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노래
가끔, 현실 이전으로 돌아간다. 인생은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라지만, 유독 가정의 연속을 일으키는 생각거리가 있다. '만약에'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일을 그만두지 않았더라면,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후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경험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뭐가 더 미련이 남을까. 경험해 봤다면 깨달음과 아쉬움이 공존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꽃밭으로 된 환상으로만 편집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이라는 전제하에, 가보지 않은 길을 갔다면 어땠을까.
첫째,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사랑스러운 두 아이가 없다는 건 상상할 수 없지만...) 7년간의 사랑이란 노래 제목처럼 긴 연애 끝의 결혼은 설렘이 없었다. 20개월 터울로 두 아들을 낳고, 주부로 살며 전과는 다른 삶을 살았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 줄 알았다. 살림하고, 육아하고, 적당히 쉬면서. 전업맘들의 삶은 같은 붕어빵 틀 안에서 찍혀 나오는듯했다. 그나마 다른 점이 있다면 머금고 있는 팥의 양이랄까.
주변에는 마흔이 넘었지만 싱글인 친구들이 더러 있다. 만나는 사람은 있지만 결혼하지 않는 친구, 워커홀릭 등 저마다 이유가 다르다. 만약, 서른이라는 나이에 혼인제도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들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이제야 결혼한다며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을지 모른다. 우스갯 삼아 다음 생애는 사람으로 태어나면 '절대' 결혼은 안 한다고 했지만, 요즘은 생각이 바뀌고 있다.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고. 단, 친구이자 배우자이자 가족 같은 사람을 만난다는 가정하에.
둘째, 하던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직장생활을 할 때만 해도 육아와 동시에 경력단절주부대열에 합류하는 선후배와 동기가 많았다. 신혼집 지역으로 가서 그만두거나, 육아를 위해 그만두거나, 사회생활 슬럼프로 그만두거나. 당시, 나는 7년 차 직장인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었다. 결혼은 하고 싶지 않지만, 일을 그만두려면 그것 말고는 대안이 없었다. 현실도피하듯 일을 그만두고, 아이들을 키운다는 핑계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퇴사 후 오래지 않아 회사복지가 개선됐다. 육아휴직이 3년으로 늘어났고, 휴가계를 내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그래서일까. 남편직장과 상관없이 주말부부가 많아졌고, 육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사회로 다시 돌아오는 이들도 많아졌다. 함께 입사한 열 명의 동기들 중 남은 이들의 다수는 십 년이란 시간 동안 직위도 향상됐다.
만약, 여전히 일을 하고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적어도 한 분야에 노련함은 생기지 않았을까. 그럴듯한 직함이 있다면 금상첨화고.
셋째, 글을 쓰지 않았다면 나는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작년 연말부터 미라클모닝을 시작했다. 여러 번의 작심삼일을 거치고 자리 잡은 오전기상. 글 쓰는 삶을 택하지 않았다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아이들과 맞춰 일어나고,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동안 스터디에 참여하고, 운동하고, 육아하고, 살림하는 일상. 몇 년을 이런 현실에 안주한 터라 '글'을 쓰기 위한 짬을 내기까지 여러 번의 진통을 겪었다.
잘 쓰고 싶은 욕심, 얼른 책을 내고 싶다는 욕심, 이왕이면 인기도 많았으면 좋겠다는 욕심 등 과정 없이 결과물에만 집착할 뿐 일상은 같았다. 여러 번의 시도와 포기 끝에 오전기상을 성공하며,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인 파란 시간 동안 목표한 분량만큼 독서하고, 필사하고, 글을 썼다.
포도 한 알과 두 알은 별 차이 없는 듯 하지만, 한 알과 한 송이의 양은 엄청나다. 글을 쓰기 위해 선택한 이른 기상이, 시간을 밀도 있게 쓰게 만들었다. 만약,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시간을 생산적으로 쓰는 방법을 깨치지 못했을 테다.
어떤 길은 그래도 가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고, 어떤 길은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 왜 그럴까. 현실 만족 여부에 따라 나뉘는 걸까. 정답은 아니지만, 이렇다 하게 설명할 거리도 못 찾겠다. 굳이 정답을 찾아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 넘어가는 걸로. 그냥 앞으로도 여러 번 위와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던지며 상상할 것 같다.
가사: <태연-만약에>
만약에 내가 간다면 내가 다가간다면
넌 어떻게 생각할까
용기 낼 수 없고
만약에 니가 간다면 니가 떠나간다면
널 어떻게 보내야 할지 자꾸 겁이 나는걸
내가 바보 같아서
바라볼 수 밖에만 없는 건 아마도
외면할지도 모를 니 마음과 또 그래서
더 멀어질 사이가 될까 봐
정말 바보 같아서 사랑한다 하지 못하는 건 아마도
만남 뒤에 기다리는 아픔에 슬픈 나날들이
두려워서 인가 봐
만약에 니가 온다면 니가 다가온다면
난 어떻게 해야만 할지 정말 알 수 없는걸
내가 바보 같아서
바라볼 수 밖에만 없는 걸 아마도
외면할지도 모를 니 마음과
또 그래서 더 멀어질 사이가 될까 봐
정말 바보 같아서 사랑한다 하지 못하는 건 아마도
만남 뒤에 기다리는 아픔에 슬픈 나날들이
두려워서 인가 봐
내가 바보 같아서
사랑한다 하지 못하는 건 아마도
만남 뒤에 기다리는 아픔에
슬픈 나날들이
두려워서 인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