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노래
2023년은 첫날부터 부지런히 달렸다. 260일 중, 허투루 쓴 날은 며칠이나 될까. 여행지에서도 글 쓰고, 포스팅하며 할 일을 점검했다. 어떻게든 루틴이 무너지지 않게 붙잡았다. 계획에 없던 공저프로젝트에도 두 차례 참여하며, 진짜 '작가'같은 하루를 보냈다. 내일은 여기까지, 이번 주는 이 만큼만, 이번 달엔 이거까지. 내일만 보며 달렸다. 스스로도 놀라웠다. 언제 이토록 부지런히 살았는지.
20대, KTX승무원으로 첫 열차에 승무 하는 날이었다. 새벽부터 움직이는 사람이 없을 거라 예상했는데 허를 찔렸다. 아침 5시에 서울에서 출발하는 부산행 열차의 빈 객석은 출근하는 이들로 채워졌다. 18칸의 객실 중 자유석으로 지정된 17,18호차는 승차부터 전쟁이다. 좌석이 50개라고 가정하면 120%까지 표를 발행해 60명의 인원이 탈 수 있다. 승차가능 시간도 정기권에 적힌 시간보다 앞뒤로 1시간씩 여유 있다. 5시 반즈음 천안아산역에 도착하면 대전까지 출근하는 고객으로 채워진다. 그들이 내린 자리는 대전에서 대구로 출근하는 승객들이 다시 채운다. 다음 열차, 그다음 열차의 혼잡도는 더 심했다. 오전 8시까지, 자유석은 이른 하루를 시작하는 승객으로 가득 찼다. 그들이 대단해 보였지만 그렇게 살 자신은 없었다. 저렇게까지 팍팍하게 살아야 하나 싶었다.
경력단절녀가 되고, 엄마가 되며 집에 있는 날이 많아졌다. 좁아진 행동반경만큼이나 하는 일도 축소됐다.
아이 기상에 맞춰 일어나고, 낮잠 잘 때 같이 자고, 저녁에도 자며 어른 신생아처럼 살았다. 자기 계발을 시작한 후로는 달라지고자 했고, 조금씩 게으름에서 벗어났다. 이런저런 배움을 위해 여러 모임에 가입하다 보니, 기차에서 만나던 고객들처럼 이른 기상을 하는 사람들만 눈에 보였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살면, 같은 선상에서 출발해도 도착하는 시점이 다른 건 안 봐도 뻔했다. 성공한 N잡러가 되고 싶다고 하고선, 삼백 억 자산을 가진 게 목표라고 하고선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변화의 필요성을 깨닫자 행동에 속도가 붙었다. 작년 10월부터 평일만이라도 일찍 일어나자고 시작한 미라클모닝은, 만 1년이 되었다.
변화를 선언한 후 촘촘하게 보낸 하루는 여러 가지 결과물을 낳았다. 상반기에만 두 권의 공동저서가 나왔다. 현재는 개인 저서 한 권과, 공동 저서 한 권의 마침표를 찍고 기다리는 중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글쓰기 수업뿐만 아니라 자녀 독서 관련 수업도 했으며 외부 특강도 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겠다며 영상수업을 배우고, 역사를 깊이 있게 알고자 역사하브루타도 공부하고, 체력을 키운다며 수영과 골프에도 매진했다. 애들 키우면서 대체 이 많은 걸 어떻게 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내일만 바라보며 달린 덕분이 아닐까.
어제, 올해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던 피부과 치료를 받았다. 점 같은 뾰루지를 제거하고 나니 일주일 동안 과한 운동은 금지란다. 본의 아니게 새벽 수영도 못하고, 골프연습도 땀나지 않을 정도만 해야 한다. 오늘 오전, 여느 때처럼 알람 없이도 눈이 떠졌지만 무시했다. 긴 연휴도 대기 중이다. 연차를 쓰는 직장인처럼 마음 편히 쉴 수 있다. 부지런히 걷고 달렸으니, 이 정도는 즐겨도 되지 않을까. 대신, 긴 휴가가 끝나고 나면 다음 목표에 속도를 내보려 한다.
가사: <이무진-신호등>
이제야 목적지를 정했지만
가려한 날 막아서네 난 갈 길이 먼데
새빨간 얼굴로 화를 냈던
친구가 생각나네
이미 난 발걸음을 떼었지만
가려한 날 재촉하네 걷기도 힘든데
새파랗게 겁에 질려 도망간
친구가 뇌에 맴도네
건반처럼 생긴 도로 위
수많은 동그라미들 모두가
멈췄다 굴렀다 말은 잘 들어
그건 나도 문제가 아냐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
내 머릿속을 텅 비워버려 내가 빠른 지도
느린지도 모르겠어 그저 눈앞이 샛노랄 뿐이야
솔직히 말하자면 차라리
운전대를 못 잡던 어릴 때가
더 좋았었던 것 같아
그땐 함께 온 세상을 거닐 친구가 있었으니
건반처럼 생긴 도로 위 수많은
조명들이 날 빠르게
번갈아 가며 비추고 있지만
난 아직 초짜란 말이야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
내 머릿속을 텅 비워버려 내가 빠른 지도
느린지도 모르겠어 그저 눈앞이 샛노랄 뿐이야
꼬질꼬질한 사람이나 부자 곁엔 아무도 없는
삼색 조명과 이색 칠 위에 서 있어 괴롭히지 마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
내 머릿속을 텅 비워버려 내가 빠른 지도
느린지도 모르겠어 그저 눈앞이 샛노랄 뿐이야 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