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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월차선 May 28. 2023

도서관에서 욕을 삼킨 날

비가 오는 일요일 오후였다.

집에서 점심을 먹고 쉬고 있었다.

'우리 비도 오는데 도서관이나 갈까?'라고 아들에게 물어보았다.

'응 좋아 책 보러 가자'

마침 무료함을 느끼던 아들도 동의를 하였고, 우린 도서관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10분여 만에 도착한 도서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나 비가 오고 있어 그런지 더욱 붐비는 모습이었다.

도서관 입구에 들어오자마자 우산의 빗물을 털고 우산 꽂이에 꽂았다.

그리고는 아들과 함께 1층에 있는 어린이 자료실에 갔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은 도서관에서 학습만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여러 가지 시리즈가 있는데 오늘은 그리스 로마신화를 집어왔다.

집에서는 오래 앉아있기 힘들어 하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때는 꿈쩍도 하지 않고 책만 본다.

중간에 재미있는 부분이 있는지 킥킥대며 읽는 모습이 귀엽다.



나도 책을 고르기 위해 문헌정보실에 찾아갔다.

요즘 나의 관심은 경제/경영 분야이다.

주식, 부동산 등의 재테크를 포함하여 경제/경영은 앞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점에 가면 신간이나 베스트셀러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요즘 시대의 트렌드를 손쉽게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도서관은 오랜 책들도 함께 있어 책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실제로 예전에 발간된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들어서 신권을 사는 경우도 많았다.


'오늘은 무슨 책을 읽어볼까?'

마음속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책들을 살펴본다.

부동산, 주식 등의 재테크부터 사업, 창업 등의 비즈니스까지 관심만 있으면 무슨 책이든 빌려 볼 수 있다.

경제/경영 관련 책으로 가득한 책장이 10개 가까이 있는 것으로 보아 합치면 천권은 될 것 같았다.

평생 노력해도 다 보기는 힘들거라 생각하며 책들을 살펴보았다.


'아니 이게 뭐야?'

책을 하나 집어 책장을 넘기다가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이유는 바로 누군가가 책의 내용에 펜으로 밑줄을 그어놓은 것이었다.

다 같이 돌려 보는 도서관 책을 마치 자신의 책인 마냥 표시를 해둔 흔적을 보니 화가 치솟았다.

'이럴 거면 사서 읽을 것이지 나쁜 X 같으니!'

차마 소리를 낼 수 없어 속으로 욕을 삼키고 다른 책을 꺼내보았다.

문제는 다른 책 역시 누군가가 열심히 밑줄을 그어 두었다.

이후에 4~5권을 꺼내서 펼쳐 보았는데, 1권을 제외하고 모두 밑줄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어떤 책에는 중요단어마다 동그라미까지 쳐놓고 간단하게 코멘트까지 적혀 있었다.

책의 제목과 목차만 보았을 때 마음에 들어 읽어 보려고 했던 마음이 모두 사라졌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무슨 마음으로 했을까'

처음에는 분노로 욕이 나왔으나 나중에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상황을 마주하고 화를 낼 것 같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범인을 잡으려면 도서관 사서가 대출, 반납 시 책 안의 상태를 점검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현재의 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잡기 위해 비용을 더 써가면서 인력을 늘린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정말 기록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반드시 책을 사서 읽어야 한다.

도서관은 시민 모두를 위한 공공의 자산이다.

개인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이 피해 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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