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완벽할 순 없지
좋은 점만 바라보고 정보를 모으게 되면 실망스러운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음과 양이 있고, 앞뒤가 있듯, 좋은 점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점도 있기 마련이다.
어느 정도 알고 오는 것과 아닌 것도, 그 상황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처세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
치앙마이에 머무는 동안 불편한 점이 없지는 않았다.
어른들끼리 하는 여행이면 크게 문제 되리 없었지만, 엄마의 시선에서 보이는 불편함은 지나칠 수 없었다.
첫째, 수돗물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치앙마이 한 달 살기 필수품 중 정수필터가 꼭 있었다.
특히 우리 아이들처럼 아토피가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랬다.
샤워기 속에 교체한 정수필터의 색이 라테 색으로 변할 때마다 바꿔줘야 한다 했고, 교체주기는 며칠부터 일주일 상간으로 다 달랐다. 아이들과 동반하다 보니. 필터가 많이 필요할듯해서 여유 있게 준비했다.
수도꼭지에서 그냥 흘러나오는 물의 촉감만을 가지고는 뚜렷한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백색의 샤워필터가 라테 색으로 변함을 보며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머리를 감을 때 린스와 트리트먼트를 해도, 모발의 푸석함이 없어지지 않았다.
빨래는 빨아도 빨아도 묵은 때가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았다.
한국으로 여행 오는 외국인들이, 수질에 감탄하는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둘째, 열악한 인도 상황이다.
차가 다니는 도로 옆에는 몇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만한 인도가 확보되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여기에도 인도가 있기는 하지만, 한 사람씩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정도였다.
그 좁은 인도에 자전거도 지나가야 하니, 사람이 비켜설 수밖에 없었다.
위아래로 들쑥날쑥하고, 언제 빠질지 모르는 보도블록 위를 신경 써서 걷지 않으면, 언제 발이 걸려 넘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4살 둘째를 유모차에 데리고 처음 나갔던 날, 아이는 내렸다 탔다를 여러 번 반복해야 했다. 그 후로 관광지를 가는 게 아니면 가지고 나가지 않았다.
여기저기 있는 전봇대와 내 키와 맞닿을 듯한 전깃줄을 만나야 하는 것도, 한 몫했다.
셋째, 미세먼지다.
미세먼지가 심한 것을 알고 처음부터 마스크를 넉넉하게 준비했다. 님만해민처럼 높은 건물과 관광객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의 미세먼지는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미세먼지와 흡사했다. 다른 곳은 초록 초록한 나무와 숲이 그것들을 삼키는 듯했지만, 정작 도심지에는 그렇지 않았다. 눈앞이 뿌옇게 흐릴 만큼 심한 날이 많았고, 바람 한 점 없는 날은 그 먼지들이 공기 중에 그대로 떠있는 듯했다. 다행스럽게도 나와 아이들은 유동인구가 많이 없는 장소 위주로 다녔기에 미세먼지로 둘러싸인 상황을 피해 다닐 수 있었다.
넷째, 길에서 사는 커다란 유기견들이다.
이전 글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유기견들 대부분이 조용하고 행동이 느린 편이다.
치앙마이에 온 첫날, 콘도 밖에 있는 몸집이 큰 유기견을 보고 아이들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기아기 한 반려견과 길고양이들은 봤어도, 그 몸집의 몇 배가 되는 유기견들은 처음 본 아이들이라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개들은 눈길도 잘 주지 않았으며, 바닥에 붙은 배를 떼어낼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그러나, 개에게 물려서 병원을 다녀왔다거나, 조심해야 한다는 글을 간간히 보았다.
세상 순진한 듯 보이지만, 돌발상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어릴 적 큰 개에 물릴뻔한 적이 있어서 개를 무서워하던 나였지만,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서움의 감정을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해야 했다. 그다음 겨울 한 달 살기는, 치안이 잘 된 콘도에서 머물렀기에 유기견들을 만날 상황을 최소화했다.
물가가 저렴하고, 여유롭고, 사람들이 친절하고, 정겹다고 해서 모든 게 완벽한 건 아니었다.
똑같은 불편함이 누군가에게는 별스러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 파이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크지 않다면 적당히 무시하는 건 어떨까.
현실도 그렇지 않듯, 완벽한 여행은 없다. 그러기에 조금 불편해도, 불만족스러워도 괜찮은 치앙마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