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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옥 Apr 27. 2023

공감을 위한 조건_ 비슷한 경험과 배경

아픔은 우리의 공감능력을 높여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2018.02.23

이해 받고 싶어서, 


나는 실은 요즘 만나는 사람들에게 (많이 만나지도 않지만) 남편이 몇 달 전에 죽었다, 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아니, 뭐,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먼저 말하는 경우도 있다. 다들 내가 이제야 걸음을 배우고, 말을 배우는 아주 어린 아이들 둘을 키운다는 사실을 알면 이 시점에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을 생각조차 못할 테니까. 당연히 남편이 있는 줄 알 텐데, 나는 실은 남편 없이 혼자서 애기 둘을 키우고 있고, 이것은 남편이 있는 여자가 육아를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마 사람들은 남편이 있는 여자가 터울이 별로 나지 않는 어린 아이 둘을 육아한다고 해도


“어머 힘들겠어요.”

하겠지만, 나는 남편이 없이 혼자 아이 둘을 키우고 있으니 그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안타깝지만, 나는 아마도 이해 받고 싶나 보다. 그냥 기본적인 욕구라고 생각하고, 나는 내가 이러는 것에 대해서, 나를 비난하지 않는다.) 나는 그래서


“나는 실은 굉장히 힘들게 아이들을 키우고 있어요.”

하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 남편이 얼마 전에 죽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것 같다(물론 육아의 고통에 대한 그 어떤 사실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뭐, 내가 혼자 아이들을 키운다는 사실이 하등 아무런 감흥도 일으킬 수 없겠지만).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나의 이면에는 남편이 죽은 작금의 상황이 내가 힘들고 안타까운 상황인 것은 분명하지만, 절대 부끄러운 상황은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도 숨어 있을 것이다. 나는 아주 어린 아이 둘을 남겨두고 남편이 죽어서 몹시 안타까운 상황에 놓인 여자가 되었지만, 나는 이 상황을 내 스스로 연출하고자 한 적도 절대 없고, 나는 남편과 지냈던 우리 가족 얘기들을 내 블로그에도 몇 번 글을 올렸을 만큼 남편과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남편이 사망하기 얼마 전까지도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내가 이 상황이 된 것에 대해 내 스스로 하등 부끄러울 것이 없고, 그래서 내가 하나도 안 부끄러우니 나는 감출 것도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누군가는 내가 이렇게 말하면, “그렇다고 그것이 무슨 자랑이라고. 굳이 말할 필요 있나.” 할 지도 모르지만, 나는 만약 나의 지금 일상을 소개하는 자리가 있다면, 남편이 없이 나 혼자 애 둘을 키운 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팩트 이기에 도무지 그 사실을 빼놓고는 내 매일의 삶에 대해 그 어떤 것도 정확하게 설명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며, 그리고 더군다나 누가 남편에 대해서 묻는다면, 자랑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나는 부끄러운 것이 없으니 더 더욱이 숨길만한 것도 아닌 것이다.


남편의 사망얘기에 웃음으로 화답하는 몇 사람들


그런데 내가 이렇게 남편이 죽었다고 이야기를 했을 때, 대체로는 그렇지 않지만 아주 어이 없는 상황이 두 번 정도 있었다(이런 얘기를 한 게 정말 몇 번 되지도 않은데, 그 중에 두 번이나, 세상에). 나의 남편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상대가


“하하. 그래요? 정말이요? 하하” 하는 것이었다. 미처 상상하지도 못했던 반응. 나는 정말이지 그런 반응을 접했을 때, 순간적으로 몹시 기분이 나빴다. (‘저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 그 순간 머리 속을 스쳐갈 정도로.) 하지만 그렇다고 또 기분이 나쁜 체를 할 수 가 없어서, 나는 그냥 듣고 있었다. 왜냐면 내가 먼저 가볍게 얘기해서 그 사람들이 웃음으로 화답한 것이었으므로, 그 상대의 웃음에는 겉으로 보이는 대화의 흐름상 아무런 문제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기가 먼저 아무렇지도 않은 어투로 이야기 했으면서, 상대가 거기에 웃음으로 답했다고, 갑자기 정색하고 화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가벼운 투로 별일 아니라는 듯이 “남편은 죽었어요, 몇 달 전에요.” 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 그 일이 가볍고 별일이 아니라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보통 사람이면, 아무리 내가 가볍게 얘기해도, 그것이 절대 가벼울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당연히 알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을 잘 배려하지 않는다. 공감하지도 않고, 이해도 못하고. )


비록 이제는 자다가 일어나서 쌍욕하는 일도 없고,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나와서 앞이 안보이게 되는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지는 일도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나는 아직도 가만히 있다가 눈물이 나오는 때가 있고, 정말 정말 아주 아주 가끔은, 정말 몇 가지의 이유로 내 앞으로의 삶이 너무너무 막막하게 느껴지고, 지금까지 과거에 내가 어려워 했던 일들은 이 일에 비하면, 그저 다 사소한 것들로만 느껴지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너무 고독하고 아플 때는, 정말 내 옆에 누가 좀 있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정말 너무 깊이 들 때 는, 정말 말도 안되게, “아, 그 사람이 다시 살아서 돌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딱 한번 한적이 있었다. 정말 딱 한번. (이제는 그것도 옛날 얘기도 절대 그런 생각 안 할 테지만). 그래도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 할 때가 오면, 그 일은 이제 아주 다 지난 일이고, 나는 이제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가볍게 이야기한다.  마치 남 얘기 하듯이.


