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이 머무는 자리
윤슬, 함께 반짝이는 마음
반짝이는 해를 보면서 윤슬이 생각났다.
바다나 호숫가에서 햇빛이 물 위에 닿을 때 생기는 은빛의 흔들림을 나는 좋아한다. 물결 위에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는 반짝.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을 바라보게 되는 순간의 빛. 눈부시지만 조용하고, 황홀하지만 과하지 않은 그 장면을 나는 오래 생각했다.
사람과의 관계도 윤슬이 자리하는 사람이 있다.
윤슬은 혼자 생기지 않는다. 해가 있어야 하고 물이 있어야 하고 미세하지만 흔들리는 결이 있어야 한다. 가만히 멈춘 물 위에는 윤슬이 오래 머물지 않는다. 빛은 언제나 움직임 위에서 태어나듯이 사람과의 관계 속에도 빛나는 마음을 가진 이들이 많이 있다. 우리는 누구나 빛나고 싶어 하고, 잘하고 싶어 한다.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우리 모두에게 있는 마음이다. 그 마음에 성취의 순간이 다가오면 우리는 모두 반짝이는 순간을 맞이한다.
윤슬이란
햇빛이나 달빛이 물결 위에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
솔직히 말하면, 나도 가끔은 반짝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내 빛이 더 선명했으면 좋겠고, 내 자리가 더 눈에 띄었으면 좋겠다. 그 마음은 욕심이지만, 동시에 아주 인간적인 마음이다. 문제는 그 욕심이 시기와 질투를 데리고 올 때라 생각한다. 그때부터 반짝임은 비교가 되고, 경쟁이 된다. 남의 빛은 과하게 밝아 보이고 나의 빛은 쉽게 흐려진다.
그런데 윤슬을 떠오르며 생각이 난 것은 윤슬은
특정한 한 곳에서만 반짝이지 않는다. 해가 클수록, 물의 면적이 넓을 수록, 반짝임의 자리도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빛은 나눌수록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면을 비춘다. 내가 반짝일 때 누군가의 손을 잡는다면 어떨까. 그 손이 또 다른 손을 잡는다면, 반짝임은 물결처럼 번질 것이다. 나 혼자 반짝이는 빛이 아니라, 함께 반짝이는 윤슬이 된다. 그 빛은 누구의 것을 빼앗지 않고, 누구의 자리를 가리지 않는 우리의 모두의 자리를 비추는 윤슬이 된다.
반짝이는 당신
누군가의 빛을 인정하는 일은, 나의 빛이 바래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 마음의 수면을 잔잔하게 만들고, 그 위에 다시 윤슬을 띄운다. 시기와 질투를 내려놓는 순간, 반짝임은 경쟁아 아니라 풍경이 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반짝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 풍경을 오래 보기 위해서는 그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서있어보자. 내가 빛날 때 손을 내밀고,
누군가가 빛날 때 진심으로 박수 쳐주는 하루,
그럴 때 우리의 삶은 한 점의 불빛이 아니라,
넓은 수면 위에 번지는 윤슬처럼 빛날 것이다.
고마웠던 사람들
나의 손을 잡아 주었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 고마움이라는 감정은 단순한 호의나 일회성의 도움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해지는 것은 고마움은 나의 과정 속에 함께해 준 사람들의 사랑이었다고 생각이 된다. 어려운 시기에 말없이 기도해 주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내 사정을 모두
알지 못해도, 나의 시간을 마음에 품고 당신들의 기도 속에 나를 올려주던 사람들. 그 기도는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내가 무너지지 않게 나를 단단히 붙잡아준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 마음이 힘들어 밤이 길어질
때, 내 이야기를 몇 시간이고 끊지 않고 들어주었던 언니도 있었다. 해결책을 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저 나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전화가 너머로 들려오는 나를 토닥토닥해주는 그 목소리가 참 감사했다. 나는 다시 숨을 고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함께 매일 성경을 읽었던 사람들, 필사를 하며 같은 문장을 같은 속도로 따라 써 내려가던 사람들,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격려했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각자의 자리에서 다른 하루를 살았지만,
같은 문장을 불잡고 같은 생각을 했었다. 그 시간들은 특별한 시간도, 대단한 결심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반복 속에서 나는 혼자 아니라는 확신을 얻었다. 삶을 혼자 해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게 되었다.
이렇게 돌아보니 내가 받은 고마움은 잔잔한 윤슬과도 같다. 손을 꼭 잡아주기보다, 손을 놓지 않았던
사람들. 그들이 있었기에 나의 속도로 걸을 수 있었고, 나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고마움의 기억은 12월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내 마음에 저장이 되었다. 글을 쓰면서 고마움을 정리하려는 것이 아니라, 고마움이 어떤 모습으로 내 삶에 머물렀는지를 기록하고 싶었다. 말로 다 전하지 못한 마음들이 글 속에 남아 언젠가 다시 꺼내 읽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나의 손을 조용히 붙잡아 준 윤슬이
당신의 삶에도 떠오르기를 바랍니다. 고마움이 감사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