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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옥 Apr 14. 2023

어떤 사람을 만나서 결혼해야 하는가?

나는 과거로 돌아가도 다시 그 남자를 만날까?


어떤 사람을 만나서 결혼해야 하는가?



몇 년 전에

“어떤 여자를 만나서 결혼해야 하는가?”

에 대한 글은 쓴 적이 있는 것 같다. 내 블로그 어딘가를 뒤져보면 그 글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지금은 과부가 된 입장이라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하는가?”

 를 논하는 것이 조금 우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처음에는 ‘여자의 결혼’이라는 이 책이 주로 이혼한 사람들에 대한 얘기인 것 같아서, (나는 남편이랑 싸운 적도 별로 없는데, 그냥 남편이 죽어서 슬픈 터라,) 다른 이들의 이혼 얘기가 왠지 공감이 안될까 싶어 읽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과연 다시 결혼하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내 남편이었던 그 남자를 만날 것인가, 그리고 이 남자와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하자던 그를 여전히 받아들일 것인가 하고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서 나름 유익했다.

 


나는 과거로 돌아가도 다시 그 남자를 만날까?


나는 아마 내가 다시 내 서른 한 살 마지막 날로 돌아간다면, 그 날 부천과 서울의 중간이던 신도림의 디큐브 시티 카페 폴바셋으로 그를 만나러 갈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나를 만나고서,

“저는 마음에 드는데, 경옥씨는 어때요?”

 하고 묻던 그를 그 이후에도 만날 것 같다. 나는 아마 그때에도 세 번의 만남 이후에 결혼하자던 그의 약식 청혼에

“우리 아직 세 번 밖에 안 봤는데요. 혹시 저한테 반하신 거에요?”

 라고 그때도 그렇게 물을 것 같다.

 몇 번을 생각해봤는데, 나는 아마도 그럴 것이다. 나는 다시 돌아가도 그를 만날 것이고, 그와 연애하고, 그와 결혼할 것이다.



내가 남편이랑 연애를 시작할 때, 나는 박사과정을 밟는 중이었다. 박사 코스웍은 다 마친 상태로 논문과정 중이었다. 경영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대학에서 강의를 맡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리고 틈틈이 연애를 했다. 사실 그 즈음 나는 무척이나 결혼이 하고 싶었고, 만났던 남자들이 몇 있었다. 그리고 남편은 그 중 내게 가장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그 저의가 무엇이든, 내가 맘에 들어서이든, 아니면 나처럼 결혼이 하고 싶어서이든, 나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결혼이 하고 싶어서 (내게 적극적인 것이라고)그런 것이라고 해도, 사람이 아무리 결혼이 하고 싶다고 해서 그렇다고 아무나랑 결혼하지는 않는 법이니까, 그 이유야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모두 괜찮은 남자들이라면, 그 중에서 내게 가장 적극적인 남자랑 살고 싶었다.



남편이 사망하고 난 후 몇 개월이 지난 최근, 남편이랑 어떤 지역 사회 모임을 같이 했던 분들 중에 몇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 분들은 내게 이렇게 이야기 했다.

“제가 사실은 0원장한테 소개도 많이 시켜주고 했거든요.
근데 다 싫다 하더니 경옥씨랑 결혼 하더라구요.”

한 분도 아니고 몇 분이 내게 그런 말을 했다.(대체 이 남자는 얼마나 소개팅을 많이 했던 것일까?) 나는 그분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내가 당시에 생각했던 것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내게 세 번 만나고 결혼하자고 했다고 하면, “이상한 사람 아니야?” 하는 주변의 우려도 있었지만, 나는 그 사람 신원만 확실하다면,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혼하고 싶어했던 내게 결혼할 후보가 될 수 있었던 다른 남자들이 몇 있었듯이, 남편도 결혼하고 싶어 했던 남자였으니, 분명히 내가 그랬던 것처럼, 가능성이 있는 다른 여자들이 몇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 중에 나와 결혼하자고 한 것은 그것이 아무리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순간에 뱉은 말이었다고 해도, 그저 (누가 됐든지) 결혼을 하고 싶어서 한 말은 아닐 것이었다. (결혼만 하는 게 목적이라면 다른 많은 여자들도 있었을 테니 말이다.) 내게 결혼하자고 한 것은, ‘나와’ 결혼하자는 것인 것이고, 나도 ‘나와’ 결혼하겠다고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결정’한 이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좋았다.


