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날이다. 바쁜 날에도 이미 익숙해져 있는 자연식물식을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다. 아무리 바빠도, 그리고 바쁜 날일수록 자연식물식은 간편하고 쉽게 준비할 수 있으면서도 건강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으니 좋다. 아침은 여느 때처럼 복숭아를 준비했다. 어제 배송 온 황도 중에서 한 개가 유독 말랑거리더니 꼭지 쪽에 곰팡이가 몇 군데 피어 있고 물러져 있다. 꼭지 쪽을 푹 파내고 잘랐다. 색과 향도 짙다. 한쪽이 썩어 있는 복숭아라 맛은 기대를 안 했는데, 부드럽고 맛있다. 보통은 껍질째 먹지만, 이 복숭아는 너무 말랑거려서 껍질까지 벗겨냈는데 의외로 맛이 좋다. 딱딱하고 보기 좋은 복숭아 보다 오히려 더 달았다. 사실, 아이들에게 예쁜 복숭아를 깎아주고 내 접시에 말랑한 복숭아를 다 담았는데, 첫째 아이가 내 복숭아를 하나 먹더니 더 맛있다고 한다.
점심은 후딱 콩나물을 볶았다. 무순분 콩나물은 데칠 필요도 없이 팬에 바로 볶으면 된다. 콩나물을 씻어서 팬에 넣고 센 불에 5분 동안 두었다. 물은 넣지 않는다(탈까 봐 불안하면 물을 몇 숟가락 넣어도 상관없다). 5분 뒤에 뚜껑을 열어보니 콩나물 숨이 잘 죽었다. 팬 채로 콩나물 위에 소금, 참기름, 고춧가루를 약간 넣고 살살 섞으면 콩나물 무침 완성이다. 콩나물을 데치고 물기를 짜내는 과정이 생략되는데, 이렇게 무쳐도 맛은 좋다. 오히려 콩나물을 데치면서 채수가 빠지지 않으니 더 깊은 맛이다. 지난번에 고춧가루 없이 대파를 잘라 넣고 했을 때만은 못하지만, 중간은 가는 맛이다. 이렇게 쉽게 만든 것 치고는 훌륭하다.
아이들 반찬으로 닭다리순살을 구웠다. 닭이 반쯤 익었을 때, 양파도 한 개 채 썰어 넣고, 소금으로 간을 했다. 그레이비소스 맛이 난다고 잘 먹는다. 고기와 채소가 익으면서 어우러지니 그런 맛이 나나보다. 첫째 아이는 닭다리살 한 조각은 식빵에 넣어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부터는 고기가 전혀 당기지 않지만, 아직 자연식물식을 하지 않는 아이들 반찬으로 가끔 만들어 주는데, 아이들이 잘 먹는 모습을 보는 걸로 족하다. 이제 고기는 간도 보지 않는데, 다행히 간이 맞는지 아이들이 추가 간을 하지 않는다. 그만큼 이전에 고기 요리를 많이 해 먹었다는 반증이다. 대충 넣어도 간이 맞는 지경이다.
저녁에는 두부와 채소를 먹었다. 현미찹쌀밥에 생두부를 잘라 놓고, 여러 김치와 나물 반찬, 김구이를 곁들였다. 작은 아이가 만든 소스가 맛있어서 따라 만들었다. 간장과 매실청을 동량으로 넣고 생들기름을 살짝 추가하니 김구이에 잘 어울린다. 간식으로는 생각날 때마다 복숭아를 먹었다.
자연식물식 35일 차인 오늘은 어떤 변화가 있었나? 눈의 이물감이 좀 느껴진다. 자연식물식 초기부터 괜찮았었는데, 요즘에 잠을 잘 못 자고 책 볼 일도 많고, 특히나 조명을 하나 바꿨는데, 그 후로 눈에 이물감이 있다. 몸무게는 하루의 모노다이어트(일정 기간, 생채소와 과일만 먹는 다이어트) 이후로 줄었고,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처음 자연식물식을 시작할 때에 비하면 2킬로 정도 빠진 셈이다. 집안 일로 정신없이 바쁘고 컨디션이 좀 떨어진 와중에도 자연식물식을 유지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 몸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병을 유발하는 스트레스들이 제거되면, 인체의 자연치유력과 자기회복력은 방해받지 않고 작동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자가회복과 청소 능력은 잠을 자거나 인체가 더 이상 일할 필요도, 소화시킬 필요도 없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된다. 이 시간 동안 인체 시스템은 몸에 지니고 있던 노폐물을 제거하고 청소하는 데 가장 효과적으로 전념할 수 있다(p.127). 조엘 펄먼, <내 몸 내가 고치는 식생활 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