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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월차선 Oct 30. 2023

동료 평가

평소와 같이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한 통의 메일이 왔다.

'나와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를 평가해 주세요'

메일을 열어서 자세히 보았다.

나와 함께 일을 하고 있는 익숙한 동료들의 이름이 보인다.

평가 대상은 1~2명이 아닌 자그마치 7명이었다.


연말이 다가오면 직장인들이 피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평가'이다. 

일반적으로는 상사가 부하직원을 평가한다.

하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상사가 부하직원을 평가할 때 참고 할 수 있게 동료 평가 항목이 추가되었다. 


'내가 동료를 평가할 자격이 있을까?'

10년 넘게 평가를 받아보기만 했던 내가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과분하다고 느껴진다.

다행스럽게도 매정하게 점수를 매기는 것은 아니다. 

대신 동료에 대해 느꼈던 생각을 서술형으로 적게 되어있다.

써야 하는 칸은 두 칸이 있는데 바로 장점과 바라는 점이었다.


먼저 장점을 작성해 본다.

'논리적이다' '친절하다' '열정적이다' 등 장점을 적는 일은 거침없다.

적다 보니 문득 동료들에게 이렇게 많은 장점들이 있음에도 그들에게 직접 이야기해 준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회사에서 종종 커피타임 또는 퇴근 이후 술자리 같은 곳에서 직접 이야기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 바라는 점을 작성해야 한다.

빠르게 써 내려간 장점들과 달리 바라는 점을 쓰는 데는 머뭇거림이 생긴다.

그런 것들이 없거나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바라는 점이란 곧 그 사람의 단점 또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평가자의 실명이 비공개로 진행이 되기에 좋지 않은 이야기들을 쓴다는 것은 동료를 '험담'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  '긍정적으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등 적나라하게 쓰는 것보다는 최대한 기분이 상하지 않게 돌려서 작성을 해본다.

부탁하는 어조와 이모티콘을 조합하여 동료들의 기분이 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단점 없음' 이런 식으로 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평가를 받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을 때 '성의 없다'라고 비칠 수 있을 것 같아 최소한의 할 말을 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동료들에 대한 평가를 완료했다.

물론 나에 대해서 다른 동료들도 똑같이 평가를 하고 있을 것이다.

결과를 보지는 못했지만 나의 회사생활을 곱씹어본다면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지 짐작이 간다.

동료들 또한 나에 대해 돌려서 말을 할 것이기에 장점보다는 단점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얄팍한 회사의 농간일 수도 있으나 어떤 내용이 있든 마음에 크게 담아두지 않으리라 마음먹어본다.

그래도 멘털관리를 위해 살살(?) 적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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