 남편은 결혼해서 사는 동안, 내게 충분히 사랑스러운 남편이었고, 아이들은 나보다 아빠를 더 좋아했다. 나는 남편에게 이렇게 얘기했었다.

“오빤 나를 너무 사랑하는 것 같아.”

남편은 이렇게 대답했다.

“응. 그런 것 같다.”

 그 날은 마침 우리 결혼 기념일 이었어서, 아마 그래서 그날 밤의 그 대화가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일 터다.




 사람 본성을 어떻게 보지?


남편이랑 연애하던 때, 내 박사과정을 지도해주시고, 후에 우리 결혼식 때 주례도 맡아주셨던 내 지도교수님은

“그 사람 겉모습보다 그 사람이 진짜 어떤 사람인지,
그 사람 본성을 봐야 하는 거란다.”

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교수님이 내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 내가 결혼할 사람이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학벌이나 직업, 재산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말씀이었을 것이다.


나는 교수님께 이렇게 물었다.

“근데요, 교수님. 그 사람 본성이 어떤지 제가 어떻게 알까요? 저는 그게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그 사람 어렸을 때부터 알아온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저는 사실 그 사람을 지금 수식해주는 여러 말들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대변해주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요. 좋은 학교를 졸업했다는 것은 적어도 그 사람이 성실하거나, 아니면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 사람이 지금 직업 생활을 잘 하고 있다면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정도의 주변머리는 있구나. 하는 식으로요. 이렇게 역 추정 하는 것 외에 제가 그 사람 본성을 알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요?”


내 질문을 들으신 교수님은

“그래, 그 말이 맞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으면 인성이 좋을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도 있고 말야. 근데 사실 한 6개월만 만나도 결혼을 생각하고 자세히 살펴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은 알게 된다.”

 라고 하셨다.




사람을 완벽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우리는 ‘대충’ 알 수 있을 뿐이다.


지도교수님 말씀에 나도 동의했고,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충’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완벽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그 어떤 것도 없다. 우리는 우리 부모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내가 내 속으로 낳은 내 자식에 대해서도 필시 온전히 알 수 없을 것이다. 하물며 어떻게 나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자 친구의 속을 완벽하게 알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는 남편, 부인, 배우자를 선택함에 있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대충’ 추정한 상태로 ‘불확실성’을 안아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을 온전히 내가 책임지면서 살게 된다. 그러므로 그 안에는 잘못된 선택일 수 있는 확률 또한 반드시 존재하고, 그래서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이혼이 생길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온전히 사라지는 일은 없다. 우리는 아무리 십 년을 연애한다고 해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100% 알고 결혼 결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불확실성이 어느 방향으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르고,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해로하지 못할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살다가 중간에 헤어지는 것은 내가 선택을 잘못한 책임이 아니다. 그냥 그런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일 뿐이다. 다만 그 어떤 일이라도 그것은 내 인생이니, 그저 견디고 참고 인내하고, 나중이 되면 웃어 넘기면 된다.


