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회사 부서 내에서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선배가 있었다. 발음 이런 것이 좋다기보다는 조용조용하게 말하면서도 끊김 없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있었다.
하루는 그 선배에게 물어봤다. "선배님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하셨길래 이렇게 잘하시나요 혹시 해외 연수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러자 선배 왈, "아니 연수는 간 적이 없고 그냥 전화영어를 5년 넘게 했어 그것만 잘해도 충분해" 전화영어? 이틀에 한번 꼴로 하루에 10분 남짓 통화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건가?
운 좋게도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전화영어 신청만 잘하면 비용을 지원을 해준다. 나도 몇 번 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1~2개월 하다가 그만둔다. 가장 큰 이유는 '부담감과 불편함'이었다
Good morning, how are you? 수화기 너머에 있는 강사는 매번 같은 인사를 한다. 나에게는 이것도 부담이다. '파인 땡큐는 쓰면 안 되지'라는 생각에 I'm good 또는 I'm great라고만 했다. (만약에 not good이나 tired, bad 요런 부정적인 말을 하게 되면 강사는 반드시 그 이유를 물어본다. 마음은 나의 감정을 있는 대로 설명은 하고 싶으나 뇌가 정지하고 버벅대는 입 때문에 한숨만 나왔다.
'오늘도 전화영어 오겠구나' 전화영어 수업이 시작하기 전부터 조용히 앉아서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은 무슨 말을 할 지에 대해 고민만 하고 있다. 막상 전화가 오면 한 번에 받을 수 있는데 2~3번 진동이 온 뒤에야 심호흡을 깊게 한번 내뱉고 받는다.
전화영어는 친절하게 '응 너 여기여기 틀렸어 이렇게 말해야 돼'라고 설명도 해준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수업 내용 정리도 해준다. 게다가 그곳엔 통화했던 내용도 녹음이 되어 있어 다시 듣기도 가능하게 되어있다
예전에 한번 다시 듣기를 했다가 경악한 적이 있다. '내 발음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건가. 도대체 강사는 어떻게 이걸 알아들었을까'하는 좌절감을 느끼고 다시 듣기를 하지 않았다. 20여 년간 영어를 도대체 제대로 공부 하기는 한 건지.. 자존감이 팍팍 내려갔다.
회사에서도 해외 고객들이나 외국인 동료들과 전화 통화하거나 미팅을 한다. 내 발음을 알기에 자신감이 내려가고 긴장이 된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 들리던 단어도 안 들리게 된다. 내용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빈번했고 자연스레 영어를 쓰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좋아하는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하면서 하나 깨달은 것이 생겼다. 당시에 나는 스타크래프트 게임 영상을 편집하여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었다. 단순히 영상을 자르고 붙이고 자막을 입히는 연습으로 올렸는데, 영상편집을 하면서 녹화되었던 내가 게임하면서 무엇을 잘했는지 무엇이 부족한지에 대한 것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다음 게임을 할 때는 그런 부분들을 더욱 신경 쓰기 시작했다. 영상을 만들어 나갈수록 나의 게임 실력도 향상이 되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 보니 승률도 올라가게 되면서 게임이 더 재미있어졌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 영어공부를 이런 식으로 하면 실력이 늘어날 수밖에 없겠네!' 내가 영어 하는 모습을 녹화 또는 녹음을 하고 다시 들어보면서 잘 못된 부분을 다시 고쳐나가는 과정, 이것이 정말 효과가 좋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효과가 있었냐고? 사실 나도 시작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넷플릭스를 통해 미국 드라마를 보고 공부를 하는 중인데 녹음을 하면서 나의 발음을 들어보고 있다.(정말 참고 들어주기 힘들지만 어쩔 수 없다. 나아지겠지) 하루에 영어공부 20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평일에 시간 할애가 쉽지가 않다. 하지만 반드시 지켜보고자 한다. 그리고 불편한 전화 영어도 포기 않고 할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레 배운 모국어와 달리, 문법 위주로 배워왔던 영어가 불편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영어 공부를 하는 하나의 방법을 우연히 알게 된 것에 대한 배경에 대한 내용이고, 3개월 뒤에 과연 변화가 생긴다면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해 볼 예정이다. 분명히 지치고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을 먹었으니 과정을 기록해보면서 도전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