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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믈리연 Sep 15. 2023

반반마음

오락가락 어른이



이번 주 수요일. 4월 마지막 주부터 집필하기 시작한 개인 저서를 투고했다. 첫 번째 저서를 투고했을 때와 달리, 많은 곳에 투고하지는 않았다.

이전처럼 에세이가 아니라 자기 계발서로 분류될 예정이라 출판사 홈페이지에 일일이 들어가서 추려나갔다.


그리고 목요일인 어제. 공통의 취미가 있는 네 명의 작가와 함께 쓴 공동 저서의 마지막 퇴고를 진행했다.

몇 달 동안 두 권의 책을 동시에 집필하며, '심각했다 즐거웠다'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다. 걱정이 앞섰다. 처음 계획대로 공동 저서를 마무리 짓고, 내 글을 투고할걸.




작년 가을. 개인 저서를 계약하고 난 뒤부터 바쁜 나날이 휘몰아쳤다. 첫 번째 책이라 셋째 아들을 낳는 것만큼 용썼음에도, 계약 후 몇 차례 더 퇴고해야 했다. 이 정도면 내 글에 내가 질렸다고나 할까. 내 이름 석 자가 인쇄된 책 꾸러미가 택배 상자에 담겨있음에도 뜯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지쳐있었다. 홍보도 해야 하고, 이벤트도 해야 하고, 지인들에게도 알려야 하니 하루 24시간을 분 단위로 나눠 살았다.


두 번째 저서의 투고를 마무리하고 난 수요일 저녁. 그때의 그 기운이 몰려왔다.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기까지 대개 1-2주에서 길게는 두 달까지 기다려야 한다.

알면서도 메일 함을 들여다봤다. 읽은 곳, 읽지 않은 곳, 반송되는 곳을 체크했고 했다. 얼른 연락 왔으면 하는 마음과,  최대한 늦게 연락 왔으면 하는 마음이 공중에 떠다녔다. 이미 다섯 차례의 퇴고를 거쳤지만, 계약하는 날부터 몇 번이나 더 들여다봐야 할까.

그럼, 다시 얼마나 바빠질까.


둘째 아이를 유도 분만으로 낳으러 산부인과 침대에 누워있을 때, 몸이 기억하는지 첫째의 산고가 떠올라 무서웠다. 무통주사를 낳아달라고, 제왕절개로 해달라고 부탁하던 내가 떠올랐다. 그날처럼, 이 책이 계약되는 순간부터 나는 또 얼마나 바쁠 예정인가. 연락이 왔으면 하는 마음 반, 최대한 천천히 연락이 왔으면 하는 마음만이 희석됐다. 정확히 말하면 오락가락했다.




어젯밤 10시. 공동 저서를 쓴 작가들과 온라인에서 회의하다가 자정을 넘겨잠들었다. 윙윙 거리는 소리에 깨어나 보니 새벽 3:30. 세 시간도 못 잤음에도 머리가맑았다. 다시 누워도 뒤척이기만 했다.거실에 나왔다. 식탁에 있는 노트북을 열고 퇴고를 마무리했다.

5:50. 수영가방을 들고 현관을 나섰다.


운동하는 내내, 다른 반반 마음이 물 위를 떠다녔다.

그냥 공동 저서 먼저 마무리하고, 내 글을 투고할걸.

어제만 해도 출판사로부터 어서 연락이 왔으면 하는 마음과 최대한 늦게 왔으면 하는 마음이 공존했다면

오늘은 공동 저서를 먼저 투고했어야 하는 마음이 밀고 들어온다.




생각이 엎치락뒤치락한다. 반반 비율도 자꾸만 업데이트된다. 누가 쓰라고 떠민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서 써놓고는 왜 이러지. 촐싹거리는 마음이 싫어 에세이 책을 펼쳤다. 아무리 애를 써도, 어차피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진행될 텐데.  머리는 아는데, 제대로 된 해석을 할 줄 모르는 어른이가 됐다. 이 글의 매듭을 짓는 순간, 또 다른 마음이 밀려온다. 순조롭게만 진행되어라. 제발 그만 헤집어라.더는 마음의 요동이 없길 바라며, 지금부터는 늘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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