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목적성을 둘 것인가
한 달 동안 아이들을 데리고 떠난다고는 했지만, 30일 내내 함께 붙어있을 계획은 아니었다.
대외적으로는 현지에 있는 유치원 생활을 하면서 태국 문화를 경험하라는 취지였지만,
그 이면에는 나의 휴식이 숨어있었다.
출발 전부터 여기저기 알아봤다. 그렇지만 선택지에 올라와 있는 곳은 한 군데가 전부였다.
일단 영어가 전혀 되지 않는 아이들이라 한국어가 통하는 곳을 찾아야 했다.
겨우 찾은 한 곳은 한국인들이 포섭되어 있었다. 인원 제한이 없는 것인가, 놀라웠다.
원장님도 한국인, 급식도 한국음식, 기본적인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원어민 선생님.
비행기 타고 멀리까지 와서도 유치원을 보내려니, 하루 평균 수업비가 인당 4만 원에 가까웠다.
굳이 보낼 필요가 있을까 하면서도,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는 합리화에 아이들 둘 다 입학시켰다.
타지에 있는 낯선 유치원이라 가지 않으려 할 줄 알았다.
그즈음 첫째의 사교성은 대단했기에 4살짜리 둘째는 형 따라 들어갔다.
아무 연고도 없이 들어갔지만, 같은 지역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심지어 도로 하나를 마주 보고 있는 동네 주민이었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은 의외로 적응을 잘했고, 신나 했다. 단지, 매일 차감되는 게 아쉬웠다.
환불이라는 제도가 없기에 아파서 결석을 해도 차감되었다.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긴 하지만, 수업 수준은 수업료만큼 퀄리티가 있지는 않았다.
하루 이틀의 시간이 지나며 떠날 날이 다가오는 것이 아쉬웠다.
머무는 동안, 겨울에 다시 올 비행기표와 숙소를 알아보았다.
가장 아쉬운 것 중 하나인 아이들의 교육기관도 알아보고자 발품을 팔았다.
유치원 아이 기준으로, 한 달이라도 다닐 수 있는 5-6 군데를 골라 상담을 받았다.
종교기관에서 운영하는 곳도 있었다. 한국어 사용이라는 카드만 배제하면 합리적인 비용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단점은, 숙소를 외곽지로 구해야 하니 렌터카를 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한국으로 들어오기 일주일 전, 우연히 현지 키즈요가학원을 알아냈다.
한국인은 극히 드물었지만, 영어를 못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운동과 만들기 등 체험위주로 수업이 구성되었기에, 소위 바디랭귀지가 가능했다.
유치원생부터 초등 중학년까지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고, 비용은 처음 보낸 기관과 비교하면 1/3이었다.
게다가 일주일, 한 달씩 미리 선불로 지불할 필요도 없고,
쿠폰을 구매해서 아이들을 보낼 때마다 횟수를 차감시켰다.
신체활동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곳이었기에 한국으로 들어오기 직전,
이틀 정도 보냈다. 물론, 다음 겨울 한 달 살기 때는 아이의 의사를 반영해,
처음 다녔던 한국인이 많은 유치원과 여기로 반반 섞어 보냈다.
그사이 입소문이 넘쳐흘렀는지, 겨울에 갔을 때는 여기도 한국 아이들이 포진된 상태였다.
선생님들은 두 아이들이 다시 찾아와 줘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타지에 여행하면서 굳이 아이들을 교육기관에 보낼 필요가 있을까.
단순히 며칠만 머무를 계획이라면, 관광지를 다니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할 것이다.
그렇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은, 여행을 넘어선 일상생활을 해야 한다.
매일 아침 일어나 밥 먹고, 가방을 챙겨 출발한다.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각자에 맞는 생활을 한다.
오후 2시에 즈음 다시 만나, 관광지를 다니기도 하고 놀이터에서 놀기도 하며 오후 시간을 보낸다.
저녁 즈음에는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식사 준비를 하고, 아이들은 저녁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별이 총총히 내려앉은 밤에는 잠을 청한다.
이런 날을 하루 이틀 보내다 보면 일주일이 지나고, 어느새 한 달의 끝에 다다른다.
지금도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그때 태국에서 다녔던 유치원이 어땠냐고.
좋았던 기억도 이야기하고, 친구와 싸워서 혼났던 이야기도 한다.
영어를 못해서 구글 번역기를 써가면서 의사소통을 했다고 하면서,
이제는 영어를 조금 아니까 다시 가면 잘할 수 있을 거 같다고도 한다.
몇 달 뒤, 다시 치앙마이를 갈 계획이다.
이제는 초등학생이라 어학원을 가야 하나 고민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곳을 여기를 다시 방문해, 아이의 추억과 기억을 이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