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4시 40분. 눈이 떠졌다. 똥 꿈 때문에.
선명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2박 3일 일정으로 여행 중이었다. 막바지에, 내 아이는 아닌 것 같은데, 다른 아이들이 똥을 한가득 싸서 작은 모래성으로 만들어둔 걸 발견했다. 모래 놀이터 같은 곳에, 미끄럼틀 옆에 삼각형처럼 쌓여있던 작은 똥으로 쌓인 산. 비닐장갑을 끼고 이래저래 치웠다. 비닐봉지 한가득 담다가 손에 묻었다. 깔끔하게 치우진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정리했다. 손 씻고, 다음 약속을 위해 이동했다. 사람들과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누지만, 몸에서 냄새가 나지 않을까 신경 쓰며 쭈뼛쭈뼛하던 상황에서 눈을 떴다.
'꿈이었구나. 하필, 왜 똥 꿈! 그것도 남이 싼 건데!'
오전 7시 같은 4시 40분이다. 이렇게 일어나면 종일 피곤할 거라며 다시 눈을 감았다. 꼭 감을수록 잠이 달아났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내일 수서에서 내려오는 기차 시간만 바꾸고 잠들자 싶었다. SRT 앱에 접속했다. 새벽 네다섯 시에는 표가 풀린다는 글을 봤었는데 아닌가 보다. 새로고침을 여러 번 해도 그대로다. '원래대로 9시에 내려올까? 한 시간 남는데, 그동안 뭐 하지?' 잡생각이 둥둥 떠다닌다. 5시까지 해보자며 계속 새로고침을 눌렀다. 표도 없고, 잠기운도 없다. '에잇!' 침대 밖을 나왔다.
어제저녁 9시. 주방을 정리하는 데 피로가 몰려왔다. 감기약 때문인지,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인지 서 있을 기운조차 없었다. 아이 방 침대에 누웠다. 베개와 쿠션을 겹쳐 비스듬히 누워 『프로세스 이코노미』 책을 펼쳤다. 2년 만에 다시 읽어도 배울 점이 넘친다. 당장 나에게 필요한 내용이 한가득이다. 한 글자, 한 문장 읽어갈수록 정신이 맑아졌다. 책을 덮고, 다이어리를 펼쳤다.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내려 갔다. 다음 달부터 운영할 예정인 나만의 공간을, 오픈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어떻게 보여주면 좋을지 생각의 가지를 연결했다.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SNS를 찾아가서, 참고하고 싶은 게시물을 저장했다. 콘텐츠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 가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고 메모하다 보니 새벽 1시였다.
불 끄고 윌라 오디오북으로 『토지 13권』을 틀었다. 15분 타이머를 네 번 반복했더니 2시다. 유튜브를 열어 '빗소리 백색소음'을 검색했다. 10년 만에. 아이를 재우기 위해서가 아닌, 내가 잠들기 위해 틀었다. 꿈나라에서 오래 머무나 싶었는데, 2시간 30분 뒤에 깼다.
푹 자고 싶었는데, 기침하기 싫어서 약까지 먹었는데. 오늘은 아이들 일정이 없어, 종일 같이 붙어있어야 하는데. 피곤할 거란 예감이 몰려오니 벌써부터 몸이 무겁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식탁 의자에 앉았다. 노트북을 열어 검색창에 '남이 싼 똥 꿈 치우는 꿈'을 입력했다. 컨트롤 C, 컨트롤 V를 붙인 듯 대개 비슷한 답변이다. 요약하자면,
'자신의 내면에서 타인에 대한 책임감이나 도움을 주고 싶은 욕구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꿈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상황을 잘 살피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한다.
억지스러울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나의 상황이 대입됐나 보다. 어느 때보다 온, 오프라인에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정립하고, 홍보하고,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과했나 보다. 현재, 도움 될만한 모든 카드를 모아서 펼쳐놓기만 한 상황이라 '정신없음' 그 자체다. 잠시 숨 고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그러다 보면 정리되겠지.
생각을 정리하고 좁혀나가라는 계시로, 남이 싼 똥을 치우는 꿈을 꾸게 했나 보다. 그 꿈 덕분에, 오늘은 쉬어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