그리고 내가 그렇게 별일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 하는 것은, 내가 남들 앞에서 이야기 하면서 울수는 없으니까, 그러니 그냥 즐겁게 이야기 하는 것이다. 내가 맨날 울면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얼마나 피곤할 것인가? 그래서 나는 웃는다. 무슨 이야기를 하든지. 울어야 할 일이 있으면 집에 가서 울어야지, 밖에서 누구 앞에서 우는 일은 나를 만나주는 고마운 사람을 위해서 되도록 하지 않아야 할 일일 테니까.


공감하고 배려하기 위해서,


나는 저우바오쏭의 ‘어린 왕자의 눈’의 어느 부분에선가, 내 남편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웃음으로 화답했던’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들은 내가 아무렇지 않은 듯 얘기했다고, 정말 몇 달 전에 일어난 그 일이 내게 지금 아무렇지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저우바오쑹은 어린 왕자가 하는 얘기를 조종사가 공감할 수 있으려면 자신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야 한다고 했다. 아주 같지는 않지만, 첫사랑을 해본 기억이 있다면 어린 왕자의 장미에 대한 그리움과 책임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 물론 비슷한 경험과 배경이 만나는 두 사람에게 늘 주어지는 것은 아닐 테고, 그럼 공감이란 전혀 불가능한 것일까 하면, 그때는 서로가 가진 상상력에 의해서 결합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물론 남편이 죽는 경험은, 그것도 이렇게 아이들이 어릴 때 죽는 경험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기에 나는 누군가로부터 공감을 받는 것이란 본래부터 아주 힘들 것이고, 그러니 나는 이 일로 인해 더욱 더 고립될 환경에 놓인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것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할머니가 되었든 할아버지가 되었든 자신의 가까운 사람이 죽는 경험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일 텐데,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아닌, 남편이, 그것도 아주 어린 아이 둘을 두고 죽는 일이, 아무리 그 당사자가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한다 해도, 그것은 절대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될 수 없음을, 절대 웃음으로 화답할 일이 될 수 없음을 모르는 것일까?


상처가 있고, 상처를 극복하고, 당신의 마음, 아픔을 상상하고


나는 그들을 접하면서, 타인에게 이해하고, 진정으로 공감하고, 배려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지혜를 필요로 하는 일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을 고독으로부터 구원해주기 위해서 내가 그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어루만져 주기 위해서는, 나도 또한 상처가 필요한 법이었다. 상처 많은 나는 아마 누군가의 상처를 더 잘 발견하고 더 잘 만져줄 수 있을 테니, 그 점에서 위로를 찾아야 하는 것일까? 그저 쉬운 일처럼 회자되는 배려가, 실은 많은 상처를 스스로 이겨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것이, 실은 상대의 마음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충분한 지혜와 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라는 것.


아마도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없고, 타인에게 진정으로 배려하는 방법을 모르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들의 만남이란,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숱한 대화들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공허한 관계일지를 생각하게 된다. 옆에 있어도 외로운 관계란 어쩌면 그런 관계이지 않을까? 내 사랑하는 사람을 고독에서 구원하기 위해서 나는 나의 상처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어야 하고, 타인을 배려하고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인간과 사회에 대한 성찰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블랙피쉬 출판사의 어린왕자의 눈 이라는 책을 읽고 생각나는 것들을 썼던 글이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으려면 비슷한 경험 또는 그 경험을 하지 않았더라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나의 이 사별이라는 경험은 누군가의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나만의 무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글을 썼던 것 같다. 


지금도 나는 (저때처럼) 사실 여전히 누가 "남편은 뭐하세요?" 라고 물어보면 굳이 사별을 숨기지는 않는다. 물론 내가 먼저 그 말을 꺼내지는 않고 또 사람이 다수인 모임에서는 굳이 사실을 말하지 않고 얼버무리기는 하나, 일대일의 대화에서 상대방이 먼저 물어오면 숨기지 않는 정도. 


며칠전 어떤 모임에 잠깐 참여할 일이 있었는데, 다들 맥주 한잔 하니 가족 이야기들을 하는데, 나는 별 이야기를 할 수 없어서 답답하고 속상했던 기분 정도. 나도 막 자랑? 하고 싶은데 못해서 속상한 정도. 



우리 애기들도 내가 하도 "아빠가 돌아가신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엄마가 아빠 살아 있는 아이들보다 훨씬 더 여유롭게 니들 잘 키워줄거다. 그러니 당당해도 된다" 라고 하도 얘기해서, 우리 애기들도 누구 만나면 아빠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스스럼 없이 하긴하는데, 아마 아이들은 조금 더 크면 몇번의 상처를 겪고 스스로 입을 닫는 때가 오겠지. 

그리고 그 과정 중에 우리 애기들도 조금 더 성장할거고. 아픔을 겪는 만큼 타인의 아픔에도 더욱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상상력이 그들에게 생기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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