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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옥 Feb 28. 2018

새해에는 미완의 과업들을 완수하기를

좋아하는 일을 해야지


늘 수학을 공부할때는 영어 생각이 났으니까. 그래서 영어를 공부하고 있으면 국어책을 한번 더 봐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었고. 


아 이런 나의 태도들이 문제였다. 내가 시도했던 많은 것들이 미완으로 남은 것은. 


1. 내 지난 해에 대하여 


정말 개인적으로는 몹시도 다사다난 했던 2017년을 보내고, 이제 2018년을 맞이하면서 이번 해에는 적어도 미완이 아닌 완성을 이루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사실 2017년에는 둘째 출산이 있었고, 더불어 출산 이후 몸이 회복되지 않아서 고생했던 시기를 보냈고, 그러던 와중에 남편의 사망이 있었으며, 그 이후 홀로 남은 내게 함께 남겨진 아이 둘을  돌보며 나는 육아의 고통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로 두렵고 무섭게 다가올수 있는가에 대해서 절실하게 알게 되는 시간을 보냈다. 매일매일 갓난쟁이 둘을 데리고 지내면서, 둘이 있어도 힘든 것이 당연한 때에 나는 혼자가 되었다. 내가 완전하다고 생각했던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나의 의지나 선택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무너졌고, 나는 어느날 날벼락처럼 갑자기 불안정한 상태로 던져져서, 남은 이들에게 주어지는 고통이란 어떤 것인가를 몸소 체험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나 좀 돌아봐주세요 하고 누구에게라도 이야기 하고 싶지만, 그렇게 이야기 하면 또 그들이 나를 너무 불쌍하게 볼까 무서워서, 그것이 또 상처가 되곤 했던, 너무 가까운 내 지난 날들.  


그랬던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으니, 그 와중에 내가 그저 살아내고 버티는 것 이외에 무엇을 완성하여 마치고 이루면서 보냈을 수 있었을까, 지나간 2017년을 생각하며 스스로 위안을 한다. 사실 나는 나를 만나는 내 친구들이 간혹 내게 이야기 하는 것처럼, 이렇게 죽지 않고 버티는 자체가, 이런 내가 대단하다는 생각조차 드니까. 나는 작년 한해를 어찌되었든 살아내고, 이렇게 겉으로는 마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사람처럼 지내는 내게, 스스로라도 상을 주어야 하는 것이라고, 그리 너무 많은 것을 욕심내지 말자고 이야기 한다. 


2. 새해를 맞이하는 나의 마음 가짐


하지만 나는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새해가 된 지금, 내게는 이미 좌절과 슬픔 따위는 사치, 나는 비장함으로 무장해야 한다. 나는 내게 남겨진 아이들이 있고, 또 여전히 찬란하게 진행되어야 할 내 삶이 있으니까. 나는 내 삶을 새롭게 가꿔가야 하니까. 다시 사랑을 해야 하고, 다시 웃어야 하고, 다시 활기차게 많은 것들을 해내야 하니까. 나는 그러니 이번 해에는 더욱 비장한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고, 이런 내게 무언가를 이루고 완성하는 일은 아주 중요한 것이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 수학을 공부할때는 수학을 해야 하고, 영어를 공부해야 할때는 영어를 해야 한다는 것, 목표를 너무 크게 잡지는 않아야 한다는 것, 한가지를 마치기 전에는 어느 정도의 인간관계를 줄이고, 감정의 소모를 줄이고 그 한가지를 마치는 데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다짐해야 한다. 


3. 글을 쓰는 삶을 살기로 결정하는 것


나는 이제 늘 막연히 생각해왔던 글을 쓰면서 사는 삶을 살 수 있는(?) 때가 되었다. 사실 그동안 “글을 쓰면서 사는 삶을 살겠다” 라고 말하는 것이 심히 두려웠다. 실제로 누군가가 내가 그말을 했을때, 나보고 “참, 생각이 없다.” 라고 했었으니까. 이제 남편 죽고 애기 둘만 있는 여자가 어찌 그런 생각을 하냐면서. 뭐라도 해서 돈벌 생각을 해야지. 가만 보면 경옥씨는 허영심이 있다면서. 


그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나는 며칠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고, 그 이후로 글을 쓰면서 살고 싶다는 이야기는 감히 입 밖에 꺼내지 못했다. 


좋아서요. 라고 이야기 하면, 현실을 생각해야지, 누군들 좋아하는 것 안하고 싶냐고 할테니까. 


아마 내가 그토록 두려웠던 것은 나도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 였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사는 것이 무서웠으니까. 나도 글써서 돈벌기는 힘드니까 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얼른 쓰던 글 완성해서 출간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늘 다른 돈 벌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는 마음에, 이것저것, 사업 관련된 책도 사서 보고, 혹시나 기회를 줄만한 사람들에게 연락도 해보고 했으니까. 


그러던 오늘 나는 오랜 친구 한명이랑 조금 긴 통화를 하면서, 어차피 무슨 일을 하든 근근이 살게 될지도 모르는 데, 이럴 바엔 그냥 늘 생각해 왔던 일, 글을 쓰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됬다. (사실 이건 남편이 살아 있을 때부터 ‘언젠가 사회에 나가야 할때를 대비해서’ 내가 준비 해 왔던 일이니까. 오히려 갑자기 남편이 죽었다고 다른 일을 구상해야만 하는 것이 내게 더 큰 스트레스 인 것이지, 늘 생각해오던 글 쓰는 일을 하는 것은, 어쩌면 지금 일생 최대의 위기를 지나고 있는 내게 그나마 위로가 되는 일이기도 할테니까, 글을 쓰는 일은 나의 정신 건강의 회복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 대화를 통해 나는 비로소 다시 나 말고 누군가에게 “나 그냥 글쓰면서 살까봐. 한번 죽기살기로 써볼까, 글만.” 하는 이야기를 입밖으로 꺼내게 되었다. 글도 미친듯이 글만 쓰는 기간이 있어야 느는 것이 아니려나 생각도 하면서.  그래, 기대를 줄이면 되니깐. 피니시 에서 말했던 존 에이커프의 말이 맞았다.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않으면 된다. 어차피 무슨 일을 하든지 힘들 텐데, 글을 쓰면서 산다는 이유로 조금 더 힘들다고 한들 사실 그게 무슨 대수 인가.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고 일단은 마치기 전까지는 내게 부정적인 말을 늘어놓는 사람과의 관계를 중지해야 겠다. ‘가다가 멈춰선다 해도 간 것만큼은 이득’이라지만, 완성해야만 얻을 수 있는 성장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나는 이제 그 성장이라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겠다. 하나씩 완성을 해나가고 그때마다 한뼘씩 커나가는 것. 

이번에 쓰고 있는 것 마무리 하면, 예전에 생각해 왔던 주제들에 대해서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원고들을 정리해서 또 완성하고 하는 작업들을 해야겠다. 


쉽지는 않겠지만 생각하니 신이 난다. 


아, 피니시에서 존 에이커프가 완성을 하기 위한 요소로 ‘재미’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던데. 그가 말하는 재미란 것이 이런 것인가 보다. 생각하면 설레는 것 같은거. 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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