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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애환

고과 평가가 뭐길래

by 추월차선

11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11번의 고과 평가를 받았다. 회사에서는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직원들에 대해 평가를 한다. 평가 결가는 부서장과 일대일 면담식으로 진행이 되며, 회의실 같은 조용한 곳에서 마주 앉아 그 결과를 듣는다.


나도 입사 초기에는 회사에 자부심을 가지고 임원 이상이 되겠다 또는 이 곳에 뼈를 묻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입사 때 받았던 입문교육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런 것은 불가능하고 또 그렇게 되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왜냐하면 회사는 개인을 책임져 주지 않기 때문이다. 백 번 잘하더라도 한 번의 실수로 일을 그만두게 될 수도 있고 회사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인력을 감축할 수 있다. 평생 회사밖에 모르고 다니다가 어느새 나이가 들고 나면 가차 없이 쫓겨날 수도 있는 문제이다. 직급이 높을수록 그만둬야 할 시기가 앞당겨진다. 그래서 회사에서 크게 성공해서 잘 되고 싶은 마음보다는 무난하게 그리고 길게 다니고 싶다. 자연스레 고과 평가에도 연연하지 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고과를 잘 받으면 진급 외에 월급이 오른다.

직장인의 수입을 늘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그 금액을 월별로 나눠 보면 크지 않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한턱을 낸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고과가 큰 의미는 없고 생각한다.


그런데 상 고과를 받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 상사는 미안해하며 몇 가지 변명을 하면서 추후에는 잘 주겠다고 위로를 해준다. 당사자는 애써 담담하게 알겠다고 대답하지만 속상하고 싫은 표정을 감추기 어렵다. 여파는 꽤 오래간다.


사람이 심리가 그런 것이 아닐까. 떤 사람이든 직장에서 고과를 못 받으면 씁쓸하다. 마치 1년 동안의 회사 생활을 망 느낌이다. 아니 1년을 헛되게 보낸 기분이다.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고 손해 보는 느낌이다. 자신보다 더욱 능력 없어 보이는 사람이 운 좋게 상위 고과를 받는 경우도 보게 된다. 허무하면서도 짜증이 난다.

회사 게시판에도 익명으로 고과 평가에 대한 불만 글로 도배가 된다. 가가 공평하다 또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등의 내용이 주된 내용이다.

넷플릭스 CEO 헤이스팅스 리드의 "규칙 없음"이라는 책에서 HR 컨설팅 기업 오피스팀은 2018년에 직장이 2800명 대상으로 사표를 쓰는 이유를 조사했다. 그중에 12%가 '인정을 못 받았을 때'로 나타났다. 그들은 업무에 대한 노력과 성과에 상응하는 평가나 보상을 못 받아서 그만둔다(참고로 44%로 1위를 차지했던 원인은 더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한 이직이었다)

그것으로 그만두지 못하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술집이나 집에서 속상한 마음을 술로 달랠 것이다(이것은 사실 나의 경험이다)


점수는 메기는 평가자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이다.

제한된 상위고과를 모두에게 줄 수 없기에 몇몇에게는 좋지 않은 고과를 줘야 하며(대부분은 일반 고과를 받는다) 그것에 불만을 표시하는 부하직원은 반드시 있다. 평가자도 결국 그들의 상사로부터 평가를 받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직책 때문에 부하직원의 미움을 받거나 껄끄러운 계로 회사를 다니고 싶은 사람은 없다. 평가자가 보았을 때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일을 잘한다. 그래서 공정한 평가라고 하면 그 사람들에게만 상위 고과가 계속 부여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직장인들은 연차가 쌓이면 진급에 대한 압박이 있고 거기에 상위고과 점수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업무 능력이 조금 부족해서 고과를 계속 낮게 주면 직장생활을 계속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평가자들의 고민은 깊어 간다.




반면 고과를 잘 받으면 식었던 열정이 되살아난다(물론 아주 잠깐이다). 평소에 없던 애사심도 생긴다. 기분이 좋아서 주변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꾹 참는다. 얼른 내년이 되어 계약서에 상승된 연봉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진급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커진다. 가족이나 지인들과 즐거움을 만끽하며 술 한잔 걸치게 된다. 직장 생활하면서 받는 최고의 보상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인이지만 고과에 연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연봉이 5천이냐 5천300이냐 이런 것으로는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 한 회사에 올인하는 시대도 아니다. 직장 생활 외에 N잡이나 재테크 등으로 수입구조를 늘리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실제로 직장인이면서 재산을 크게 늘려가는 동료중에 순수 고과점수로 수입을 늘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회사에서 받는 평가는 직장생활의 일부이지 나의 인생에 결부 지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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