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자연식물식

한 발 떨어져 바라보기가 이렇게 쉽다니...

by 소미소리

다시 자연식물식으로 돌아왔다. 하루 걸러 하루를 치팅데이(다이어트 중에 아무 음식이나 먹는 날)로 했더니, 오늘의 자연식물식이 반갑기만 하다. 외식, 달고 기름진 음식, 그중에서도 치즈케이크와 함께 마시는 카페라테는 소울푸드라도 되는 듯이 가장 좋아하던 음식이었는데, 이제는 자연식물식이 제일 반갑다. 산해진미가 쌓여 있더라도, 그런 음식을 과도하게 먹고 몸이 부대낄 것을 생각하면 별로 좋지 않다.


아침에는 복숭아를 먹었다. 요즘에는 황도가 제철인지, 복숭아를 주문하면 황도가 온다. 황도는 백도처럼 달고 아삭한 식감은 없지만, 새콤하고 깊은 향미에 쫀득한 식감이 나쁘지 않다. 황도보다는 백도를 선호하지만 제철과일 중에 복숭아라면 얼마든지 주문하곤 한다. 점심은 현미찹쌀밥에 숙주볶음과 무조림, 김구이로 식탁을 차렸다. 기름을 전혀 두르지 않은 팬에 숙주를 올리고, 멸치액젓과 페퍼론치노만 뿌려서 2분 정도 센 불에 볶았다. 바쁜 와중에 만들었더니 간이 안 맞는지, 아이들이 잘 먹지 않았다. 양념이 싱거우면 간을 추가하면 되지만, 과하게 들어가 버린 양념은 어쩔 수가 없다. 저녁에도 채소와 백김치, 김구이를 꺼냈다. 숙주볶음은 몇 시간 지나고 나니 짠맛이 많이 수그러들어서 먹을만했다. 잡곡밥이 먹고 싶었지만, 아이들을 위해 지은 백미를 소비하느라 같이 먹었다. 간식으로는 조리해서 진공포장으로 파는 냉장 초당옥수수와 방울토마토를 먹었다.


가끔은 몸의 내부 방어를 실수하기도 한다.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 적이 있다고 착각하거나, 사소한 손상에 대해 제어되지 않은 과민반응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자기면역질환이라는 용어는 이러한 인체의 잘못된 해석을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p.198). 조엘 펄먼, <내 몸 내가 고치는 식생활 혁명>


아침부터 매우 분주한 날이었다. 게다가 계획했던 크고 작은 일들이 자꾸 틀어졌다. 특히나 타인의 실수로 나의 스케줄이 매우 뒤틀렸다. 아, 이런 상황에서 예전이라면 무지하게 속 답답한 느낌과 화가 동시에 났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별로 화가 나지 않았다.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보니, ‘나도 실수하며 사는데 남들도 그렇게 실수하는구나’, 싶어서 어지간하면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한 발 떨어져서 편안하게 생각하니 별로 나쁠 것도 없는 일들이었다. 물론 하루종일 몸과 마음이 엄청 분주했지만, 그 와중에 같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선한 사람들도 만나게 되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고, 작은 것이나마 함께 했다. 선하고 순수한 사람들의 모습에 나를 비춰보면서, 내 안에서도 그런 모습이 나오도록 했다. 게으르고 임시변통으로 현상만 무마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나의 일면이 보이고, 성질 급하게 서두르는 사람의 모습에서도 나의 모습이 없다고 할 수 없었다. 몸도 실수할 때가 있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말해 뭐 할까. 한 발 떨어진 입장에서 남의 행위를 살펴보니 그다지 화가 날 일도 별로 없었다. 그리고 내 마음이 편안하니 문제가 해결되어 가는 과정을 보다 여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것도 자연식물식이 가져온 변화일까?


자연식물식 34일째이다. 어제 과식을 했더니 몸무게가 약간 늘었다. 자연식물식은 과식을 해도 몸이 부대끼지 않지만, 어제의 뷔페음식은 소화가 잘 안 돼서 밤늦도록 못 잤다. 게다가 하루종일 땀을 뻘뻘 흘리고 움직였더니 벌써 피로한 느낌이다. 전반적으로 몸이 무거운데, 그나마 가벼운 자연식물식을 해서 다행이다. 이제 자연식물식은 의무감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반갑고 즐거운 마음에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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