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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믈리연 Sep 01. 2022

엄마의 방학

1,2,3,4교시 모두 내 시간

개학 3일 차.

오랜만에 아침의 여유를 부렸다.

이틀 동안 이불속에서 늘어지게 자다가 일어나 

오랜만에 브런치를 먹으러 외출했다.

가늘고 굵은 빗줄기가 부지런히 떨어져 

샌들과 팔을 적시지만, 나간다는 것만으로 설렜다.

오랜만의 오전 수다를 위해 시동을 걸어 좋아하는 

음악을 켜고 빗길을 지나갔다.

장소를 이동하고, 장시간 머물러야만 여행인가.

이런 잠깐의 시간도 육아하는 엄마에겐 여행이다.


오늘은 오랜만에 간헐적 미라클 모닝을 했다.

514 챌린지 신청 마지막 날. 할까 말까 고민하는 중에 

 9시가 넘어 지인의 전화가 걸려왔다.

강제적인 장치가 없으면 우유부단함의 끝자락까지 

달리는 나를 눈치라도 챈 듯, 절묘한 타이밍에 끌려 

동참하게 되었다.


'눈팅만 1년 넘게 했었는데, 드디어 참여하는 것인가?'


신청은 했지만 여전히 확신은 없었고 

생체시계에 몸을 맡긴 채 잠이 들었다.

무의식이 이른 기상을 재촉한 것일까,

갑작스레 떠진 눈을 감으려 아무리 애써도 잠이 오지 않아 내적 자아와 싸우길  .

이불을 박차고 노트북 앞에 앉으니 

A.M 5:12 분을 가리켰다.

오픈 채팅방 링크로 들어가니 학장님의 온라인 강의가 있었고 참여자 수가 8,000명이 넘었다.


'이런! 이렇게 부지런한 이들이 많단 말인가?'


채팅창에 있는 메시지를 벽 타고 올라가니 

새벽 4시부터 굿모닝 인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어둠이 여전히 무겁게 내려앉은 새벽이,

그들에게는 익숙한 아침이었다.





정신을 가다듬으며 강의를 들었다.

처음 가입하신 분들은 카페 내용을 정독하고 파악하란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남들이 말하는 정보에 귀로 들으며 알고 배워가지 

말고,  글을 읽고 학습하란 내용이었는 듯하다. 


아이들의 개학으로 얻은 이틀은 

시원하게 소비하고 버렸다.

느슨함의 고삐를 조금  풀고 싶은 나를 눈치라도 

챈 듯, 출판사 대표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초보 작가이고,  책을 내시는 건데 

얼마나 기다리시겠어요. 저도 그랬습니다.

다른 일정을 조율하고 작가님 책의 

출간을 앞당기기로 하였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끊었지만,

심장 박동수가 200M 달리기 하는  뛰어올랐다.


' 마이 ! 출간 준비를 위해 

당장 뭐부터 해야 하는지 모르는데... 큰일이네...'


지인의 말로는, 1 중에 육아서 판매량이 높을 때가 

바로 추석 이후란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이기도 하고, 명절 후유증 등의 갖가지 이유로 그렇다 했다.

예상보다 앞당겨진 일정에 잘됐다고 해주는 이들이 

많았다.  


책이 세상에 빛을   있도록 뭔가를 해야 한다는 

마음은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해야 하나 백지상태였다.  출간을 앞두고 무엇을 해야 하며,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었는지 등을 알아보는데 얼마나 

집중을 해야 할까를 적어보다, 지금이 아이들의

개학 후라 다행이다 싶었다.


개학 전날 둘째가 말했다.


"엄마,

우리는 내일 개학인데 엄마는 이제 방학이네요."


며칠 전 친구와 전화하는 내용을 들었나 보다. 

뜨끔했지만 화끈하게 인정했다.

방학은 방학인데,

다시 나에게 안테나가 쏠린 방학이다.

 자신에게 주는 최고 호사로운 시간이니까.

올해  살아왔다는 결과물이 나오는 시간이니까.


9월의 첫날.

얼떨결에 미라클 모닝을 시작했다.

덕분에 매일 하는 루틴은 오전 시간에  해버렸다.

남은 오후는 출간을 앞두고 어떤 것을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계획하려 한다.

그랬다. 엄마의 이번 방학은 총력전을 펼치기 위해 

부산히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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