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이건 이제 그만두고 싶다

비밀의 끈

by 도르가

'질기고 단단한 끈'

12월을 마무리하면서 생각의 끈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마음 깊이 숨겨둔 비밀 같은 것 하나.

사람의 관계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정으로, 미련으로, 그 무엇이든 끈으로 연결되어 쉽게

끊을 수 없는 끈으로 연결되어 그것을 끊으려 해도 잘 끊어지지 않는 질기고 단단한 끈이다. 나에게도 연결되어 있는 끈들 중 몇 년을 괴롭히는 끈이 하나 있다. 오늘 챌린지의 글감이 '이제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 드는 것을 쓰라는데, 툭하고 튀어나오는 '비밀의 끈'하나가 생각이 났다. 잊을만하면 생각나는 끈! 연결하고 싶지 않은 끈. 다시 묶기 싫은 끈. 그렇다고 소리 내어 싹둑 자를 수도 없는 끈. 내가 가지고 있는 '끈'은 소리 없이 사라져야 하는 끈이다.


그건 가시였다

단단하게 나에게 걸려있는 끈은 내게 목에 걸려 있는 생선가시 같은 존재인 것 같다. 생선의 가시는 함부로 뺄 수가 없다. 뱉어내려 하면 더 깊이 박히는 것이라 잘못하다가는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큰 가시가 아니라 잔 가시가 목에 걸려 아주 불편하다. 물에 밥을 말아서 크게 한술 떠서 밥 물을 그냥 꿀꺽 삼켜보지만 쉽사리 가시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아주 불편하고 때론 불쾌함도 있는 상황이 나는 싫다. 손가락을 넣어 확 빼고 싶지만 가시는 쉽사리 빠지지 않고 잘 보이지도 않은 그 상황이 짜증이 나기도 한다.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내 목이 불편함을 느끼다 며칠이 지나면, 느끼지도 못할 만큼 아무렇지도 않은 순간이 왔다. 가시가 스스로 녹아 없어진 것이다. 내가 가시를 뽑지 않겠다고 한 것은 그 가시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정리가 될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 이렇게 나를 불편하게 할 줄 몰랐다. 그러나 나는 기다린다. 스스로 사라질 때까지.


그만두고 싶은 비밀의 끈

나는 얽히고설킨 사람과의 관계를 싫어한다.

사람과의 관계를 비밀의 끈이라고 부른다.

다시 묶기 위한 끈이 아니라, 소리 내어 자를 수 없는 끈이기 때문에, 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관계가 있다. 설명하는 순간 누군가가 다치고, 상처를 입고, 말하는 순간 그동안 조심스럽게 해온 모든 균형이 한순간에 무너질 것 같은 관계가 될 것 같아서 침묵하는 끈, 비밀의 끈으로 숨겨 놓았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비밀의 끈은 주변 사람들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일상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흘러간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혼자 있을 때, 문득 찾아오는 불편한 감정, 갑자기 보이는 특정한 단어, 특정한 장소, 특정한 계절이 오면 몸이 먼저 반응을 한다. 내 무의식에서 올라오는 불순물이 느껴진다.

나는 끈을 잡고 싶지 않다. 끈을 단번에 자르고 싶지만 가위로 자르는 순간 나에게 다가올 파편들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솔직히 두렵기도 하다. 말하지 않아야 할 것들, 드러내지 않아야 할 진실들, 지켜야 할 사람들. 그래서 나는 이 끈을 당장 자르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 조금씩 비밀스럽게 느슨하게 풀어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닳아서 낡아질 끈이기 때문이다. 신경 쓰이지만, 침묵해야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마모되어 가고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그러면 어느 날 불편했던 내 목에 가시는 더 이상 사라져 있을 것이다.


비밀의 끈을 굳이 잡지는 않는다

언젠가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을 때가 올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지금 내가 숨겨놓은 비밀의 끈이 끊어지지 않고 낡아서 그대로 너덜너덜 거려도 나는 그 끈을 다시는 잡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불편했던 목 안의 이물감도 조용히 사라져 있을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보이지 않도록 가장 조용하고 가장 단단한 마침표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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