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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믈리연 Aug 30. 2022

드림(dream) 렌즈? 드림(giving) 렌즈?

내 아이의 두 번째 눈

그 당시 나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4교시 때까지만 해도 선명하게  보이던 칠판 글씨가알림장을 쓰려하는 순간 거짓말같이 눈에 담기지 않았다. 흐릿하게 보이기만  , 아무것도   없었다.


집으로 돌아왔다.

눈이  보인다고 말했을 뿐인데 집이 난리가 났다.

엄마랑 버스를 타고 곧장 시내에 있는 안과를 찾았다.

급성 근시가  거라 했다.

근시가 뭔지, 난시가 뭔지 도통   없는 말만 하는 의사 선생님의 설명에 엄마는 고개를 끄덕거릴 뿐이었다. 0.2  했다.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시력을 

받아들이며, 곧장 안경점으로 들어갔다.

어떤 안경이 이쁠까 즐거운 고민을 하는 나와 달리 엄마는 말이 없었다. 어린 마음에 안경 끼고 싶다는 말을 장난 삼아하고 다녔는데  말이 씨가 되었다.

  없는 엄마와 달리, 아빠는 그날 약주를 엄청 드시고 오셨다.  둘째 딸아이 눈이 벌써 멀다니, 너무 속상하다며  마음을 어찌하실  몰랐다.


그로부터 30년이 훌쩍 지난 얼마 .

둘째 아이가 학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좌, 우 시력이 0.2, 0.3 이 나왔다.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기에 결과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 평소에  안보였어?

 뒷줄에 앉아있는데 칠판은 보였어?"


"응, 엄마. 잘 보였어요. 나 안보이지 않아요."


방학식을 하자마자 안과로 달려갔다.

설마가 역시나였다. 0.2, 0.3이 나왔다.

근시가 너무 빨리  편이긴 하지만 당장 안경을 권하진 않는 다했다. 벌써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떨어질 수도 있으니, 추이를 지켜보다가 

가을 즈음 드림렌즈를 하던지 하자했다.

아이 눈이 이렇게 나빠지는 것도 모르고, 정기검진을 받지 않은 죄책감에 미안함이 몰려왔다.


일 년 만에 치과도 다녀왔다.

첫째는 어금니 충치가 심해서 신경치료를 해야 했고, 단 것을 많이 먹는 편인데 둘째는 스케일링만 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해도 된다는 합리화로 아이들 

건강에 소홀했던 것에 하루 종일 마음이 수백  

송곳에 찔렸다.


개학을 앞두고, 안경을 할지 드림렌즈를 할지 

고민하다 다시 병원을 찾았다.

지인의 소개로  곳이긴 하지만 이쪽으로는 워낙 

이름난 병원이기에 미리 예약을 했었다.

역시나 안경보다는 렌즈를 권했고,

아이도 해보자 했다. 1주일을 기다려 받아왔다.

10 가까이 렌즈를 착용한 터라, 아이 눈에도 

서슴없이 렌즈를 넣을  있을 거라 착각했다.

일단은 1주일 동안 착용 후, 결과를 보며 지속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


병원에서 자신 있게 착용하던 모습과는 달리,

전문가스럽지 못한 엄마의 준비자세를 보니  몸으로 거부감이 샘솟았나 보다.

의지와 상관없이 반사적으로 감기는 눈과 눈꺼풀.

평소에는 크게 뜨면서  순간은 반이상도 뜨지 못했다. 겨우 넣었나 싶었는데 렌즈가 눈동자 아래 흰자에 붙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가을 같은 여름이라 시원한 저녁 바람이 불었음에도 목덜미와 등에 땀이 서려왔다.

인공눈물을 넣고, 손으로 밀어 올리며 119 불러야 

하나  즈음 빼내는  성공했지만,   너무 지친 상태였다. 드림렌즈 절대로   거라며, 안경을 

 거라며 온몸으로 거부하는 아이를  수가 없었다.


다음날 , 렌즈를 반납하러 마음먹은 나와 달리 

아이는    도전해보고 싶어 했다.


"엄마,  번만  해볼까요?

자고 나면 앞이  보인다니  번만  해볼게요."


아이가 선뜻 나서 주니 이번에는 될 것 같았다.

식탁의자에 아이가 앉고, 나는 뒤에 서 있었다.

왼쪽 중지 손가락으로 눈두덩이 위로 밀어 올리고,

오른쪽 검지 위에 렌즈를 놓고 약지로 눈두덩이 아랫부분을 끌어내리며  번의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성공했다. 다른 한쪽은  번만에 마무리지었다.

너에게 주는건지, 나에게 주는 건지 알 수 없는

자동 반사적인 박수가 나왔


잠이 없는 둘째에게, 드림렌즈는 8시간 이상 잠을 

자야 효과가 있다는 핑계를 던지며 잠자리에 바로 

눕혔다.

다음날 오전, 뻑뻑한 눈으로 식탁에 다시 앉은 아이 

눈에 인공눈물을 먼저 넣은 , 조심스레 다가가 단호하게 렌즈를 뺐다.

눈이 간질간질하다며 잠시 감고 있다 뜨더니


"엄마, 진짜 잘 보여요. 어! 진짜 잘 보여요!"


그랬다. 아이는  보였던  아니라,

 보이는  뭔지 몰라 안보이지 않는다 했던 거다.

하루하루 넣고 빼는 것에 숙련도가 쌓여 

5일째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익숙해지길 바라며 오늘 저녁에도 엄마는 아이 눈에 드림렌즈를 드림하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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