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자르고 일주일이 지났다. 집에 들어갔을 때 우리 집 세 남자가 보이던 리얼 반응. 그런 반응이 연속될 거라 생각했다. 아니, 착각했다.
나흘 뒤, 온라인 회의에 들어갔다. 머리 자르던 그날 오전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던 이들인데, 화면 너머 나를 보며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목까지 올라오는 조끼를 입고 있어서일까. 내 얼굴 뒤에는, 당연히 긴 머리카락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보다.
내가 보는 화면 속 내 모습에는 귀밑으로 이어지는 까만색 실타래 뭉치 같게 안 보이는 데. 심지어 조끼도 흰색인데. 왜?
생각했던 것보다 나한테 관심이 없는 건가. 그날 회의에는 절친 수준의 지인도 참석했다. 그녀 역시 아무 낌새도 눈치채지 못했다.
이럴 때 '웃프다'는 말을 쓰는 건가. 1시간 반가량 걸린 회의가 끝났고, 그 후에 오는 어떠한 '깨똑' 알람도 없었다.
그날 오후, 온라인으로 글쓰기 수업을 했다. 역시, 수강생도 눈치채지 못했다. 당연히 내 머리는 길다고 생각하나 보다. 아니면 흐리게 해 둔 배경이 긴 머리를 삼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어쨌든 기대했던 거와 완전히 다른 사람들 반응이 놀라웠다. 이것도 착시현상 중 하나인가. 아님, 상상하는 대로 사물을 보는 심리적 일환일까.
수요일 저녁, <40에는 단발머리>라는 제목으로 에세이를 블로그와 브런치에 올렸다. 다음 날 오후부터, 계속 브런치에서 알람이 울렸다. 이웃들이 이렇게 열심히 글을 쓴다고? 종그림을 눌렀다. 24시간 만에 조회수 1000이 넘었다. 다음 날 오후부터 꾸준히 달리던 글은 금세 4,000을 찍고 5,000을 찍었다. 자정까지 얼마나 올라가나 지켜봤다. 6,000을 넘기고 한 시간 뒤, 밤 11시에는 7,000을 찍었다. 누가 이 글을 보는 걸까. 유출이나 공유는 아닐 테고, 브런치 홈 메인에 뜬 건가. 브런치 앱을 열고 메인화면으로 들어갔다. 엄지손가락을 아래에서 위로 올렸다. 대여섯 번쯤 올렸을까. '오후 10시, 브런치 스토리 인기 글'에 내 글이 있었다. 대체 이 상태로 몇 시간이나 있었을까. 오후 11시에도, 자정에도 그대로였다. 그리고 오늘 아침 7시, 8시에도 그랬다. 그리 대단한 글도 아닌데, 왜 이러지. 댓글은 없는데 조회수와 좋아요만 많아지는 상황. 조회 수는 1만을 넘겼다. 제목은 40에는 단발머리지만, 실제로는 44이다. 아니, 42인가? 아직도 헷갈리는 새 나이. 누가 댓글로 '마흔 아니고, 마흔네 살이잖아요!'라고 할까 봐 혼자 움찔.
8년 만에 긴 머리카락을 잘랐고, 예상했던 반응은 다른 곳에서 왔다. 이런 걸 아이러니라고 하는 건가. 머피의 법칙이라고 하는 걸까. 여하튼 오랜만에 브런치 메인을 장식했다. 덕분에 또 내 글을, 일상을 기록하는 재미를 찾았다.
아예 빡빡이까진 못하더라도 숏커트를 하면, 그땐 내가 만든 시나리오대로 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