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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May 02. 2022

산중 망상


오랜만에 사라봉공원에 올랐다.

십 분 정도 계단을 어기적 어기적 힘겹게 오르니 빨갛고 하얀 꽃 뭉치가 우릴 반겨줬다.



"이 꽃 이름이 뭐죠?"

"철쭉 아녜요?"


아내를 믿지 못하는 나는 얼른 네이버 앱을 열어 렌즈로 검색을 한다. 결과가 바로 나왔다.

아내 말대로 산철쭉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의 기능 중에서 노래를 듣고 제목을 알려주는 기능과 더불어 가장 신기한 기능이다.

아직은 꽃 이름만 알려주는 것 같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조만간 모든 동식물과 사물로 확대될 것 같다. 어쩌면  사람에게까지도 용될지도  모르겠다. 스파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모르는 사람을 스캔하면 바로 그의 정보를  알려주는 장치 같은 것 말이다. 아니  그건 개인정보보호법 같은 법에 의해 금지되려나?



상상의 나래를 더욱 펼쳐본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되지 않을 법한 게 뭐가 있을까?

이를테면 어릴 적 모습이 검색되는 건 어떨까?

안경 같은 걸 끼면 안경에 보이는 사람 모두 어릴 적 모습으로 떠오르는 것 말이다.

한 여섯일곱 살의 모습이면 좋을 것 같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그 안경을 끼고 다닌다면 세상이 좀 더 평화로워지지 않을까?

일곱 살의 해맑은  얼굴에 욕설거나 주먹을 꽂기란 어려울 것이고 계속 그런 서로의 얼굴들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긴장과 경계도 풀릴 까닭이다.


"안 올라갈 거예요?"


멍하니 철쭉을 보며 실없이 히죽거리는 내게 아내가 갈길을 재촉했다. 자기 말을 안 믿고 검색을 해서 삐친 걸까? 뭔가 뾰로통해 보이는 그녀였다.


"사람이 실없기는..."


통통거리며 앞서 걸어가는 아내의 뒷모습에서 일곱 살 꼬마 소녀의 새침함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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