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물 09

고양이 눈 속으로 들어가는 것

by 괜찮은


나의 임시거처는 비닐하우스

좁지만 아늑한 곳이다

무엇보다 좋은 건 나의 존재를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


나는 둥근 원이다

성격도 외모도 군더더기 없이

자연스럽게 빛나는 하얀 원

작은 눈은 콤플렉스다


그녀를 보았다

새 일터를 구해 들어간 곳

내 옆자리에 그녀가 있다

같은 흰색인데 그녀는 다르다


관리자가 직무 교육을 위해

나에게 송곳 같은 말들을 찔러 넣을 때도

나는 작은 눈에 들킬세라

힐끗 그녀를 훔쳤다


그녀는 고양이 눈이다

반쯤 감긴 도도한 눈에

은은한 백합 향기가 나는

흰 고양이다


최면에 걸린 듯

세상이 온통 흰 고양이 눈이다

나의 원이 흔들리고 있다


회의 준비가 덜된 관리자는

나와 고양이 눈을 방치한 채

화면 속에 갇혀 있다


불이 꺼진 회의장 안

어디선가 부드러운 손이 나를 잡아끌어

깊은 고양이 눈 속으로 삼켜버렸다


프로젝터 불빛에 비친

아름다운 고양이 눈빛에

목이 졸린 듯 답답하다

붉은 듯 황홀하다




아래에 고양이 눈에 삼켜진 작은 눈의 둥근 원이 있습니다




















나는 '단추'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오늘의 사물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