은 많지만, 죽음을 이렇게 살아있음과 모호하게 표현한 책은 처음이다. 죽었지만 살았고, 살았지만 죽음과 맞닿아 있는 삶의 모습을 절묘하게 형상화해 준 책이다. 죽음은 삶과 단절된 곳에 있어서 닿을 수 없고, 죽은 이를 더 이상 볼 수도 느낄 수도 없고, 죽음의 시간은 왠지 모르게 차갑고 어둡고 축축하고 무시무시한 곳이라는 생각에 죽은 이에 대한 애도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그때 찾아온 책이 바로 욘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이라는 글이다. 소설 같기는 한데, 마침표도 없고 인용기호도 없고, 대화와 설명이 마구 뒤섞여 있어서 장르조차 애매하다. 100페이지가 넘으니 단편은 아니지만, 장편이라고 하기에는 분량이 아쉽다. 100페이지가 훌쩍 넘어가니 지루한 책이라면 길 법하지만, 이 책은 구성도 내용도 주제도 모든 것이 새로워서 더 길었으면 좋았을 거다. 이 책을 다 읽고도 아쉬워서 다시 한번 읽었다.


짧다면 짧은 길이의 책에 한 남자의 인생을 빼곡히 엿볼 수 있다. 태어나는 날 아버지가 애태워하며 아내와 아들이 무사하기를 발 동동 구르며 기다린다. 그리고 바로 그 아이가 늙어서 죽는 날, 장성한 딸이 아버지의 죽음을 당하여 슬퍼하며 눈물 흘린다. 그리고 사이사이에 젊은 날과 결혼한 뒤의 삶, 그리고 자식들을 키우며 절제하는 삶과, 그의 아침식사 메뉴와 아내와의 대화까지 그의 삶을 온전히 본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아쉽다. 한 300페이지는 읽어야 아쉬움이 달래질 것 같은데 금방 책의 끝이다.


이렇게 짧은 책, 그리고 구성도 독특한 책에서 마음에 진정한 위로를 느낀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밖에 없었고,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저곳에 있더라도, 죽음이 삶처럼 이어지는 느낌은 상실감에 큰 위로가 된다.


* 표지 사진: Unsplash의 Sasha Free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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