 원래 결혼에는 백년 해로가 있을 수도 있고, 중간에 헤어짐이 있을 수도 있다. 100% 확실한 선택은 없으므로 불확실성의 발현은 누구나의 인생에도 생길 수 있는 일이고, 이는 자연스럽다. 특별할 것도 없다. 어느 누구도 100% 확실한 선택을 하지 못한다면 백년해로 하는 것도 우연이고, 이혼하는 것도 우연이고, 사별하는 것도 우연이다. 냥 사람 일이기에 그런 것뿐이다. 누가 잘나고 못난 것도 없다. 그냥 사람 일이 다 그런 거다. 우리는 신이 아니니까. 이혼할 지경을 참고 있는 당신도 신이 아니고, 못 참고 이혼한 당신도 신이 아니고, 어느 날 천둥처럼 남편이 세상에서 사라져서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은 나도 신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혼은 절대 안되니깐, 이혼을 안 할 사람이랑 결혼해야지 하는 마인드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보다 이혼을 하더라도 내가 견딜 수 있는가에 대해서, 결혼 전에 고민하는 것이 더 옳은 방향일 것이다. 예전에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에서 샬롯이 남자친구가 결혼계약서를 쓰자고 했다고 슬퍼하면서 얘기하니까, 변호사였던 미란다는 많이들 있는 일이라면서 오히려 현명한 것이라고 했던 장면이 있었다. 이런 결혼계약서는 결혼 시부터 이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나온 것일 것이다. 결혼도 민법상 계약이고 계약은 사실 언제든지 당사자의 의사가 사라지면 파기 될 수 있는 것뿐이다. 이혼은 절대 안 해야지 하는 각오로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이혼이 생길 수도 있지만, 나는 그 모든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신을 너무 사랑하니 결혼하는 것이고, 당신과 결혼한 이상, 나는 그 모든 위험에 맞서서 내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겠다는 각오로 사는 것이다.





결혼할 사람을 선택할 때, 세가지 조건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 가에 대해서 생각할 때, 이혼의 가능성은 제쳐 두고, 그냥 멀리 두고,


1. 그 사람이 나를(또는 내가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2.(나와 그대가)인성은 괜찮은 사람인지, 3.나랑 얼마나 비슷한지를 봐야 한다.


 서로 사랑하는 것이야 가장 밑바탕이 되는 것이니, 이건 당연한 것으로 가정하면, 인성이 가장 중요하긴 할 텐데, 이건 정말로 6개월 정도 만나보면 기본적인 것은 파악할 수 있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대충은 가능하다. 물론 본인에게, 배우자 감을 관찰해서 그의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시각이 있는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내 남편이 남자 친구였을 때, 그는 병원에 할머니들이 오시면 직접 나가서 진료실로 모시고 들어가곤 했다. 내가 다녔던 다른 병원에서는 의사가 직접 나와서 환자를 모시고 들어간 상황은 본 적이 없었다. 다들 그런 일은 간호사가 했다. 친정 아빠에게 얘기했더니, “그거야, 자기 병원이니 그런 거지.” 라고 일축하셨지만, 나는 분명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이 없으면 하지 못할 일 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조카들을 끔찍하게 챙겼던 사람이었는데, 그 정도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른을 공경하고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적어도 인성이 망가진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사람을 바라보면 몇 개월, 만나면 대충은 답이 나온다. 연애를 하다 보면 몇 가지의 에피소드들이 생기고, 그럴 때 그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는지를 보고 판단을 할 수 있다. 사실 사람이 완벽하게 모든 것을 숨기기는 어렵다. 나를 대하는 것이야, 내가 좋고, 나와 결혼하고 싶다면 어떻게든 일년 간은 모든 자신을 숨기고 잘 할 수 있겠지만, 그가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까지 꾸며서, 내 앞에서 완벽하게 해내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과히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보통은 누가 되었든지 그가 타인을 대하는 모습을 관찰하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 가능한 여지가 생긴다. 길가다가 발이 밟혔는데 막 화를 낸다든지, 커피숍에서 점원이 계산을 잘 못하는 때에 아주 퉁명스럽게 대한다든지 하는 것을 보는 때에 우리는 힌트를 얻는 것이다. 또는 식당에서 서비스가 형편없었을 때, 도로에서 차가 막힐 때 어떻게 하는지, 나와의 데이트는 어떤 식으로 준비하는지, 만나기 전에 어디까지 계획을 세워놓는지, 운전할 때 도로 규칙은 잘 지키는지. 유심히 관찰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런 것을 발견해낼 수 있는 본인만의 가치관이 있다면 내가 만나고 있는 나와 결혼하고 싶어하는 사람의 기본적인 인성이 어떤지 ‘대충’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물론 모든 방법은 100%완벽하지 않다. 이것은 어쩔 수 없다. 몇 번 얘기하지만 우리는 그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100% 완벽하게 알 수 없다. 최선을 다해서 관찰하고 나머지 위험은 나의 노력으로 채워야 하는 것이다. )



