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가장 힘든 날 중에 하루였다. 사실 자연식물식은 어려운 다이어트가 아니다. 과일, 채소, 통곡물 중에 어떤 것이든, 얼마만큼이든, 종류와 횟수와 양의 제한 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 매우 유연한 식이요법이다. 그저 한식의 밥상을 차리되 동물성 식품을 제한할 뿐이다. 간식으로 다양한 과일과 찐 채소, 찐 옥수수나, 감자, 고구마 등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식탁을 차리는 것도 금방 익숙해진다. 우리네 한식과 매우 흡사하니 어렵지 않다.
자연식물식 첫날에 채소만 먹는 디톡스를 했고, 마지막 날인 오늘도 채소와 과일만 먹는 모노다이어트를 했다. 모노다이어트는 하비 다이아몬드의 <나는 질병없이 살기로 했다>에서 소개된 식이요법으로, 가공 또는 조리하지 않은 생채소와 생과일, 혹은 착즙주스를 하루이상 먹는 것이다. 조속히 디톡스를 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자연식물식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모노다이어트라는 개념을 알지 못했다. 그저 기름진 음식을 지나치게 먹은 상태라 몸을 가볍게 하려고 날을 정해 채소(양배추)만 먹었다. 그날의 고생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30일 자연식물식의 대미를 채소와 과일로 장식한다고 과용을 부렸다. 역시나 하루종일 고생을 했다. 한 달 동안 입에도 맞고 익숙해진 자연식물식에서 통곡물을 빼 버리니 금세 공복감이 들었다. 복숭아와 아오리를 시작으로, 방울토마토와 복숭아 양상추샐러드(소스는 사용하지 않았다)를 여러 번 먹었지만, 금방 공복감이 들고 나른한 느낌마저 들었다. 자연식물식 첫날의 나른함과 비슷했다.
통곡물을 먹는다고 큰일 나지는 않겠지만, 여러 번의 유혹을 뿌리치고 오늘 계획한 모노다이어트를 완수했다. 이로써 30일간의 자연식물식의 여정이 끝났다. 그동안의 변화를 살펴보자. 한 달간의 자연식물식에 비해서 몸무게의 감소는 미미하다. 2킬로가 빠졌는데, 그나마 오늘의 모노다이어트 덕분에 몸무게가 감소한 것이지, 평균적인 몸무게는 별로 줄지 않았다. 되돌아보니, 이번 자연식물식 기간에는 장마와 혹서 때문에 운동량이 현격히 줄었다. 평소에 한두 시간씩 하던 산책을 30분이나 겨우 했으니, 그나마 더 찌지 않아서 다행이다.
작년에 아토피가 크게 도지기 전에 눈에 결막염이 먼저 왔었고, 안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몇 달이나 먹고도 해결되지 않았었는데, 눈의 이물감이 자연식물식 초기에 잡혔고 지금까지 이물감은 없다. 마찬가지로 심하던 갈증도 초기부터 감소해서 여전히 잘 유지되고 있다. 자연식물식을 시작한 계기였던 아토피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한 달 전만 해도 로션 없는 삶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금방 건조해지니, 잠깐이라도 물을 만지면 핸드크림을 잔뜩 발랐는데, 벌써 핸드크림을 바르지 않은 지 몇 주나 되었다. 몸의 전반적인 컨디션도 좋다. 이유를 모를 갑갑함과 찌뿌둥한 느낌이 사라지고, 쾌적한 느낌이 찾아왔다.
가족의 음식도 많이 바뀌었다.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내 음식이 바뀌니 가족의 음식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인스턴트와 육류가 줄고, 채소와 나물 반찬이 많아졌다. 전에는 기름진 원팬 요리(주로 고기와 해산물을 사용해서 짭짤하게 조리한 요리)를 자주 했는데, 이제는 가족들 음식도 비교적 가벼워졌다. 아침은 가족 모두 과일식을 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또 하나 예상치 못한 변화는 마음의 편안함이다. 30일 자연식물식 중반을 지나면서부터 마음마저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오늘도 자연식물식 첫날처럼 통곡물을 제외한 채소, 과일을 먹었지만 두 날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 첫날의 순수 채식이 허기진 느낌이었다면, 오늘의 모노다이어트는 (물론 공복감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보다 산뜻한 느낌이다.
자연식물식을 계속하게 될까? 자연식물식을 30일 했을 뿐인데, 그리고 멸치 육수나, 멸치액젓, 고기가 들어간 음식의 고기를 제외한 부분(즉, 고기 육수가 스며든 부분)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몸과 마음에 생긴 변화는 놀랍고 신기하다. 그러니 자연식물식을 계속하고 싶지만, 함께 먹는 즐거움을 포기해야 했던 점이 불편했다. 자연식물식에 맞추어 일정을 바꾸어야 했고, 식사 약속을 전혀 잡을 수 없었다. 그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자연식물식을 조금 더 유연하게 운영할 계획이다. (유연한) 자연식물식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