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말. 말.

by 도르가

같은 말을 또 할 때

회사에서 이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끔 같은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며칠 뒤 또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어본 적이 있다.

“이사님, 그 이야기 엊그제 한 거 아세요?” 이사님은 안다고 말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또 같은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때부터는 굳이 말하지 않고 그냥 듣게 되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사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종종 했던 이야기를 또 하게 된다. 어떤 때는 알면서도 반복하고, 어떤 때는 이미 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 정말 기억을 못 해서일까.

심리학에서는 이런 반복을 단순히 기억력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사람은 자신에게 의미 있었던 경험을 여러 번 꺼내어 말하며 그 감정을 다시 체험한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순간, 억울했던 사건, 스스로 자랑스러웠던 기억은 반복을 통해 더 또렷해진다.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행위는 어쩌면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스스로를 설명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정보는 빠르게 흘러가고, 오래된 기억은 더 또렷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오래전 장면은 생생한데 어제 나눈 대화는 희미해지기도 한다. 이때의 반복은 의도라기보다 자연스러운 현상에 가깝다. 문제는 듣는 사람의 피로다. 반복이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인 방출이 될 때, 우리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부담을 떠안게 된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사랑은 상대를 이해하려는 능동적 노력이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며, 관심과 책임, 존경과 지식이 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 문장을 떠올리면, 누군가의 반복되는 이야기를 듣는 태도 역시 관계의 한 장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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