 내가 아는 어떤 친구는 몇 번 데이트를 하던 중 남자가 운전 중 끼어드는 차에 대해서 보복 운전을 하는 모습을 보고서는, 그 남자를 다음에 만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알아보면 된다. 여기서 문제는 그 사람의 다른 외적인 조건(직업, 학벌 재산 등등)이 너무 좋아서, ‘어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어도 그냥 넘어가 버리려는 마음에 있다. 모든 드라마에는 어떤 사건이 있기 전 복선이 존재 한다. 그리고 그렇게 그의 화려한 조건에 눈을 감고, 그냥 모르는 척, 어물쩡 넘어가려는 그의 단점은, 나중에 내게 발생할 어떤 사건에 대한 복선으로 작용할 것이다.



만약 인성이 괜찮은 사람이라면, 그 다음은 나와 비슷한 사람이 좋다.


 비슷한 환경, 비슷한 정도의 교육수준 등 우리 둘 사이의 비슷한 점을 찾아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그 사람과 내가 어울리는 커플이라는 것을 증명해줄 것이다. 나는 내가 금수저가 아니라서, 금수저인 사람보다는, 나처럼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자기 욕심으로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와 있는 남자가 훨씬 편하게 느껴졌다. 그런 면에서 나는 남편이 편했다.


아빠도 의사고, 형도 의사고, 본인도 의사인 친구가 있었다. 내가

“어머니는 어떤 분이세요?” 하고 물었을 때, 그 남자는

“우리 엄마요? 그냥 전형적인 의사 부인이에요.” 라고 대답했었다. 나는 광주에 있는 대기업에서 블루칼라 노동자로 평생을 보내신 아빠와, 가정주부로 옆에서 보좌하신 엄마와 살았던 터라, ‘그냥 우리 엄마는 의사 부인’이라는 그 남자의 대답에서 뭔가 나와는 이질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남편을 만나기 전 얼마 동안 만났던 전 남친은, “우리 엄마가 이거, 로얄코펜하겐 수집하시거든" 이라고 했었다. 처녀였던 나는 주방용품에 문외한 인지라, 로얄 코펜하겐이 무엇인지 그 대화를 통해서야 알았었다. 그리고 아마 행남자기와 한국도자기가 젤 좋은 그릇 브랜드로 알고 계시는 우리 엄마도, 로열 코펜하겐이 무엇인지 모르시지 않을까 짐작된다.



물론 그 친구들도 훌륭한 친구들이었고 좋았지만, 나는 남편이 그런 면에서는 참 편했다. 물론 비슷한 가정환경이 아니라면, 비슷한 학력수준이라든지, 비슷한 직업이라든지, 비슷한 외모라든지. 무엇에서라도 한가지 이상 비슷함을 발견해 낼 수 있으면 될 것이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비슷한 사람이랑 결혼해야 한다. ‘살다 보면 닮게 되고, 서로 비슷해 진다’는 말은 어쩌면 부부는 닮아야지 잘 산다는 명제를 반증하는 말 아닐까? 아무리 찾아도 도통 나와 비슷한 구석을 찾지 못한다면, 어찌 그 사람과 평생을 같이할 각오로 결혼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까?



