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를 멈추게 하는 첫 문장

열세번째

by 도르가


눈물의 온도를 기록한 날

며칠 전 꿈을 꾸었었다. 마음에 자꾸 남아있는 꿈의 상대는 돌아가신 시아버지셨다. 돌아가신지 몇 년 되셨는데 살아계실 때 아버님은 나를 이뻐해 주셨다. 외골수이셨고 고집도 있으신 분이셨지만, 나에게는 다정한 시아버지셨다. 꿈에 아버님께 작은 무선 에어컨을 하나 사드렸다. 아버님은 활짝 웃으시면서 너무 좋아하셨다.아침에 잠을 깼는데 마음 한쪽이 아련하다. 한편으로는 꿈이었지만 좋아하는 모습이 뵈니 참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하늘나라에서 잘 계시지요? 아버님 ....


회사일로 마음이 심란했다. 조경회사라 입찰을 쏘고 있는데, 몇 달째 좋은 소식이 없다. 마음이 불안했었다. 와! 이걸 어쩌지 어찌하면 좋을까? 하면서 동동 거리는 내 모습이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봄에 낙찰된 건이 하나가 있어서 1년 공사를 하고 오늘 시에다 준공금 신청서를 냈는데, 회사에 이사님 하고 살짝 다툼이 있었다. 말 한마디가 나를 힘들게 했다. 사무실에서 펑펑 울고 난 뒤 서류를 들고 시에다 제출하면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또 울고 엉엉 울었다. 몇 달 전부터 아팠던 고관절에 생긴 염증을 치료하러 병원으로 향했다. 왜? 하필 몸은 아픈 거야 서럽게! 왜 낫질 않는 거야! 7월부터 시작된 통증이 4개월이 넘도록 아파서 걸을 때마다 통증이 있었다. 정형외과에서 치료를 벌써 7번째 받고 있어서 조금씩 호전이 되고 있지만 오래 아프니 이것마저도 힘들어졌다. 7번의 치료는 비급여로 했는데 실비보험이 있으니 몸이 아프면 병원비 부담이 조금 줄어드니 다행이다싶다.


치료를 끝내고 집으로 가는 어스름한 저녁 길에 노을이 아름다웠는데 오늘은 노을을 보니 왜 이리 처량하고 슬픈지 눈물이 한가득 있나 보다. 말 한마디에 그동안 참아왔던 마음의 문이 덜컥하고 문이 열린 날이다.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잘 살고 있다고 늘 웃음 띤 얼굴로 가을을 보내고 있었는데, 내 생각보다 내 몸은 '더 이상 못 참겠으니 이젠 좀 그만 버티지?'하며 자기 맘대로 내 마음의 문을 열어 버렸다. 춥다...... 가을을 넘어서 겨울이라고!



서러웠다

집에 도착해서 바로 집에 올라가지 못했다. 이렇게 올라가서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저녁밥이고 뭐고 펑펑 울 것 같아서 가방을 메고 집 근처를 좀 걷다가 서점으로 달려갔다. 미리 주문해놓은 책이 도착했다는 문자가 와서 마음도 추스를 겸 서점을 향했다. '프로이트의 감정 수업' 읽고 싶었던 책의 이름이 감정 수업이라니 오늘 더 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눈물 수도꼭지가 고장이 나버린 날 사 온 책이라니 갑자기 실웃음 이 나온다.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진다. 내일은 정신을 차리고 읽어봐야겠다. 집에 도착해서 책상 앞에 바로 앉아서 기도를 했다. '하나님 나는 어릴 적에도 부모님의 잦은 싸움으로 참 힘들고 외로웠어요.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그 외로움을 감추고 싶어서 늘 웃는 아이로 자랐는데, 이제는 커서도 왜 이러나요? 힘들다고 말할 곳이 없는 삶 속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매일 열심히 살고 있는데 오늘은 정말 힘이 듭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지난 시간들을 또 만날까 봐 마음이 힘들어요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곤 한동안 꺼이 꺼이 엉엉 울어버렸다. 울면서도 '그래 나 힘들면 사람 붙잡고 울지 말고 하나님께 말하자! 누가 내 속을 알까 내 마음 아시는 분은 하나님밖에 없으니 그래 속 시원할 때까지 울어버리자' 울면서 이야기했었다. 내 소원을 내 소망을 다 이야기했었다. 다 아시겠지 오늘 나의 마음을.....

오래 버티지 말아요

며칠 전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프로그램에 박미선씨가 나왔었다. 참 좋은 이미지에 신앙심도 깊은 연예인 중 한 명인데 유암방이 발견되어 항암치료를 하고 10개월 만에 방송에 나왔는데 박미선 님은 '생존신고하러 나왔다'는 표현을 쓰며 그동안 느낀 말들을 했었다. 선하게 살아온 분이시라 나도 그 소식을 듣고 마음이 정말 아파서 기도하며 오래도록 우리 곁에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었다. 박미선 님은 '내 몸을 쉬게 해주는 것이 골프 치고 여행 다니는 것이 쉬게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쉬는 것은 몸을 오롯이 쉬게 하는 것'이라는 말을 했었다. 쉰다는 것에 의미가 나도 그런 줄 알았다. 쉬는 날은 시간을 내서 여행을 가고 그동안 못하고 미뤘던 일들을 잠 설쳐가면서 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런데 몸을 온전히 쉬게 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우리가 마음이 힘들어도 그런 것 같다. 마음이 힘들다고 표현을 하지만 '나는 괜찮아 나는 이 정도쯤은 아무렇지도 않아 그냥 지나가는 거야 이것쯤은'하면서 꾹꾹 눌러온 힘듦은 견디고 참았다. 어느 날 내 허락 없이 문빗장을 열며 주최할 수 없는 슬픔이 과거의 일들까지 데리고 와서 나를 초라하게 만들어 버린다. 버티지 말자 슬프면 울고 속상하면 소리치고 서러우며 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리자. 그렇다고 나의 인생이 매일 우는 날만 있겠는가 오늘 흐리다가도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고 하지 않는가 버티면 나만 손해인 것을 나는 오늘 엉엉 울면서 깨달았다. 내일은 밝은 해가 쨍하니 뜰 거야!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는 어른이다. 나이가 벌써 57세가 되었다. 나이를 먹었는지 아이고 참! 놀랍다. 나이를 먹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한 살 한 살이 기대가 되기도 하지만 매년 처음 만나는 나이를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궁금하기도 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눈물을 슬픔을 고통을 어려움을 참는다고 어른이 아닌 것 같다. 묵묵히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이 난관을 잘 헤쳐나갈 수 있는지 고민하고 해결하면서 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속에 예전에 유튜브에서 들었던 정재승 교수님이 말하는 어른의 의미가 마음을 먹먹하게 했던 것이 떠올랐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세상이나 사람을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무기력감 없이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 정재승 교수 -


나는 어른이 되었다. 오늘의 슬픔과 무기력은 오늘로 끝내보자! 꾹꾹 참았던 문빗장이 제멋대로 열렸지만 그래도 괜찮다. 속시원히 울고 나니 한결 마음이 시원하니깐... 그걸로 난 괜찮은 어른이지 않을까?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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