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끊어질 것 같은 날들
우리가 살아가는 힘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늘 평안했던 날들인데 어느 날 갑자기 힘든 일이 훅! 하고 찾아온다. 살다 보면 인생은 내 마음대로 잘 되는 일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뉴스나 주변을 보면 너무 잔인하게 중요한 사건을 아무 예고 없이 만난다. 부모를 잃고, 자식을 잃고, 함께 늙어가리라 믿었던 배우자의 사별도 이 모든것은 슬픔이라는 단어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마음의 균열로 찾아온다. 삶의 중심이 통째로 무너지는 일이다. 그리고 꼭 죽음만은 아닌 것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조용히, 예고 없이 삶을 무너뜨린다.
보이지 않는 감정의 선 위에서 줄타기를 하듯 심장이 쿵쾅 거리고 가슴 한가운데 무거운 돌덩이를 얹은 듯
답답하다. 사람의 관계는 줄타기를 하듯 서로의 감정을 넘나든다. 때론 그 선이 끊어지기도 하고, 끊어진
뒤에도 끊어질 줄 모르고 나만 덜덜 거린다. 누군가는 화가 나서 말을 뱉고 누군가는 그 말을 아무 준비
없이 마음에 담아 버린다. 맞은 사람의 마음에는 예고 없는 폭탄이 떨어진 것이다.
평안한 하루, 덤덤한 하루, 아무 일도 없었던 날들이 감사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이 답답하다.
아마도 예고 없이 떨어진 폭탄의 후유증인 것 같다. 나만 느끼는 이 무거운 돌덩이가 버겁다.
크게 울지도 못하고 아무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아픔. 살아갈 힘의 끈이 조용히, 아주 조용히
풀려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힘의 끈은 누구나 다 갖고 산다. 사람들은 이런 순간을 어떻게 통과하며 살아갈까? 그리고 나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지만, 오늘은 그게 잘 안된다. 덤덤하게 견뎌보며 나의 시선을 다른곳으로 돌려본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뛰어볼까? 해보지만 그럴 기운이 없다.
나이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
나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
젊을 때야 관계를 쉽게 끊어버린다지만, 나이가 먹을 만큼 먹고 나니 끊는 것도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