그러니, 서로 이성적으로 끌림이 있어서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가정했을 때, 원만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그 사람(그리고 내가) 인성이 괜찮은 사람이어야 하고, 나와 비슷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세가지다. 사랑하는 사이여야 하고, 인성이 괜찮아야 하고, 나와 비슷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면 된다.



내 생각에는 이 세 가지면 된다. 나를 사랑해주고(그리고 내가 사랑하고), 사람 됨됨이가 훌륭하고,(적어도 괜찮고,) 나와 비슷하고. 이렇게만 골라도 고르기 힘들다. 결혼할 사람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만 그랬을까? ㅡ.ㅡ;;) 이것 저것 다 재다가는 결혼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될 나이가 되기 십상이다. 그때 가서 울어봤자, 이미 충분히 늙어버린 나를 구제해 주는 남자 또는 여자는, 오히려 지금보다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그 세가지 외에 나머지 요소들이 있다면, 그 요소들의 빈 공간은 나의 노력으로 채우면서 맞춰가면서 살면 된다. 그래도, 그렇게 맞추려고 해도 안 되는 것이 있으면 어떡하냐고? 구더기 무서우면 장을 안 담그면 되니, 결혼을 안하고 살면 된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그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고 말이다.





 취향의 문제에 대해서


 그 나머지 요소들이란 예를 들면, 여행, 독서, 운동 등의 취향 같은 것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주로 그런 면에서 줏대가 없는 편이라서, 취미 정도는 당연히 맞춰줄 수 있다. (물론 “나는 타인의 취향에는 절대 맞출 수 없어!” 라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에게 결혼을 안 하는 것을 권해드린다. 다시 말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는 그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기도 하니, 나쁜 것은 아니다.) 나는 그래서 상대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같이 가면 되고, 여행을 안 좋아하는 사람이면, 나 혼자 가거나, 그 외의 것들 중에 내가 그 사람과 같이 할 수 있는 것, 내가 그 사람에게 맞춰줄 수 있는 것들을 찾는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내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대에 맞출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다.)


타인의 취향이야 나와 같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사랑이 있다면 다 극복할 수 있다. (사랑은 역시 무적이다.) 나는 본래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남편과 살면서 같이 거실 쇼파에 누워서 휴일에 한가롭게 티비 보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어디 놀러 가지 않아도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것인지, 그것 또한 추억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행에 대해서


 남편은 일이 완벽하게 마무리 되지 않으면 여행 같은 것은 마음에 둘 수 없는 사람이었고, 개원하고 늘 바빴던 남편은 나와의 신혼여행이 첫 해외여행이었다. 나는 한 해에 다섯 번의 해외여행도 할 정도의 여자였지만, 여행이야 몇 년 안가도 된다. 그게 그 사람의 큰 결격사유 아니다. 돈에 미쳐서 여행 안가고 사는 게 아니라, 갈 사람이 없어서 못 가고, 여유가 안 돼서 못 가는 거다.


 그리고 오히려 형편도 안 되는데, 여행은 경험이고 배움이라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사람보다 어떤 면에서는 훨씬 실속 있고 좋다. 여행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도 많겠지만, 그렇다고 어느 한 분야 일에 미쳐서 그 일에 몰입해서 배우는 것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몇 년 여행 안 가면 돈도 모인다. 내가 몇 년 여행 안 간다고 세상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물론 몰디브는 바다 밑으로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중요할까?


독서나 음악 감상, 골프 수영 야구 등의 운동도 마찬가지다. 나는 책 읽는 것을 아주 좋아하지만, 남편은 집에 들어오면 책 한 장 보는 법이 없었다. 나는 가끔 집에 오면 TV만 보는 남편에게  

 “오빤 공부 안 해? 책은 왜 안 봐?”

