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딸에게 쓰는 21일간의 편지-열한 번째

by 도르가

엄마보다 잘하네!


오늘은 네가 해준 봄동 비빔밥을 혼자 다시 만들어 먹었어. 같은 재료, 같은 방법으로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네가 해준 그 맛이 나지 않더라. 처음에는 '내가 뭔가 빠뜨렸나?'하고 레시피를 다시 떠올려봤는데, 딱히 다른 점이 없었어. 그러다 엄마의 음식이 생각났어. 음식은 레시피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지. 거기에는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들어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 딸내미가 만든 밥에는 너의 마음이 듬뿍 담겨

있었어. 엄마가 만든 거랑 완전히 다른 맛이 났던 거야. 딸내미 집에 오면 봄동 비빔밥을 주문해야겠어.

"여기요~! 봄동 비빔밥 하나 만들어 주세요" 하고 말이지.


축복짱은 자취를 하면서도 배달음식을 싫어하지.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참 대견

하더라. 엄마가 재료를 손질해서 소분해 주면, 그걸로 또 자기만의 방식으로 맛있게 요리해 먹는 너를

보면서 '이 녀석은 어디 가서든 잘 살아가겠구나'하는 안도감이 들었어. 혼자 지내면서, 아침에 일어나 밥챙겨 먹는 것 하나도, 사실은 꽤 많은 의지와 부지런함이 필요한 일이거든. 그런데 너는 그걸 아주 잘해내고 있어서 대단해.


사람들이 '한국인은 밥심이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처음에는 그냥 흘려들었어.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그 말이 얼마나 진실인지 실감하게 되더라. 몸이 지칠 때 따뜻한 밥 한 끼가 주는 힘, 마음이 텅 빈 것

같을 때 정성이 담긴 음식이 주는 위로는 생각보다 훨씬 크거든. 그리고 그 음식에는 늘 누군가의 손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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