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잘 들어봐. 나는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를 갈 거야. 그래서 공부로 맨날 무시하는 형도 사촌 형도 모두 발라버릴 거야.그러면 아무도 날 무시 못하겠지?
가족최고 공부왕 하! 하! 하!"
중학교에 올라와서도 자유학년제로 인해 한 번도 제대로 된 시험을 쳐본 적도 없는 녀석은그렇게 호탕하게 웃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우주 최강이라는 항목에는 정신 나간 것도 포함되어 있는 걸까?
식탁에 홀로 남겨진 나는 생각했다.
둘째의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이렇게 물었어야 했던 건 아니었을까?
네가 생각하는 성공은 뭐야?
네가 생각하는 실패는 또 뭐야?
그리고 설명해야 했다. 서울대를 가는 것이 성공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녀석이 진지하게 이제부터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었다. 모처럼 일어난 이 작은 공부의 불씨가꺼지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었다. 자식이 잘못된 가치관을 가진 걸 알았음에도 고쳐주진 못하고 오로지 공부만 열심히 해주기를 바라는, 나는 진정 못난 아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