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소설
손이 부들부들, 다리가 후들거렸다. 병원 가는 길에 몇 번이나 중간에 멈춰 서야 했다. 겨우 병원에 도착해서 잠시 숨을 고르고 앉아 있는데 눈물이 삐죽삐죽 배어 나왔다. 내 인생이 이렇게 망가진 것은 모두 엄마, 아버지 때문이다. 번듯하게 하는 일이 없는 것도, 배는 퉁퉁한데 다리는 곯아빠진 것도, 주변 사람들 모두 흉볼 정도로 성격이 모나고 괴팍한 것도.
아버지는 어릴 적 나를 죽이려고 했단다. 나물 무친 거 나눠주려고 친척 언니 집에 갔더니, 이런저런 얘기 끝에 아버지가 나를 죽이려고 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엄마가 나를 임신했을 때, 어느 망할 점쟁이가 아버지에게 그 애는 당신 앞길을 막을 거라면서 경고했단다.
아버지는 흔해빠진 농사꾼이었다. 앞길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기는 한가? 아버지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는 나를 태어나자마자 밥 주지 말라면서 마구간, 소 옆에 던져놨단다. 굶겨 죽일 바에야 목 졸라 죽이지, 어린 애 목을 조르긴 싫었나, 망할 영감.
엄마는 며칠 동안 몰래 젖을 물리면서 혹시나 아버지가 눈치챌까 벌벌 떨었다고 했다. 이렇게 살 바엔 그냥 그때 굶겨 죽이지 뭐하러 젖을 물렸나 싶다. 마구간에 두어도 죽지를 않으니 이번에는 고아원에 버렸다 했다. 엄마가 빌고 또 빌어서 겨우 데리러 갔더니 젖먹이였던 나는 울지도 않고 엎드려서 가만히 있었다 했다. 그냥 거기서 죽게 놔두지 뭐하러 데리고 왔을까. 도망도 못 갈 거면서, 평생 맞는 거 옆에서 구경만 할 거면서 왜 데리고 왔을까.
어려서부터 많이도 맞았다. 아버지는 매일매일 나를 때렸다. 이제 겨우 걸음마 하던 때부터. 그렇게 맞았는데 엄마는 모르는 척했다. 그렇게 맞아도 사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까. 그렇게 맞을 바엔 죽는 게 낫다. 엄마는 도대체 지금까지 내 얼굴을 어떻게 보고 사는 걸까. 나 같으면 부끄러워서 접싯물에 코 박고 죽어버렸을 거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아버지가 미웠고, 싫었다. 오죽 싫었으면 죽었을 때 눈물도 안 나왔다. 하, 참, 그 인간 잘 죽었다 싶었다. 장례식장에서 퍼질러 앉아 사과를 깎아먹는 나를 보고 삼촌들은 눈을 흘겼다.
“삼촌들이 내 입장 돼봐라, 눈물이 나는가, 평생 맞고 컸는데, 응? 삼촌들 같으면 잘 죽었다 싶지, 아이고 왜 죽었소, 할 것 같나? 맞은 사람만 억울하지, 때린 사람은 저리 편히 눈 감고 쉬는데. 아이고, 불쌍한 내 신세야.”
그제야 눈물이 났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보니 분통 터지는 일이 계속 떠올랐다. 밥 먹을 때 내 꼴 보기 싫다고 눈을 흘기면서 내가 얼마나 먹나 지켜보다가 느닷없이 내 볼따구를 주먹으로 사정없이 내려쳤던 일. 남동생과 같이 노는데 갑자기 머리를 움켜잡더니 마당에다 내동댕이친 일. 마당에서 빗자루로 맞고 있는 걸 모르는 척 하던 오빠들, 남동생, 그리고 발만 동동 구르던 엄마. 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노? 내가 맞고 있는데? 와서 나를 껴안고 대신 맞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이가? 나는 빗자루로 맞고 있는데, 자기가 맞는 건 겁나는 기가? 무서운 기가? 나는 맞아도 되고, 엄마는 맞으면 안 되는 기가? 나는 자식이 아이가?
“접수 도와 드릴까요?”
병원 간호사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새어 나오던 눈물을 닦고 고개를 끄덕였다.
“성함이……?”
“김덕순.”
“48년생 맞으세요?”
“응.”
“할머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내 인생이 이 꼴인 건 다 엄마랑 아버지 때문이다. 그 인간들 때문에 내 인생이 다 망가졌다. 답답해지는 가슴을 두드릴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