하고 물었는데, 어느 날 그의 핸드폰에 그가 치료해야 하는 무수한 정보에 대한 스크린 샷이 저장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당시에 호스피스 과정을 추가로 연수했었는데, 그가 늘 가지고 다니는 가방에는 그가 직접 필기해서 공부한 노트가 늘 들어 있었다. 그 노트는 정말 빼곡하게 적혀있었고, 하도 공부를 열심히 해서인지 연필자국으로 모든 페이지가 더럽혀진 데다가, 페이지 끝마다 너덜너덜했다.


 나는 그 노트를 보고서 그가 내게 가져다 주는 돈이 어떻게 해서 벌어들이는 돈인지를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그는 그렇게 온갖 공부를 혼자서 해가면서 머리를 쓰느라, 집에 들어오면 아무 생각도 안하고 티비를 보면서 쉬고 싶은 거였다. 그는 그렇게 해가면서 나와 아이들에게 가장의 역할을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백날을 교양을 쌓겠다고 인문학이며 과학이며 역사며 책들을 들여다 보는 나는, 그다지 가정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그는 밖에 나가면 천 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가지고 들어왔다. 내가 그렇게 왜 교양을 쌓지 않느냐며 독서를 하라고 하는 그 시간에, 그는 돈을 벌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어느 한 분야든지 그 분야에 몰입해서 파고들면 어느 분야든지 확장성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진리다. 다산 정약용에 호기심이 동한 사람은 그의 저서를 보게 되고, 그가 유배했던 곳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하는 식이다. 필요한 분야에 집중해서 공부를 하고 연구하는 것이 그를 꼭 세상살이에 대해서 문외한을 만드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물론 교양 독서와 직업 공부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절충이 필요하긴 할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노력이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만약 내게, 교양을 중시하는 사람과, 자신의 업에 대한 지식을 쌓는 일에 몰두하는 두 사람이 있다면 나는 여전히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다분야의 지식을 쌓는 독서가 모든 것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며, 어쩌면 아무것도 보장하는 것은 없을 수 있으니, 폭넓은 독서에 대한 맹신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히틀러도 대단한 독서광이었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처럼 오히려 수행과 현실의 경험을 통한 현자가 독서에 심취한 사람보다 훨씬 더 나은 경우도 분명 있다.



 독서를 많이 한다는 것이 그 사람의 ‘인성’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고, 또한 풍부한 독서로 많은 교양을 쌓는 것이 그 사람의 ‘밥벌이’를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다. 독서는 그저 취미일 뿐이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책을 좋아하는 것에 굉장한 부심을 가지면서 그렇지 않은 경우를 무시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독서 또한 어쩌면 음악 감상, 발레, 뮤지컬 감상 등과 비슷한 취미에 불과하다. 인간이 깊이가 있다면 독서 말고도 삶의 지혜를 구할 수 있는 곳이 많다. 독서를 기준으로 남자, 여자를 보겠다면, 독서를 좋아하는가를 보는 것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독서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는 게 더 낫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내 동생이라면, 돈을 버는데 도움이 되는 경제 서적이나, 자신의 업과 관련된 독서를 하는 사람을 추천하겠다.


골프나 야구, 수영 등도 마찬가지이므로 생략.



책의 저자께서 꼭 보내주고 싶다고 하셔서 보내주셔서 읽었는데, 여자의 결혼 책을 보면서는 사실, 책의 뒷부분은 그런대로 동의 할 수 있었는데, 앞부분은 나와 생각이 다른 부분이 종종 눈에 띄었다. 여자의 결혼, 저자 편해성, 출판 북랩 발매 2018.03.23.


