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성공한 것도 아니고 실패한 것도 아니야.

어느 저녁, 평화로웠던 부자간의 대화

by 옥상평상




자칭 우주최강, 중2 둘째와 밥을 먹는 중이었다.


"아빠는 성공한 것도 아니고 실패한 것도 아니야."


뭐지?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이지?


당황했지만 짐짓 태연한 척 되물었다.


"왜?"


"아빠는 스카이를 나온 것도 아니고 직업도 그냥 회사원이니까."


화를 낼까?


아니면 밥상을 엎을까?


결국 나는 저 두 개중 아무것도 못했다.


"아빠, 잘 들어봐. 나는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를 갈 거야. 그래서 공부로 맨날 무시하는 형도 사촌 형도 모두 발라버릴 거야. 그러면 아무도 날 무시 못하겠지?

가족최고 공부왕 하! 하! 하!"


중학교에 올라와서도 자유학년제로 인해 한 번도 제대로 된 시험을 쳐본 적도 없는 녀석은 그렇게 호탕하게 웃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우주 최강이라는 항목에는 정신 나간 것도 포함되어 있는 걸까?


식탁에 홀로 남겨진 나는 생각했다.


둘째의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이렇게 물었어야 했던 건 아니었을까?



네가 생각하는 성공은 뭐야?


네가 생각하는 실패는 또 뭐야?


그리고 설명해야 했다. 서울대를 가는 것이 성공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녀석이 진지하게 이제부터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었다. 모처럼 일어난 작은 공부의 불씨가 꺼지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었다. 자식이 잘못된 가치관을 가진 걸 알았음에도 고쳐주진 못하고 오로지 공부만 열심히 해주기를 바라는, 나는 진정 못난 아비였다.


한편으로 녀석에게 고마웠다.


실패한 아빠라고 말하지는 안 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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