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내가 되고 싶은 모습

현재 진행형

by 도르가

내가 그리지 않아도 완성되는 풍경들

작년인 것 같다. 발왕산 정상에 올라 찍은 사진 중 지금도 가끔 꺼내보는 사진이 있다.

산의 정상에서 숨이 턱, 하고 막혔다. 힘들어서가 아니라,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 나를 멈추게 했다.

겹겹이 포개진 산들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푸른색은 짙어졌다가 옅어지며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어디부터가 산인지 경계가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아. 이건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풍경이 아니구나.

산산이 겹친 골골마다 어찌 저런 풍경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붓도 물감도 없다. 계절과 시간과 빛만으로 이토록 완벽한 조화를 그려내는 이 풍경에 감탄만 나왔다.


그리고 싶었다. 손가락을 꺼내어 저 능선 위로 나의 마음을 얹어서 조심히 그림을 그렸다. 저 멀리 흐릿해지는 산자락에는 말하지 못한 마음들을 살짝 그려놓았다. 한 해를 살아오면서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직접 해야 하고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 살아야 하고,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무언가를 끊임없이 증명하고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아왔었다. 하지만 산 앞에 서니 그 모든 생각이 부질없어짐이 느껴졌다. 우연히 꺼내 본 사진첩엔 그때의 마음이 담겨 있다. 나는 내년에 뭐가 되고 싶을까?



현재 진행형

나는 오랫동안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가끔은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떠한 대상이 있을 때 그 사람을 보면 부러움에 한 말들이 많았다. 나는 될 수 없을 거니깐, 말이라도 해서 나를 위로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좀 달라졌다.

'어떤 사람이 되겠다'라고 구체적인 생각들을 하고 있다. 산 아래에서 정상을 올려다보는 것처럼 아름답고, 숨이 막히도록 멋지지만 그 길에 내 발을 실제로 올려놓았고, 나는 산 정상에서 한 장의 사진을 찍었던 것처럼, 나는 그때를 기억하며 작년보다 올해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부러웠던 나의 말 뱉음은 '나도 해봐야지'로 변하고 있다. 한 계단씩 올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올라가다 지치면 잠시 숨을 고르고 물 한잔 마시고 여유를 주고 있다. 아직은 나의 체력이 단숨에 올라가는 것이 버겁다. 나는 지금 현재진행형이다.


불편한 것도 해보는 사람

살아가면서 내가 생각해 보지 않던 것들을 만날 때가 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고,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하기 싫은 것이 있었다. 그런데 내년에는 내가 불편하다 느끼는 것들을 해볼 생각이다.


오늘부터라도 잠시 스마트폰을 끄고 마음을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머물게 하며 또렷이 깨어 있으면 어떨까. 즉 지금 이 순간 자신의 호흡은 어떠한지,

몸의 각 부위는 어떤 상태이고, 마음은 어떤상태인지를, 있는 그대로 가만히 느끼는 마음 챙김을 해 보는 것이다.

'흔들릴 줄 알아야 부러지지 않는다' 135페이지 중 -


필요한데 불편한 것이 나에겐 '책 읽기'였다. 그래서 시작한 책 읽기가 이제는 습관이 되어 내 몸과 마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또 하나 현재에 내 마음을 머물게 하는 훈련을 하고 싶다.

올해 읽은 책 중 심리학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책들을 선정할 때 내 마음이 이끄는 데로 선정을 했었다. 사람들에게 가장 약한 것을 채워주고 싶었다. 남을 챙기다 보면 참게 되고 배려하게 되는 것에 자신의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고 나면 정작 챙겨야 할 나 자신은 챙기지 못해서 자신을 잘 돌볼 수 있는 지혜를 함께 얻고 싶었다. 지금은 모두가 함께 지혜를 얻고 있다.

내년엔 어떤 불편한 것이 다가올지 궁금해진다.



사람을 삶 속에 기록하는 사람

요즘은 특별한 날에만 글을 쓰지 않고 있다. 매일 글쓰기를 하면서 평범한 하루, 지나간 대화,

마음에 오래 남은 장면하나, 기억나는 오랜 추억들,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로 내 글이 시작된다

26년에도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글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낸 오늘을 글로 쓰는 사람이

될 것이다. 부러움 속에 읊조린 '되고 싶다'를 떨쳐버리고 '나는 글 쓰는 작가로 계속 살아간다.

나의 기록들이 누군가에게는 자기 마음을 설명할 수 있는 문장들이 되게 하고 싶다.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나이를 먹는 만큼 자기만의 품격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고 작가이고 싶다.

지금 하고 있는 회사도 분명 올해보다 내년이 더욱 잘 될 것이다. 올해 마음고생을 좀 했지만,

괜찮다. 누구나 겪어야 할 고생 총량의 법칙이 있으니 나는 지금 그 시간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굳은 날이 있으면 맑고 화창한 날도 오니깐 상관이 없다.


정상에 오른 산의 풍경처럼 내가 계획하지 않아도 완성되는 계획들을 나는 믿고 있다. 산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나도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을 것이다. 기대가 많이 되는 26년이다. 잘 살아 보자! 열심히 살자! 최선을 다하자! 내 손가락으로 그린 그림 속에는 그분의 놀라운 계획이 숨어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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