 여행을 좋아하는 남자를 고르라는 것이나, 독서를 좋아하는 남자 등에서 그랬다. (그래서 앞에 설명한 것이다. 내게 그것은 취향의 문제로서, 인성이나 나와 비슷한 환경과 조건을 갖춘 사람이 먼저이고, 이게 맞춰진다면 취향은 비슷하면 좋겠지만, 아니라면 노력으로 맞춰가면서 살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사회적인 흉악범들이 독서광이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단언 하건데 없다.” 라고 하는데. 일단 히틀러가 대단한 독서광이라는 사실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이혼의 경우, 아이가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야 하는데, 신중해야 한다”는 저자의 문장이 한부모 가정인 내 입장에서 맘에 걸렸다. “한부모 가정의 자녀가 되어야 하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견뎌야 한다. 순탄하지 않은 인생을 살게 된다. 기구해 진다.” 라는 문장. 한부모 가정이나, 미혼모는 그저 다양한 삶의 유형일 뿐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부모 가정의 자녀가 되는 것이란, 기구한 인생을 사는 것인가? 미혼모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는 많은데, 꼭 미혼모들은 많이들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아이를 학대한다는 식으로 보일 수 있는 구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여러 번의 결혼을 언급하면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결혼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했는데, 나는 그냥 “그녀가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전부터 그렇게 생각해 왔었다. 그저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그 정도 미모로 태어난다면 아마 어느 누구라도 그런 선택을 할 가능성에 놓일 거라고 말이다. 세상 사람들이 그 정도 미모로 사는 경우가 극히 드물지 않은가? 그러니 다른 범인들은 그런 미모가 어떤 환경에 놓이는지 그저 모를 뿐이다. 그녀는 범인의 시각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아름다우므로, 그녀만큼의 아름다움을 가지지 못한 우리는 그녀의 상황에 대해서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혼한 여자는 특히나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낀다.” 라는 문장. 이혼한 여자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게 아니라, 그냥 외로움을 많이 타는 기질인 여자가 외로움을 많이 타고, 그렇지 않은 기질인 여자는 많이 안타고 그런 거 아닐까? 이혼하고 안하고 차이가 아니라, 그냥 그 여자들, 남자들 기질 차이 인 거지. 이혼한 게 무슨 대수라고.


 오히려 섹스리스이거나, 오래 살아서 재미? 없는 부부들이, 그런 유부남 유부녀 들이 괜히 멀쩡한 여자나 남자들 꼬시고 다니고, 찝적대고 그러는 것 나는 너무 많이 봤다. 그럴 거면 이혼이나 하고 오든가. 깔끔하게.

 “이제는 이혼이 부끄러운 시대가 아니다”고 이야기 하면서, 왜 이 책의 저자는 한부모 가정의 자녀는 아직도 한부모 가정이라는 그 이유만으로 '기구한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2018. 5. 30. 3:19



굉장히 긴글을 썼었구나 내가.


이 글을 쓴지 몇년 전이지만

다시 읽어보니 나는 여전히 이 글에서 내가 얘기했던 내용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난 정말 책을 많이 좋아해서 늘 출근할때마다 책을 한권씩 들고 다니고

책장이 점점 더이상의 공간이 부족해져 그저 쌓아놓고 살지만 .


우연찮게도 지금 만나는 남자 친구도 책을 많이 보는 편은 아닌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그가 가진 생각의 깊이와 삶의 태도를 존경한다.  책을 많이 보는 사람들이 가지는 깊이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사람이 되게 '젠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사람이 자신의 일에 있어서 성실하고, 또 그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은 많은 것들을 스스로 깨닫게 해주므로, 만약 그가 자신의 업에 충실한 사람이라면, 그것은 '단지' 폭넓은 독서만을 하는 사람이 깨닫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생각.


독서가 분명히 도움이 되겠지 하고 생각은 들지만 한 인간이 삶에 대해 얼마나 통찰력을 가질 수 있는 가는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것과는 다른 또 다른 문제이지 않나 싶은 것이다. 나는 그것이 자신의 일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고 투지를 가지고 해 나가는 것이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혹시 다른 요인들이 또 있을 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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