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선물-열한번째
사만 이천팔백이십삼(42,823)
무슨 숫자인지 궁금하실 것 같다. 이 숫자는 내가 가지고 핸드폰 안에 들어있는 앨범 사진의 숫자이다.
무슨 사진이 그렇게 많냐고 물어보시기 전에 ...
나는 사진을 찍는 것을 참 좋아한다. 출근길에도 찍고 걸으면서도 찍고 집에서 쉴 때도 하늘 풍경이 이쁘면 베란다로 가서 사진을 찍는다. 인물사진은 내 사진 셀카 외엔 모두가 자연을 찍는 사진이 거의 대다수이다. 매일매일 사진을 찍으면 해마다 같은 자리 비슷한 자리에서 찍은 사진들이 비교되어 알림을 해주기도 한다. 4년 전 폰을 바꿀 때 폰 대리점에서 직원이 난리를 친다. '아니 고객님 무슨 자료가 이렇게 많습니까? 이건 하루 만에 옮길 수가 없으니 노트북에다 미리 좀 옮겨놓고 오세요'라고 한다.
나도 알고 있던 터라 쉽사리 폰을 교체할 때마다
찍어놓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남겨놓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내 폰에는 비발디의 사계처럼 사계절이 모두
들어 있다. 눈물도 웃음도 슬픔도 아픔도 좌절도 희망도 들어있다.그리고 찍은 사진들은 카카오스토리에 짧은 글로 옮겨져 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놓았다. 몇 년이 지나도 검색하면 그때 그 해에 그달에 찍은 사진들과 사연이 줄줄이 엮어져 나와서 나를 추억이라는 시간 속에 머물게 한다.
그때를 아시나요?
사진을 찍을 때는 그냥 찍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저마다 이유가 있고 감동의 포인트가 있고 꼭 남겨야 할 이유가 있기에 사진을 찍는다. 내 폰 앨범 속에는 깊은 그리움이 있는 사진이 있다. 누구나 쉽게 사용하고 친근한 물건이다. 2년 전쯤 아빠가 하늘나라로 이사를 가셨다. 6년을 함께 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나와 함께 있다가 하늘나라로 이사 가야 한다는 기도를 하나님은 들어 주셨고 아빠는 병실에서 내 손을 잡고 주무시듯 큰 고통 없이 그렇게 하늘나라로 이사를 가셨다.
아빠를 집 근처에 있는 추모공원에 모시고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딸 녀석이 나와 함께 제주도로 3박 4일 여행을 가자고 해서 짐을 꾸려 공항을 향했고, 검색대에 메고 온 가방을 놓고 검사를 하는데 갑자기 뭐가 보인다면서 가방 검사를 하였다.
가방 안에는 기내 반입 물품인 '손톱깎이'가 들어 있었고 검색대원은 '이건 가져가실 수 없으니 버려 주세요'하는 말에 나는 그 자리에서 펑펑 울고 말았다.
손톱깎이는 엄마가 나에게 30년 전에 주신
선물이었다. 엄마의 가방은 항상 만물상이었다.
늘 가방을 어깨에 메고 다니면서 없는 거 빼고 다 들어있는 만물상이 되어 필요한 게 있으면
'엄마! 이것 있어요?'하면 '있지!" 하면서
항상 주셨다. 내가 20대였을 것 같다. 손안에 쏙 들어가는 손톱깎이를 하나 주셨고 그 물건은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다.
(공항 이야기로 돌아가서 )검색대원에게 나는 울면서 말했다. '이건... 버릴 수 없는 물건입니다. 돌아가신 울 엄마가 나한테 주신 건데 제주도를 못 가도 좋으니 이건 버릴 수 없어요'라고 울고 있으니 딸 녀석과 공항 직원은 난감해하다 '그럼 제가 항공우편물로 보내드릴 테니 울지 마세요 잘 도착하도록 해드릴게요' 하신다. 나는 연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아이코! 정말 심장이 철렁한 순간이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나는 눈물부터 나온다....
한국에서 유명한 777손톱깎이는 대단한 것 같다. 지금도 아주 절삭력이 좋다. 늘 나와 함께 다니는 내 애장품인 손톱깎이를 몇 달 전 인터넷 쇼핑을 하다가 똑같은 제품을 찾았었다. 깜짝 놀랐다. 엄마를 만난 것처럼 어찌나 반가운지 열 개를 주문해서 아이들과 친한 지인들에게 '그때를 아시나요'버전으로 사연을 이야기하고 선물을 했었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물건처럼 이제는 사진으로 남겨져 누군가에게 감동의 스토리로 선물을 하면서 엄마를 향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다.
그 사진은 어떤 추억과 향기가 있나요
내가 가지고 있는 사진은 저마다의 사연과 향기가 있다. 그리운 고향을 가서 사진을 찍으면 어릴 적 그 나이에 내가 그곳에 서있는 것 같다. 어른이 된 나는 그때의 나이로 웃음과 행복 때로는 아픔을 직면하면서 어른이 내가 그때의 나를 위로하며 토닥여 줄 때가 많이 있다. 요즘은 단풍이 절정이라 빨갛게 물든 단풍과 황금빛을 내는 은행잎을 보면 작년에 찍었던 그때의 풍경과 오버랩이 되면서 마음이 풍성해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라는 노래가 왜? 갑자기 생각이 나는 건지.... 계절을 찍을 때마다 행복하다. 그때 찍었던 행복이 올해도 나에게 찾아온 듯이 마음이 기쁘고 행복하다. 그때 밟았던 낙엽의 바스락거림과 바람에 이리저리 뒹굴뒹굴하는 수북한 낙엽도 반갑고 좋다. 거리가 지저분해진다고 아침이면 볼 수 없는 낙엽들.. 잠시 동안은 제발 쓸지 말고 가을을 두었으면 참 좋겠다.
넌 누구니?
어제 앨범을 보다가 추억이 마구 솟는 사진을 발견했다. 그때가 그리워서 페북과 인스타그램에 글을 짧게 써서 올리기도 했는데, 10년 전쯤 친한 동생이 회사에서 하는 이벤트를 신청했는데 당첨이 되어서 나도 얼마의 돈을 내고 풀 메이크업을 하고 프로필 사진과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었었다. 정말 아~~!! 옛날이여 노래가 절로 나오는 사진이었다. 최근 일 년 동안 다시 찐 살로 스트레스가 생겼는데 그 사진을 보고 있으니 다시 그때로 돌아가려면 운동을 하고 식이요법을 다시 해야 하나? 하는 싦은 고민을 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헬스와 식단을 통해 10킬로 이상 살을 뺐었는데 공부를 하느라 운동을 못했더니 내 살들은 다시 나를 그리워하며 내 몸에 찾아와 있었다. 아흐~!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참 예쁘다 꽃보다 더 예쁘다'라는 말이 나온다. 오늘의 사진이 '다시 운동하는 나로 돌아갈 수 있겠지? 아니 저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열심히 다시 시작해 보면 어떨까'하는 다짐을 나에게 해본다.
건강을 위해서도 해야 하고 성형은 못하지만 살을 뺀다는 것은 제2의 성형이라고 하지 않는가!
다시 한번! 해보자는 다짐이 내일이란 거짓말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