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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옥 Apr 21. 2023

아빠는. 멀~리

엄마, 이제 삼촌을 아빠라고 부르면 안돼?


2017.11.03

아침에 아이가“아빠 멀리” “아빠 멀ㅡㅡ리” 이렇게 이야기 했다



아이가 아빠 아빠 할 때마다 내가

“빈아 이제 아빠는 멀ㅡ 리 가서 이제 안 오셔”
“대신 빈이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이모랑 삼촌이랑 있잖아 빈이 엄청 좋지?”

하고 이야기 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둘째 딸이야 8개월이라 아무것도 모르지만 아들은 27개월인데다, 더군다나 아빠랑 노는 것을 너무 좋아 했어서 걱정 했었는데 다행히 아이는 외가에서 할머니랑 이모랑 삼촌이 자주 와줘서 잘 적응 한다. (전라도 광주 친정에서 동생이랑 엄마가 도와줘서 그래도 숨이라도 쉰다.)


그래도 가끔씩 전화놀이 할 때 “아빠 아빠?” 이러면서 아빠 살아있을 때처럼 아빠에게 전화하는 것처럼 놀기는 한다. 그리고 내 핸드폰이 울릴 때마다 “아빠 아빠” 한다. 아빠한테 전화 왔다고. 그럴 때마다

“빈아 아빠 아닌데?”
 “아빠는 멀리 가서, 이제 전화 안 하셔”

하고 말해준다.



아이가 얼른 아빠를 잊었으면 좋겠다 싶기도 해서. 그건 아이를 위해서 이기도 하고, 아이가 아빠를 찾는 모습을 보는 것이 조금 힘이 들지도 모르는 나를 위해서 이기도 하고. 그래도 맥포머스 가지고 놀아줄 때도 사람 피규어 하나를 들고서는“아빠 아빠” 하면서 아빠 차에 태우기도 하던데 오늘 처음으로 아들이“아빠 멀리 멀리”하고 이야기 하는 것을 본 것이다.




아이는 아직 아빠가 멀리 갔다는 것이 그래서 이제 아빠를 못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테니깐. 차라리 아이가 유치원이나 이런데 다녀서 조금 이나마 죽음이 뭔지 알 때보다 더 어린 지금 이런 일이 생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최근의 변화 중에 또 하나는 내가 아이들 사진을 예전처럼 많이 찍지는 않는 다는 것이다.늘 나는 남편에게 보여주려고 아이들 사진을 찍었던 경우가 많았으니깐. 아이들 사진도 찍고, 아이랑 같이 있는 내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어서 남편에게 보내주곤 했었다.



그런데 이제 보내줄 사람이 없네



죽은 남편 일 때문에 아직도 많이 처리가 안 되서 어제는 소송 건 것 중에 한 개 보정 명령 나온것 마무리 처리해서 송부하고 기타 다른 설명 들으러 여기저기 갔다가 오늘 변호사 사무실 와서 기다리다가 쓰는 글을 쓴다.






예전 일기.


내가 그렇게 가르치려고 했던, 아빠는 멀리 갔다 라는 말을, 아이가 스스로 하는 것만 봐도 무너지고는 했었는데.

세월이 흐른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다.

6년여가 흘렀고,우리는 아빠가 돌아가신 지금에 너무 익숙하다.


심지어는, 아직 어린 (초1, 초 2)  아이들은 , 누가 묻지 않아도.

"아빠는 하늘에 계셔요" 라고 막 이야기 하곤 해서, 가끔은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정말 한동안 가장 슬펐던 것은, 아이들을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어서 보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던 것 같다.

애들 사진을 찍었는데, 보내줄 사람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던 기억.


남편이 죽고, 중간에 연애했던 사람들도 있었으나

다들 아이들에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어서서, 헤어지고 헤어지고 했었는데 .


이제는 정말 아이들을 너무 사랑해주는 사람이 옆에 있어서,

그에게 애기들 사진을 보낸다.

그의 핸드폰에는 아이들 사진만 잔뜩이고,

그와 나의 카톡에는 우리 넷이 찍은 사진들이 프로필로 올라가 있다.


내게 다시 이런 날이 올거라고 저 때의 나는 상상했을까,




그리고 어제 저녁.

아이들을 하교시켜서 집에 가려다가, 집 앞 분식점에서 애기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시켜두고 같이 기다리는 데 첫째 아들이 그런다.

