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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믈리연 Aug 25. 2022

아이언맨과 하늘을 날다.

캠핑의 무한 매력



2022년 여름.

3 동안 억눌려있던 욕망 주머니를 풀어헤치며,

부지런히 여행을 다녔다.

하루 만에 부산에서 강화도까지 간 날도 있었다.

대구에서 강원도까지 3시간 소요.

 정도 거리쯤은 무난하다.

휴게소에서 화장실만 잠시 들렀다 사뿐하게 

이동할  있는, 부담되지 않는 거리가 되었다.

부산, 거제, 포항, 경주, 안동, 원주, 인천, 강화도, 충주, 화성, 서울 등 을 다녔다.

호텔, 캠핑지, 지인   숙박 형태도 다양했고,

매번 다른 곳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하다 보니

타인과 어울리는 사회성을 자연스레 키워나갔다.


올여름, 대구가 아닌 곳에서 보내는 

마지막 여행지는 안동 임하호 수상 레저타운이었다.

카라반이란 곳에 처음 머물러봤는데, 땡볕에 한두 시간씩 텐트를 치던 며칠 전과 비교하면 천국이었다.

주차하고  들고  만들어가면 되는 , 호텔이 

아님에도 이러한 곳이 있다는   감동이었다.

카라반에서는 인간의 기본 욕구  수면 욕구만 

해결하면 됐고,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남편은 수상스키를 

아이들은 아쿠아 레저를 즐기려 왔다.

아침 10시부터 시작해   무렵까지 늦도록 쉬지 

않고 노는 아이들을 보며,

검게 그을린 피부를 걱정하는 건 나뿐이었다.

선선한 바람에 바깥보다 물속이  따뜻하다는 아이들은 강렬한 햇빛을 조명 삼아  시간이고 놀았다.

집에서는 잘해주지 않는 라면도,

캠핑 오면 먹을  있어 일석이조라 한다.

평소에 뛰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없이 뛰고,

뒹굴고, 밀치고 장난쳐도, 안전하기만 하다면 뭐가 

문제가 있을까?  순간만 사는 아이처럼,

 순간의 감정에 최선을 다하는 해맑은 아이들이다.


여행 마지막 ,

수상 레저타운에서 하루  차례의 이벤트가 열렸다.

국가대표 수상스키 선수가 영화  아이언맨처럼 물속에서 아파트 2-3 가까이 되는 높이를 향해 용처럼 뛰어올라, 아래쪽 객석을 향해 분수처럼 굵고 강한 물줄기를 뿌리고 공중 덤블링을 하는 공연이었다. 10 남짓 진행하는데, 클럽에서 나올법한 음악은 사방을 쩌렁쩌렁 울리며 흥분의 도가니를 돋운다.


공중 덤블링을 하다 객석의 아이 한 명을 안고 오르는 순간이 있다. 전날, 일행 아이 중 한 명이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며 부러웠다. 살짝 겁에 질린듯했지만 많은 이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점차 안정되어 갔고 손을 흔들어주며 모든 이의 부러움을 샀다. 위를 향해 손을 흔들며 내심 생각했다.


'우리 아들도 저거 하면 정말 좋아하겠다. 자존감과 자신감 선물세트까지 되겠는데.'


이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동행한 지인이 아이언맨에게 부탁했다.

둘은 원래 친분이 있던 터라,

내일 이벤트 시간에 첫째 아이를 안고 오르겠다 했다.

'지인 찬스란 이런 거구나! 언니 덕분에 이색적인 체험을 경험하게 해 줄 수 있겠구나.' 고맙고 또 고마웠다.


다음날 이벤트 시간이 가까워오자 아이는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언제부터 준비하면 되냐고 서성였다.

 시작한다는 말과 함께,

아이는 객석에서 1m 떨어진 곳에 대기하고 있었다.

스피커 가득 빠른 템포의 음악이 시작되며,

어제처럼 수중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그에 응답하듯 

아이언맨은 화려한 공중회전을  차례나 이어하며

묘기를 뽐내다가  위로 천천히 내려왔다.

장난꾸러기 아이도 약간 긴장했는지 망부석처럼 서있다 순식간에 안겨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위를 향해 올라가는 아이를 보는데 눈물이 맺혔다.

햇살에 눈이 부셔서 그런 건지, 아이의 모습이 뭉클해서 그런 건지...

나를 대신해 높은 곳을 올라가 주는 아이언맨에게는 말도   만큼의 고마움이 들었고, 긴장했지만 객석의 함성에 응답하고자 손을 흔드는 아이를 보며 가슴이 서렸다.

1분 남짓 한 시간 동안 아이의 자신감과 자존감은 1년을 훌쩍 넘어 자란듯했다.


"떨리긴 했는데 정말 좋았어.

엄마, 정말 재미있어. 내년에도   거야.

여기는 정말 재미있는 것이 넘쳐나!"


그 어떤 때보다 색다른 경험을 하고 추억을 쌓았기에, 아이는 안동이란 곳과 임하호라는 곳의 기억도 강렬하게 머릿속에 저장했다. 매일이 여행 같을 때는, 잔잔하고 특별할 것 없는 하루는 장소만 바뀐 일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처럼, 여느 때와 다른 색다른 경험이 있을 때, 아이는 그 추억을 만들어 먹고 곱씹을 때마다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띠어질 것이다.


캠핑이란, 호텔처럼 완벽하진 않지만 

 강렬한 추억을 선물해 준다.

 맞고, 벌레 채집하고, 컵라면도 먹고,

모르는 아이들과 친구를 만들며 천장이 덮여있는 곳에서는   없는 다양한 경험을 체험한다.

게다가, 이번처럼 하늘을 나는 색다른 경험까지 있는 날은 조금의 불편함, 부족함이 있었다 해도 강렬하게 밀어내지 않을까?


2022 여름,  어른이 되어서도 흐려지지 않을 추억  겹을 쌓았길 기대하며 내년 여름의 캠핑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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