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되지 않는 그리움

시간이 지나도 마음에서 내려가지 않는 감정에 대하여...

by 도르가

그리움의 길이

마음이 고요한 어느 날에도 그리움이 올라온다. 요즘이 그렇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쓰는 전자책의 제목은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스물한 장의 편지를 써놓고도 울컥한 마음에 몇 달 동안 마무리를 못했다. 12월이 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올해는 꼭 한 권의 전자책을 내고 싶었고, 아빠에게 선물을 해드리고 싶었다. 하루 한 장씩 편지를 수정을 하면서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그날들이 생각났다. 그리움이 쑥 하고 올라왔다. 하루쯤 울고 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희미해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부모님을 향한 마음도, 보고 싶다는 말로는 다 담기지 않는 감정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 마음에 머문다.


그리움은 이상하다. 사라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독립투사처럼 어디에서 숨어 있다가 어느 날은 가슴을 콕 찌르고, 어느 날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조용하다. 울다가, 웃다가, 또 그리워하다가 그렇게 하루의 길이를 바꿔 놓았다. 도대체 그 길이가 얼마나 길까? 그리움은 몇 개월일까? 몇 해면 이 마음이 희미해 질까? 사람들은 말한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하지만 사람마다 그리움의 길이는 다르다. 어떤 이는 평생 가슴에 안고 수시로 찔러대는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고, 해결해 줄 수 없는 그리움의 길이....


누구나 아픔을 겪는다

처음의 그리움은 날카로웠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 가운데를 콕콕 찌른다. 주먹을 쥐고 가슴을 쳐봐도 소용이 없다.일상의 틈마다 끼어든다. 뭘 잘못 먹었을까? 소화제를 먹어보지만 소용이 없다. 쉬면 나을까? 하면서 일찍 잠을 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리움은 조금씩 모양을 바꾸어 다시 찾아왔다. 날카로운 칼이 무뎌졌나 보다, 돌이었던 것이 주머니 속 작은 조약돌이 된 것 같다. 체끼 내려간 속 시원함은 없지만 어제든 찾아와도 견딜만 하다. 담담해졌나 보다. 시간이 지나 다시 찾아온 그리움은 희미한 미소로 그날을 회상한다. '그래, 그때 그랬었지.' 하며 담담해진다.



당신 안에 그리움

당신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을까. 아직은 너무 선명해서 차마 말을 꺼내기 어려운 그리움은 지금 어디쯤에 있을까요. 저도 알고 있어요. 지금의 감정의 이름은 슬픔이기도 하고 눈물이기도 하고 먹먹하여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이 섞인 '소화되지 않는 그리움'입니다. 나의 그리움의 길이가 얼마이든 담담함이 찾아오길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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