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초단편소설

by 옥상희

‘택시 운전 너무 험하게 한다, 택시 기사 너무 불친절하다, 모르는 사람 차를 어떻게 믿고 타냐, 택시 운전기사 무서워 택시 타겠냐, 무인 택시 나오기 시작하면 택시 기사 다 망하는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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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택시기사를 욕하는 댓글을 보고 있자니 그렇지 않아도 답답한 속이 역류성 식도염에 심근경색이라도 겹친 것 마냥 꽉 뭉쳤다. 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폈다. 죽림터미널 옆통수에서 한 시간을 기다렸다. 나란히 줄지어 서 있는 택시 기사들과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얘기도 하고, 주유소 있는 데까지 왔다 갔다 하고, 그냥 다 포기하고 의자를 뒤로 넘기고 라디오를 틀어놓은 채 낮잠도 잤다. 그렇게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 여전히 죽림터미널 옆통수, 뚜레주르 맞은 편이었다.


지금 막 버스에서 내린 사람을 나이트 삐끼처럼 끌고 와서 뒷자리에 태우고 싶은 심정이었다. 가슴의 답답한 기운은 붉게 얼굴로 올라와 머리카락을 태울 듯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쓰러지기를 기다리는 도미노처럼 늘어서 있는 줄에서 빠져나와 죽림 일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액셀을 확 밟았다. 머리카락의 불기가 가라앉고, 얼굴도 본래 색으로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빨간 불에 대기하고 있는 승용차 뒤에 끽하고 섰다. 차는 드럽게 많네. 다들 자가용을 가지고 있으니 택시를 탈 리가 있나. 자가용을 못 타게 법으로 정해놔야 나 같은 택시 기사도 좀 먹고 살 텐데. 빨간 불이 초록불로 바뀌어 액셀을 밟으며 확 앞으로 나갔다. 바퀴가 쥐덫에라도 달라붙었는지 멍청해 보일 정도로 느리게 가는 차 뒤에서는 빵빵하고 크랙션도 울리고, 답답할 때는 옆 차선으로 끼어들기도 하면서 앞서 나갔다. 그러면서도 양쪽 인도에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는지 살피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잔잔한 물결 사이 반짝하고 튀어 오르는 생선 비늘처럼 맞은 편 인도에 택시를 기다리는 여자가 하나 보였다. 나는 다른 택시 기사가 볼세라 빠른 속도로 달려가 맞은 편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섰다. 뒤에서 빵빵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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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탈겁니까?”


여자는 인상을 찌푸렸다. 사람이 말을 하는데 인상부터 찌푸려?


“택시 안 탑니까?”

“탈 거긴 한데…….”


여자는 인상을 찌푸린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뚱한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저 여자를 태워야한다.


“거기 가만히 있어요. 내가 차 돌릴게.”


유턴할 준비를 하고 액셀을 밟으려는데 운전석 창문을 누가 똑똑하고 두드렸다.


“어이, 아저씨. 운전을 이 따위로 하면 어떡합니까?”


뒷차 놈이었다. 이 개새. 외제차 탄다고 눈에 뵈는 게 없나, 망할 새끼. 지금 저 여자를 빨리 태워야 하는데. 성질 같아서는 한 판 붙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액셀로 식혔던 얼굴이 다시 검붉어지는 게 백미러에 비쳤다. 뒷차 놈은 내가 연신 죄송하다고 하니 자기도 할 말이 더는 없는지, 뒷목을 잡고 고개를 까딱까딱하면서 자기 차로 돌아갔다. 그 사이 빠르게 유턴을 했다. 그런데 그 여자가 없었다!

그 여자는 제자리에서 기다리지를 않고,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차로 천천히 뒤따라가 조수석 창문을 내리고 외쳤다.


“택시 안 타요?”


여자는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안 탈려고요.”하고 뾰족하니 내뱉고는 바삐 걸었다. 저년이! 계속 따라가면서 물었다.


“아까는 탄다고 했잖아요!”


미친 년은 ‘귀찮다’고 적어놓은 얼굴로 “죄송해요.”하고 말하고는 연신 길을 걸었다. 아니, 저 망할 년이!


“아니, 차까지 돌렸는데 안 탄다고 하면 어떡해요?”

“죄송해요.”


저 썅년, 탄다고 해 놓고 안 타겠다고? 죄송하다고? 내가 지 때문에 어떤 모욕을 당했는데, 지 갈길이나 가? 빠릿빠릿하게 뒷좌석에 올라서 저 때문에 죄송하다고 해야 할 판에! 저런 싹수없는 년들 때문에 나라가 이 꼴인 거 아닌가! 망할 년! 저런 것들은 광장에 모조리 모아놓고 불에 태워버려야 하는데!


“진짜 안 타요?”

“죄송해요.”


한 시간 동안 죽림터미널 옆통수만 보면서 느꼈던 자괴감과 뒷차 놈에게 받은 모욕과, 저 건방진 년으로 인한 분노가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머리털이 쭈뼛쭈뼛 서고,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차는 이미 그 년을 지나쳤지만, 다시 유턴을 해서 그 년의 맞은 편으로 다가갔다. 한 소리 하려고 운전석 창문을 내리는데, 아까 읽은 댓글들이 귓속에서 울렸다.


‘택시 기사 너무 불친절하다, 너무 무섭다, 무인 택시 나오면 끝이다.’


운전석 창문은 다 내려갔고 뒤로는 차가 다가오고 있었다. 내 모든 분노를 담아 온 힘을 다해 외쳤다.


“다음에는 꼭 이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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