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쉽게 행동은 글쎄?
말은 쉽게 행동은 글쎄?
우리는 살다 보면 말이 행동보다 앞서는 사람을 만나다. '다음에 꼭 보자', '밥 한 번 먹자'라는 말을 가볍게
던지지만, 정작 약속을 잡으면 전날 혹은 당일에 아무렇지 않게 취소하는 사람이 있다. 미안하다는 말 대신 주저리주저리 핑계만 대고 있다. 듣는 나는 짜증이 올라온다. 상대는 사소한 일정 변경쯤으로 대충 넘겨 버리는 태도를 한다. 한두 번이면 우연이라 넘길 수 있다. 그런데 몇 년째 반복이 된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다. 물어보려 하니 상대가 불편하게 느낄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솔직히 따지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래요. 당신은 그냥 그렇게 사세요.'하고 나도 무시해 버렸다. 나의 감정은 서운함이 아니라 왠지 존중받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도대체 그 사람은 어떤 유형의 사람일까. 말은 쉽게 해도 되고, 지켜지지 않아도 된다는 무의식적 사고가
있나 보다.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하면서도 죄책감은 1도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때는 우연히 만날 일이 있어서 상대의 얼굴을 보니 그때 일은 까맣게 잊은 듯 천연덕스럽게 또 약속을 잡는 말을 한다.성격이 문제일까 아니면 약속이라는 뜻을 모르는 것일까 살 만큼 산 나이인데 지금까지 사회생활을 수십 년을 한 사람인데, 관계인식에 문제가 분명 있는 사람이다. 사람을 '관계의 주체'가 아니라 '상황 속 객체'로 대하는 태도인 것이다.
정신과 의사 김혜남은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에서 이런 말을 한다.
"관계를 힘들게 만드는 사람의 공통점은 악의가 아니라 무감각이다."
이 무감각은 상대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상대의 감정을 고려 대상에 넣지 않는 데서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상대는 무례하다는 사실조차 잘 모른다. 오히려 "바쁜데 어쩔 수 없지"라는 말로 자신을 합리화한다. 특히 사업을 하거나 사회적으로 말을 많이 써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말은 수단이 되고 사람은 도구가 되기 쉽다. 약속은 '조정 가능한 것'이고, 사람의 감정은 '관리 대상'이 된다. 이때 상대는 자연스럽게 서열화된다. 무의식적으로 " 이 사람은 이 정도로 대해도 된다"라는 판단이 내려지는 순간 예의는 자신의 선택 사항이 된다. 이런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이유 없는 불쾌함이 반복된다. 내가 예민한가 싶다가도, 마음 한구석이 계속 불편하다. 우연히라도 만나면 속으로 씩씩거리게 된다. 그럴 때 거리를 두고 싶어지는 마음은 방어가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괜스레 부딪치지 말고 잠시 떨어져 있는 인간관계도 좋을 것이다. 내 속엔 굳이 압력솥을 들여놓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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