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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옥 Feb 28. 2018

아줌마의 패션에 대하여

내가 입고 싶은 옷, 좋아 하는 스타일

요즘 내가 입고 싶은 옷은 몸에 딱 피트되는 무릎 정도 혹은 그보다 약간 짧거나 긴 길이의 원피스. 예전엔 이런 옷들도 곧잘 입었었는데, 요즘은 생각만 있지 입지 못한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던데, 얼굴도 문제지만, 몸매도 큰 문제다. 몇번을 입어 봤지만, 도저히 그 옷을 입고 거실까지 나가는 것도 무리였다. 거실까지의 거리가 만리나 되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거리가 만리였다. 아니다, 남한테 보여주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몸매로 그런 옷을 입고 있는 내 모습에 내가 용서가 되지 않았다. 아, 다시 살을 빼리라. 나는 다시 예전의 몸매로, 아니 그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돌아가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얼마전에 만났던 친구 한명은 내가 살이 아직 다 안빠져서 고민이라고 했더니, “야, 너 원래 그랬어. 예전에도 지금이랑 비슷했다.” 고 이야기 했다.응.  감사함)  


(요즘 나의 패션을 두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못내 부끄럽기는 하지만) 원래 나는 유별난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분류를 하자면 패션에 관심이 많은 편에 속하기는 했다. ‘결코’ 특이하게 옷을 입는 것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은 특별한 디자인을 가진 옷들을 구매하는 것은 나의 습관이었다. 평범하지 않은 디자인의 옷들이 몇 개 있으면, 어디를  가든 옷을 잘 입는 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물론 정말 패션을 잘 아는 패피들이야, 청바지에 흰 티를 잘 소화하는 사람이겠지만, 몸매도 얼굴도 그에 미치기에는 부족한 내가, 패션으로 나를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은 ‘옷을 입을 기분이 생기는’ 예쁜 옷들을 입는 것이었다. 가끔은 허리부터 볼륨감 있게 살아나는 공주풍 드레스 같은 옷들이기도 했고, 그냥 단순하게 피트되는 원피스 이기도 했고, 어떨때는 여러가지 장식들이 많이 달리거나, 그림이 그려졌거나 자수가 수 놓아진 옷이기도 했다.  


아줌마가 입어야 하는 옷은 따로 있는 것일까? 


나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이제 아줌마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나의 패션을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니 결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가끔 “애 엄마가 처녀처럼 하고 다니네.” 하는 분들도 오다가다 지나친 적이 있기는 했고, 그것이 오롯이 칭찬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도 알지만, 신경 안쓰기로 했다.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나는 내 소중한 사람에게 잘 보이는 것이 중요했고,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만족할 만한 것이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이어트 중이다. 물론 생식을 시도하려고 사놓은 것들은 아직도 거의 그대로이고, 1일 1식을 해볼까, 닭가슴살만 먹어볼까 생각만 무수하고 제대로 실천 되는 것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언젠가 다시 몸을 회복해서 다시 예전에 입던 옷들을 입으리라 다짐한다. 아직 출산한지 1년도 안됐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아 하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진짜 '나'로 사는 것

(지금은 하늘나라로 떠난 남편이지만) 남편은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분명히 기억하는 우리의 대화 중 하나. 

나는 남편이랑 연애할때, 남편에게 물었었다. 

“오빠는 여자가 어떻게 옷 입는 게 좋아요?”
“응? 나? 음. 치마. 짧은 치마.” 
“짧은 치마? 치마 길면 안돼?” 
“치마 길면 여자 안같애.” 


라고 했었다. 


“그럼 붙는 치마가 좋아요, 아니면 퍼지는 치마가 좋아요?”

 물었을땐,

 “음, 붙는치마, 타이트 한거”

 라고 바로 대답했다. 


그 이야기를 기억하는 나는 첫 아이 낳고도 짧은 치마도 입고 뾰족 구두도 신고 했었는데, 둘째를 임신하고 또 한번 아이를 출산하는 과정은 그런 것들을 절대로 가능하지 않게 했다.  나는 그 시간동안, 임신한 몸으로 혹시나 있을 사고에 주의하면서 또 곁에 있는 첫째를 안전하게 돌보기 위해서 주로 납작한 신발에  ‘긴치마’ 들만 입고 다녔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습관이 될 지경. 너무 늦지 않을 때까지 얼른 다시 돌아가야지 생각한다. 진정으로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줄 수 있는 옷을 입고, 나는 진짜 나로 살리라 다짐하는 것. 


나이가 들어도 멋진 여자들 


다행인 것은 나이를 먹어도 멋진 스타일을 고수하는 그녀들이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나는 그녀들을 보고 내 미래를 또한 그려볼 수 있다. 예전에는 스카프를 좋아하는 IMF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의 스타일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프랑스의 영부인 브리지트 트로뇌의 스타일이 눈에 더 들어온다. 매니시한 슈트를 입기도 하고, 라이더 재킷에 미니스커트 까지. 다행이다. 나이가 더 들어도 이런 옷들 다 입어도 되는 구나. 내 옷들 안버려도 되는 구나, 고맙다. 아, 나이들면 이런 옷들 입지 못한 다는 것은 다 핑계였다.  아직 군살들이 남아있는 몸이 그 구실을 만들어 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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