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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

배려의 용도

by 추월차선

엘리베이터에서 가장 많이 누르는 버튼은 바로 닫힘 버튼이다. 이 사실은 대부분이 알고 있기에 크게 놀랍지 않다.

코로나로 인해 엘리베이터 버튼에 코팅이 된 항균지에서 가장 너덜 거리는 부분이 닫힘 버튼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누른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닫힘 버튼은 굳이 누르지 않아도 엘리베이터 문은 항상 닫히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누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조금이라도 빨리 원하는 층에 가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다.

다른 사람 또는 내가 마지막으로 탔을 때 항상 누른다. 한 때 닫힘 버튼을 누르지 말자는 캠페인이 있었다. 누르지 않아도 자동으로 닫히는데 굳이 버튼으로 누르면 그것도 전력 낭비가 되니 그렇게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 실천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자동으로 닫힐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짧지만 매우 길게 느껴지기 때문이다(우리 회사의 경우 대략 7~8초 정도 되는 것 같다)

얼마 안 되는 전기량보다 조급함이 우선이다.

그래서 닫힘 버튼은 결국 개개인을 위한 이기적인 것이 된다.




반면 열림 버튼은 이타적이다.

다른 사람이 타거나 내릴 때 갑자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지 않게 누른다.

그리고 문이 닫힐 때, 다른 사람이 뒤늦게 뛰어 오는 모습을 보고 엘리베이터를 잡아두기 위해 누른다. 열림 버튼은 대부분 남을 위해서 누르게 된다. 그것을 누르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열림 버튼과 닫힘 버튼은 단순한 기능 외에 버튼을 누르는 상황과 의미가 다르다.


그런데 일반적인 닫힘 버튼에 대한 인식을 조금 바꿔주는 일이 있었다.

얼마 전 회사에서의 일이다.

평소와 같이 내가 일하고 있는 사무실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사무실은 7층 건물 중 6층에 있다.

1층에서 건물을 청소해주시는 여사님과 함께 탔다. 회사에는 층마다 청소를 해주시는 분이 각각 있는데 우리 층 담당 여사님은 아니었다. 마주치면서 가볍게 목례만 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여사님은 4층을 누르고 나는 6층을 눌렀다. 일반적으로 먼저 내리는 여사님이 문 근처에 서 있고 나는 늦게 내리니까 뒤쪽에 서 있었다. 잠깐의 시간에도 휴대폰을 쳐다본다. 익숙한 침묵이 지나고 엘리베이터가 4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여사님은 내리시면서 오른손으로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을 누르셨다.

그러자 엘리베이터는 여사님이 내림과 동시에 문이 닫혔다. 내가 닫힘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나를 배려해 주시기 위해 눌러주신 것이다.

덕분에 나는 닫힘 버튼을 누르지 않고도 엘리베이터가 곧장 움직여서 몇 초의 시간을 벌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대단한 일은 아니다. 간단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나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 여사님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도 닫힘 버튼을 이타적으로 사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의식을 하면서 먼저 내릴 때 눌러보기로 했다. 나는 6층이었기 때문에 7층으로 가는 사람들을 위해 내리면서 닫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내가 내림과 동시에 문이 닫히는 것을 알 수 있다. 매우 간단하면서도 뿌듯하다.


물론 시도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내가 내리기도 전에 7층 사람의 손이 이미 닫힘 버튼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경우는 굳이 내가 누를 필요가 없다.

그래도 계속 의식하면서 습관으로 만들어 보자라는 마음에 사소하지만 엘리베이터 버튼을 소재로 글을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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