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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Sep 08. 2022

내 브런치 북이   '오늘의 브런치 북'에서 사라졌다.


내 브런치 북이

'오늘의 브런치 북'에서 사라졌다.


한 달 전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옛날에 써뒀던 아이들과의 여행기를 모아 발행한 브런치 북의 조회수가 갑자기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궁금한 마음에 찾아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오늘의 브런치 북에 선정된 것이었다.


믿기지가 않아 브런치 북에서 로그아웃을 해 봤다. 인공지능에 의해 나에게만 보이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아니었다. 로그아웃을 한 상태에서 접속을 해도 내 브런치 북이 오늘의 브런치 북의 한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었다. 내 브런치 북은 나에게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보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항상 브런치 메인에 올라온 여러 작가님의 글들을 읽으며 '이 세상에는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많구나.' 하며 감탄만 하고 지내던 나였는데, 그런 나의 글들이 오늘의 브런치 북에 선정되었다니 좀처럼 믿어지지가 않았다. 나의 미흡한 글에서 장점을 발견해 준 브런치팀에게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첫날 300 정도로 올라갔던 조회수는 마침내 1,000을 돌파했다.

'어, 이러다가 출판사에서라도 연락이 오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부랴부랴 나머지 여행기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2권을 내고 3권을 냈다. 브런치 북 팀은 나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2권도 오늘의 브런치 북에 선정을 해줬다. 내 브런치 북들은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매일 1,000에 가까운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행운은 거기까지였다. 어느 날 갑자기 내 브런치 북은 오늘의 브런치 북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나의 브런치는 오늘의 브런치 북에서 내려지자마자 다시 찾아오는 이 하나 없는 무인도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난 기분이었다. 평소 가지고 있던 보잘것없던 주식이 갑자기 미친 듯이 상한가 그래프를 그리다가 원래의 잔잔한 그래프로 돌아왔을 때에도 이런 비슷한 기분을 느꼈던 것 같다.  




오늘도 내 브런치를 클릭해 통계를 봤다. 혹시라도 조회수가 올라가 있지 않을까 하는 부질없는 바람 때문이었다. 역시나 잔잔한 조회수였다. 메인에 오르지 않을까 하는 한 조각 희망을 가지며 새 글을 써본다. 하지만 역시 기대에 그치고 만다. 부자였던 사람이 평범하게 사는 것이 왜 힘든지 알 것만 같았다.


'조회수 이까짓 게 뭐라고. 네가 언제부터 조회수 높았다고 조회수 바라며 글을 쓰냐?'


평소로 돌아가야 함을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이 따라주지 않았다. 한마디로 나는 부자의 삶을 맛본 가난뱅이였다. 차라리 오늘의 브런치 북에 선정되지 않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는 없는 일이었다.


오늘도 나는 스마트폰의 브런치 앱을 열고는 하릴없이 스크롤을 내린다.
한가닥 부질없는 희망을 붙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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