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옥 Feb 28. 2018

기록에 대하여

나의 기록

나는 무언가를 기록하는 일이 나의 의무라는 생각이 든다. 기록하지 않은 과거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순간이 아니고서야 그저 스쳐 지나가 버린 시간이 되어버렸다. 기록을 함으로써 평범한 일상의 시간들조차 특별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무언가를 쓰고 남기는 것은 내게 아주 의미가 있는 일이 되었다. 그리고 가끔은 나의 기록이 나와  비슷한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 무언가의  가치를 지닌 삶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혹 우리가 우리의 일상에서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가르쳐 준 많은 글들과 그림들로부터 유래한 것일 터였다. 내가 깨닫는 그 무엇이라도 거저 온 것은 없는 법이거늘, 나의 모든 생각 뿐 아니라 감정 까지도 나는 나보다 먼저된 이들의 기록에 의지하고 있음을 생각했다. 그러면서 나도 기록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한다. 내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그리고 그것을 어떤 방식을 통해서든지 다른 이에게 보여주는 행위를 통해, 내 기록이 나에게 뿐 만이 아니라, 가까운 내 가족과 내 글을 읽는 다른 사람들에게 특별함을 주는 일이 될 수 있는 것. 그것은 충분히 기쁜 일이었다. 


나도 받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을, 내가 받은 것 만큼은 아니더라도 비록 아주 작은 정도라고 할지라도, 나도 비로소 주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기록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내게 깨달음을 준 나보다 먼저 된 많은 이들의 기록이 있었 듯이, 어쩌면 나의 기록 또한 나와 비슷한, 또는 나보다 나중된 다른 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이었고, 그것은 필시 보람될 일일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기록의 방법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고 난 후부터는, 나의 기록이 (그저 지나가버릴 일상을 붙잡아 두는 일에 더해서) 어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할 아이에게 주는 선물이 될 것이라 생각을 했다. 아이가 자라서, 아이에 대한 나의 기록을 보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뿌리와 근본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드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웃음과 그 웃음이 내게 주는 수많은 의미와 숱한 기쁨들. 나는 이제 그 모든 것들을 글로만 기록하는 일이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사진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물끄러미 바라보면 넌지시 웃음을 비칠 수 있는 사진. 보고있으면 그저 따뜻해 질 수 있는 사진. 너를 찍으면 나는 그런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긴 글보다 짧은 글이 가진 힘을 알고, 짧은 글 보다도 한장의 사진이 더 많은 것을 전할 수 있고, 더 많은 것들을 남길 수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나는 기록을 하는 일에 사진을 추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가 자라서 언제든지 자신의 마음에 내킬때면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글과 사진을 손쉽게 꺼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면서, 인터넷 상에 나의 기록들을 조금씩 남기는 일은 더욱 즐거운 일이 되었다. 


나의 기록을 보다 생생하게 남기기 위해서 사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중에, 나는 문득 내 눈에 띈 이 책을 펼쳤다. 레아가 말하는 감성사진이라는 건 아마 사진을 보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남기는 일을 하는 사진을 일컫는 것이지 않을까? 나도 레아처럼 이런 사진들을 찍을 수 있을까, 하는 맘에 책을 펼쳐 들었는데, 책 가득히 사진들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정말 내가 이런 사진을 찍게 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일들이 남아 있겠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로봇은 어디까지 침투해 올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