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번째-볕뉘같은 사람
바람의 끝자락에 머문 따스함
나는 사진을 찍을 때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참 좋아한다.
내 폰 속엔 햇살을 찍은 사진들이 많이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따스함과 오묘함에
나는 햇살 사진을 보며 힘을 얻을 때가 많다. 며칠 전 늘 가던 길인데 유난히 올해의 가을이 아름다웠던 길이 있었다. 무심코 지났던 길은 빨간 신호등이 걸리면 '와! 예쁘다'하며 지나쳤던 길이다.
올해는 빨간 단풍과 노란 은행나무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작정하고 그곳을 갔었다.
조용히 그 길을 걸었다. 바스락거리는 단풍잎들이 내 발을 간지럽히고 있다. 이 길을 걷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오늘 이 길에 주인공은 나다. 오롯이 나만 누리는 이 놀라운 축복이 가슴 벅찬 감격과 함께 걷고 있었다. 차들이 지나가고 조금 후 빨간 신호등으로 차들이 멈춰서 있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늘 이 자리를 즐기며 걷고 있었다.
"볕뉘"는 우리말이다. "코모레비"라는 말도 있는데, 몇 달 전 '퍼펙트 데이즈'라는 일본 영화를 지인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다. 주인공은 공중 화장실을 청소하는 미화원인데 영화는 생동감이 있거나 무언가를 크게 기대하지 못할듯했지만 주인공은 늘 같은 시간과 같은 자리 같은 움직임으로 잔잔한 일상을 보내면서 그가 점심을 먹을 땐 늘 공원 벤치에 앉아서 하는 독특한 행동이 나는 참 신선하게 느껴졌다.
"코모레비- 나뭇잎 사이로 내려앉는 햇살"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다. 평범한 그의 일상엔 책과 음악 자전거 등 우리 세대의 모습이 있어 영화를 몰입하게 만들었다. 잔잔한 일상이 나쁘지만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특별하지 않아도 나름 자신이 최선을 다한 하루에 대한 보상과 쉼을 어떻게 하는지 따라 해볼 만한 영화였다. 여운이 오래 남는 영화였다. 한 번쯤 보면 어떨까 하는 추천을 해본다.
오늘은 괜찮니?
어제의 아픔이 오늘은 좀 잔잔해졌다. 힘든 마음을 묻어두기 보다 글을 써서 표현하니 그나마 숨이 쉬여졌다. 모든 사람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사연들이 있다. 나만 왜 이럴까? 하는 자책감으로 살아가다 보면 어떤 이들도 나처럼 같은 일을 겪거나 나보다 더 한 일들을 겪으면서 말하지 않는 것들도 많이 있었다.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똑같다'는 말이 그냥 있는 말이 아니듯 우리는 서로 말하지 않을 뿐 마음속에 표현하지 못한 말들을 다 가지고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글을 쓰면서 바램이 있다면 나의 글을 읽고 누군가의 마음에 온기를 주고 싶다.
말하지 않으면 병이 된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참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의 이야기는 글이 되어서 나온다. 글을 읽는 내내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의 삶도 뒤돌아 보고 깨닫기도 하고 격려하기도 한다. 어제 내가 힘들어했던 것들은 그동안 꾹꾹 눌러온 것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고 서러움도 함께 나와 나를 한없이 작아지게 만들었지만 글도 나는 잘 살았다고 내가 나를 위로하며 지난밤을 보냈었다. 누구나 힘들다. 매일 좋을 수는 없다는 결론과 오늘 다시 뜬 태양 속에 '나의 볕뉘'를 찾아서 나는 오늘을 또 살아내고 있다.
살면 살아져
나는 아날로그를 참 좋아한다. 몇 년 전에 아주 재밌고 옛날이 그리운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었다. '응답하라 1988' 그리고 올해는 '폭싹 속았수다'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나는 두 드라마를 엄청 좋아한다.벌써 수십 번을 봤는데도 봐도 봐도 재밌고 슬프다.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탁월하고 배역들마다 어쩜 그렇게 그 시대를 잘 반영해서 표현했는지 밤을 새우면서까지 두 드라마를 보았다. 요즘에도 수시로 보면서 배우들의 대사를 적어놓기도 하고 그 대사를 통해서 나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을 때면 노트에 적어 놓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 본 '폭싹 속았수다'의 광례 역을 맡았던 염혜란 배우의 대사는 내 핸드폰 프로필 사진에 올려놓기도 했다. 엄마가 나에게 말해주는듯한 위로가 되는 대사여서 읽으면 울컥하면서 힘을 얻고 있다.
살면 살아져. 살다 보면 더 독한 날도 와. 살다가 살다가 똑 죽겠는 날이 오거든
가만 누워 있지 말고 죽어라 발버둥을 쳐. 죽어라 팔다리를 흔들면 꺼먼
바다 다 지나고 반드시 하늘 보여. 반드시 숨통 트여.
- 염혜란 (광례),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중 -
살면 살아진다는 말이 야속하기도 했다. 숨 쉬면 당연히 살아지는 거지 뭐! 그래서 그래서! ....
그 뒤에 말로 나는 참아왔던 울음에 어리광을 부리는 아이처럼 훌쩍거리면서 광례 엄마가 말하는 글을 따라가보았다. 깊은 바닷속에서 그녀의 팔이 바위에 끼었었다. 그녀는 죽을힘을 다해 깊은 바닷속에서 숨을 참으며 발버둥 치며 올라오는 장면이 보이면서 그녀의 처절한 삶이 보였다. 그래 그렇게 살아지는 거지 ..어제의 일들이 매일 일어나는 일들은 아니었어 나는 잘할 수 있거든 지금도 잘하고 있어 그러니 잘 살자!말과 글은 이렇게 사람을 살린다. 광례 엄마의 말로 수많은 사람들이 울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힘을 얻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