"엄마, 근데 이제 삼촌(남자친구)을 아빠라고 부르면 안돼? 아빠 같은게 아니라, 그냥 아빠잖아. 삼촌이.

나는 삼촌이 나 대회에도 와주고 하니까 너무 좋은데" 하면서, 동생에게도 묻는다.

"윤아, 너는 어때? 삼촌을 이제 아빠라고 부르자 우리."


첫째는 초등 2학년, 둘째는 초등 1학년.

내가 아빠 없는 아이들로 키우기 싫어서, 죽은 남편이랑 우리 같이 찍은 사진들 출력해서 온 집에 붙여두고, 그 사람이 운영했던 병원 사진, 의사면허증, 전문의 자격증도 다 출력해서 집에 붙여두고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가르치고 했었는데.


그래서 너무 어릴때 아빠가 돌아가신 우리 애기들은, 아빠에 대한 기억이 있는게 아니라, 내가 만들어준 기억이 있다.

기억하는 한 아빠라고 불러본 적도 없는 내 애기들.



어제 애기한테 저 말을 듣고서는, 혹시나 남자친구가 어떻게 생각하려나 싶어서

"응. 그건 조금 생각해보자" 라고 했다가. 애기들 몰래 얼른 남자친구한테 문자보내니. 바로 좋다고 답장이 온다. 이미 남자친구는 애기들을 아들, 딸 이라고 부르고 있었기는 했지만, 그래도 애기들이 "아빠"라고 부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지 않을까 싶어서 얼른 애기들 몰래 문자 보냈던 것이었는데, 바로 좋다고 해주니, 그것도 너무 고마웠다.

 

남자친구 문자 답장 보고서는, 내가 "응, 그럼 이건 우리한테 엄청 중요한 일이니까. 특별한 날을 정해서 그때부터 그렇게 하면 어떨까? 우리 삼촌이랑 우리가 모두 처음 만난게 6월 6일이니 그 날 파티하고 그때부터 아빠라고 부르자" 라고 했더니, 애기들은 엄청 좋아한다.



우리 둘이 반지를 나눠낀지도 벌써 1년이 훌쩍 지났고, 매 주말 집으로 찾아오는 남자친구랑, 아이들 관련된 모든 문제들을 같이 상의하고, 함께 식사하고 함께 여행하고, 사실 진짜 누가봐도 그냥 주말 가족처럼 지내고 있지만. 몇 가지 사정상 내년에 결혼하고, 이사도 하기로 남자친구랑 얘기를 해둔 것이라서 아직은 아빠라고 부르는 것은 망설이고 있었는데, 어른들이 결정이 늦어서, 애기들이 저렇게 원하는 시기가 다소 조금 일찍 와 버렸다.



얼마나 아빠라고 한번 불러보고 싶었을까? 얼마나 불러보고 싶었으면, 시키지도 않았는데 먼저 아빠라고 부르고 싶다고 할까.

돌아갈 아빠가 현실에도 없고, 기억에도 없을 내 애기들. 그저 가족관계증명서 발급하면 이름이 나오는 생부가 있을 뿐



어제 밤 애기들 재우고 남자친구랑 통화하면서 "애기들이랑 올해 6월 6일이 마침 우리 넷이 모두 처음 만난지 2년이 되는 날이니 그날을 기념하고, 그때부터 삼촌을 아빠라고 부르는 것으로 했다, 애기들 너무너무 좋아한다"고 전해줬더니, 그는 웃는데, 나는 울었다. 이 상황을 만들어준 남자친구에게 고맙기도 하고, 그가 노력해준 2년의 시간이 너무 감사하고, 또 얼마나 아빠라고 부르고 싶었을 우리 애기들이 생각나서. 그리고 6월 6일에 기념식하고, 그때부터는 삼촌을 아빠라고 불러도 된다고 하니 너무 좋아하던 내 애기들이 생각나서.



나는 열심히 잘 살고, 잘 지내야지 다짐을 다시 한번 해 본다. 몇번이고 계속 다짐한다. 잊지 않도록.

내 애기들을 지키고, 우리가 모두 잘 살기 위해서는, 내가 더 강해지고, 내가 더 열심히 성공적으로 일해야 한다. 내 롤모델 전 페이스북 COO 셰릴 샌드버그처럼.

잘 하자. 경옥아. 우리 모두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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