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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믈리연 Jul 17. 2024

예체능에 진심인 두 아들입니다.

'탕'

출발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일곱 명 아이들의 발이 질주한다.

잠시 뒤, 경기장 두 개의 전광판에 남초 5학년 100m 예선 4조의 결과가 뜬다.

'2위. 00번, 0 레인, 최 00,00 초등학교, 15.03'

1초라는 긴 격차를 기록하며 2등으로 통과했다.


이틀 뒤인 6월 22일 토요일.

학원차량을 타고 바둑 대회장 가 있던 둘째를 데리러 갔다. 우승하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길, 지난번처럼 화장실에서 울고 있지 않길 바라며 장대비를 뚫고 도착했다. 몇 개월째 실력이 주춤한 아이에게 그새 실패를 인정하는 능력이 생겼나 보다. 승자의 미소인지 헷갈릴 만큼 해맑게 웃으며 놀고 있었다.




첫째는 작년 12월에, 학교 육상부 동아리에 가입했다. 운동신경이 뛰어나 뭐든 시키면 단기간에 선두 자리를 차지한다. 수영을 시작한 지 몇 달도 되지 않아 연수반 선두로 섰고, 인라인스케이트도 한 달 만에 대회에 나갔으며, 축구도 수비와 공격 모두 담당하며 자유자재로 역할을 맡는다. 줄넘기 2단 뛰기, 멀리뛰기, 오래 달리기 등 운동장 운동도 거뜬히 소화한다. 돌쟁이 때 금복주 같던 살들은 어디로 갔는지, 지금은 빠짝 마르다 못해 안타까울 지경이다. 김종국 못지않은 복근을 보일 때면, 어떤 반응을 해야 하나 난감하기도 하다.


2019년 12월. 코로나로 세상이 멈췄다. 유치원 방학도, 초등학교 입학도 기약 없이 미뤄졌다. 가정 보육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와 할 수 있는 놀이는 다 했다. 부루마블, 종이접기, 요리, 티브이 보기, 딱지치기, 책 읽기 등 아는 활동은 다 하면서 보냈다. 어느 날, 친정 언니가 아이들에게 오목을 알려줬다. 간단한 규칙을 익힌 아이들의 실력은 나날이 늘어갔다. 8살인 첫째에게 지는 건 그렇다 치고 6살 꼬마한테 연거푸 지니 뭔가 자존심이 상했다. 오랜 가정 보육의 부작용에 같이 유치해져서, 결과를 인정하기 싫을 때도 있었다. 엄마를 이겨 즐거워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자꾸만 지는 것도 싫어서 바둑학원에 등록했다. 첫째와 둘째 모두 다음 해 1월에 바둑을 시작했고 만 4년에 접어들었다. 이제 첫째는 일주일에 한 번만 가며 취미로 배우지만, 둘째는 여러 이유로 서울을 오가며 배우는 중이다.

초등 5학년, 3학년인 아이들. 내년에는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건 아닐까 고민이다. 중고등학생이 되면 하기 싫어도 어느 정도는 해야 하는 공부라는 걸 알기에, 고민에 대한 실행을 더 미루게 된다.



오전 7시. 첫째 아들 폰에 알람이 울린다. 그 소리에 둘째도 같이 일어난다. 너는 더 자도 되지 않냐고 하면, 형이 훈련할 동안 운동장에서 건강 걷기를 하고 칭찬 스티커를 받을 거라고 한다. 꼬박꼬박 아침밥을 먹던 아이들은 많이 먹고 움직이면 배 아프다며 떡이나 시리얼로 간단하게 채운다. 다음 날 입을 옷을 잠들기 전에 입고 자는 아이들은 이내 양치하고 세수하고 등교 준비를 마친다. 대충 로션과 선크림을 바르고 현관문을 나서는 두 아들을 볼 때면, 그 태도가 기특하면서 짠해 한참을 서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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