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각자의 냄새가 있다
사람마다 체취가 다르다. 말투가 다르고, 숨 쉬는 리듬도 다르고, 삶을 바라보는 방향도 다르다.
어떤 사람은 말 한마디를 건네는 데도 온기가 느껴지고, 어떤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괜히 마음이 불편해진다. 우리는 종종 그것을 '나랑 안 맞아'라고 표현한다. 결이 다른 사람, 언어가
다르고 취향도 달라서 난감할 때도 있다. 어릴 때는 싫으면 안 만나면 되었고, 마음이 가지 않으면
돌아서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조직과 공동체 안에 들어가면
나와 결이 맞지 않고 안 만나고 싶다는 선택은 점점 줄어들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함께 일을
해야 하고, 불편해도 얼굴을 맞대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그때 우리는 종종 생각한다.
왜 이렇게 맞지 않는 사람을 내가 만나야 할까? 생각해 보면, 내가 누군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를 마음에 들어 할 이유도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낯설고 불편할 수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를 승인한다는 뜻이 아니다"
시지프 신화 - 알베르 카뮈 -
이 문장은 우리에게 중요한 여지를 남긴다. 이해는 동의가 아니고, 받아들임은 좋아함이 아니다.
모든 사람을 좋아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 사람의 존재를 부정할 이유도 없다. 우리는 서로 다른
냄새를 가진 채 같은 공간을 살아간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한다면 상대의 모습이 달리 보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는 것들
상대에게도 장점과 단점이 있다.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장점을 그 사람이 가지고 있을 수 있고,
말이 거칠지만 결단력이 있을 수도 있다. 감정 표현은 서툴지만 책임감이 강할 수도 있다. 나와 맞지
않는다고 외면할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라도 배울 수 있다면
그 만남은 의미를 갖는다. 참고 만나보라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 나를 소모하지 않으면서도
성장할 수 있는 시선에 대한 생각을 해보면 좋겠다.
좋은 사람을 만날 때보다 불편한 사람을 만날 때, 우리는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말 한마디를
삼키게 되고, 행동 하나를 돌아보게 될 때 나는 조금씩 내가 어떤 사람이지 알게 된다.
"복수성은 인간 조건의 본질이다."
인간의 조건 - 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 -
사람은 원래 서로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다르기 때문에 배움이 생긴다.
모두 나와 같았다면, 우리는 서로에게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
우리가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이유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사랑해서도 아니고, 이해해서도 아니다. 그냥 이미 같은 세상에 태어났고,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고, 결국 누군가와 엮이며 살아간다 그래서
중요한 건 "누구와 살 것인가"보다 "어떻게 만날 것인가"일지도 모른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그 사람이 나오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 다름 속에서도 내가 지켜야 할 태도를 선택하는 것. 그것이
어른의 관계가 아닐까. 우리는 각자의 향기 속에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다.
나는 나만의 향기가 변하지 않도록 오늘도 나를 사랑하자.
"사람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능력은 삶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이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