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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Mar 12. 2023

그 사람은 왜 갑자기 내 인사를 받지 않는 것일까?

내겐 여전히 어려운 인간관계




가깝지는 않았지만 오며 가며 안부 정도 묻는 사이의 직장동료가 있었다. 그런 사람이 어느 날부터인가 내 인사를 받지 않기 시작했다. 뭐 대충 고개 정도를 끄덕이기는 하는데 종전에 서로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던 것과는 확연한 온도 차이가 있다.


같은 부서에나 근무한다면 한번 찾아가서 혹시 서운한 게 있는지 물어보기라도 할 텐데  다른 부서에서 고작 한 주에 한번 마주칠까 하는 정도의 사이인지라 혹시 서운한 게 있는 건지 물어보기도 애매하다. 하긴 뭐 같은 부서에 근무한다고 하더라도 막상 묻기는 쉽지 않겠지만서도 말이지만.


결국 이 상태로 그냥 가야 하는 것뿐일 텐데.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어려움이 바로 여기서 나타나는 것 같다. 가끔씩 그 사람을 만날 때마다 생각이 그에게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까지 걷잡을 수 없이 뻗어가게 는 것이다.


혹시 나를 싫어하는 a가 그에게 내 험담을 한 게 아닐까?


역시 a는 상종 못할 인간이야.


그렇게 생명을 얻은 그에 대한 상상은 내 머릿속에서 거침없이 활개를 치다가 결국 그와는 친한 관계이지만 나와는 사이가 좋지 않은 a가 이 모든 걸 획책한 것으로 결론을 내고 만다. 추론에 불과한 이 결론이 확정적인 사실로 바뀌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안 그래도 미운 사람인데 내 악담을 여기저기 하고 다닌다고 생각하니 이젠 그 미움이 원망과 분노로까지 바뀐다. 여전히 사실 여부가 확인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도 말이다.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그가 없는 편안해야 할 이 공간에서조차 그를 떠올리며 화를 내야만 하는 나의 상황이 짜증 났다. 거기에 더해 이 무익한 감정을 처리하는데 들어가야 하는 나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아까웠다.


나의 피 같은 휴일이 더 이상 망가지기 전에 여기서 멈춰야 했다. 우선 상상과 추측을 멈추고 내게 인사를 하지 않기 시작한 그에 대한 나의 태도만 정하기로 다. 그가 일단 나와 거리를 벌리고자 마음을 먹었다면 내가 가까이 가려고 한다고 해서 종전과 같은 거리를 유지할 수 없음은 분명했다. 이건 그의 태도에 나의 태도가 종속된다고 하기보다는 애초에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관계의 본질 때문이었다.


더 이상의 생각을 멈추고 그가 벌린 거리만큼 나도 거리를 벌리기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부처와 예수와 링컨조차도 생전에 그렇게 많은 오해와 미움을 받지 않았던가?


물론 내가 그들과 동격이란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그저 우리네 사람 사이가 그렇다는  뿐이다. 

다소 슬프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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